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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서 숙제, 시청 옆서 수영 즐기는 ‘아이들 천국’

아동친화도시 아동·가족 관련 의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예산을 집행하고 제도를 꾸려나가는 지자체. 아동친화도시가 되려면 아동 전담 조직 설치, 아동 관련 예산 확보, 관련 조례 법규 제정, 아동 권리 대변 옴부즈맨 등 대변 시스템, 정기적인 아동 실태 조사와 아동영향평가 등 유니세프가 요구하는 10여 개의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국내에는 서울 성북구, 전북 완주군 등이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았으며 현재 35개 지자체가 신청을 추진 중이다.


‘아이들의 친구 마을(Ville amie des enfants)입니다’. 푸른색 간판(사진)이 도시 경계를 알렸다. 지난 4일 찾아간 프랑스 남서부 도시 콜로미에는 아동친화도시임을 입구부터 자랑했다. 콜로미에로 들어오는 길목 14곳에 이런 표지가 세워져 있다. 달리는 차창 너머로 주택가의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유아용 미끄럼틀과 자동차, 트램펄린, 간이 수영장…. 간간이 지중해의 햇살을 즐기는 젊은 부부가 보일 뿐 아이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궁금증이 고개를 들 무렵 버스가 시내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쫓아 갈색 벽돌 건물로 들어서는 아이들 한 무리를 붙잡았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질문을 당했다. “어디서 왔어? 한국? 그럼 서울에서 왔어? 380 타고 왔어?” 낯선 숫자에 고개를 갸우뚱하자 질문이 이어졌다. “정말 2층으로 돼 있어? 그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비행기야.” 그제야 콜로미에가 A380을 만드는 에어버스가 있는 툴루즈까지 차로 15분 거리란 사실이 기억났다. 아이들을 따라 건물로 들어서자 곧바로 330㎡(약 100평)가 넘는 마당으로 이어졌다. 라마시에 마을회관은 커다란 농장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마당 한쪽에는 각양각색의 책가방과 옷가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마당은 곧장 푸른 잔디가 깔린 들판으로 이어진다. 책가방을 내던진 아이들 몇은 어디선가 훌라후프를 갖고 공원으로 사라졌다. 몇 명은 공놀이에 끼어들었다.


회관 안으로 들어서자 이내 책이 가득 꽂힌 서가가 이어졌다. 네 살 정도 된 아이 세 명이 쫓아와 허벅지를 쿡쿡 찌르며 킥킥댔다. 바닥에 앉아 동화책을 읽어주던 교사가 고개를 들어 나를 힐끗 보더니 아이들의 숫자를 셌다. 이 작은 도시엔 이런 마을회관이 14군데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센터 규모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마을회관으로 향한다. 유치원과 학교는 대부분 마을회관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오후 4시부터 6시30분까지는 마을회관에 고용된 200여 명의 교사가 아이들 숙제를 돕고 과학실험·요리교실 등의 방과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콜로미에 아이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자랑하는 곳은 수영장이다. 장-보셰 수영장은 콜로미에 시청에서 300m가량 떨어져 있었다. 걸어가 보니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설립 당시 아이들과 가족들이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시내 한가운데 세워 달라는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이날도 수백 명이 물놀이에 빠져 있었다. 몇몇 가족은 실외 풀장과 이어진 녹지에서 일광욕과 피크닉을 즐겼다. 1600㎡(약 500평) 규모의 수영장은 작은 워터파크 수준이다. 4개의 실내 풀장, 2개의 실외 풀장, 90m 높이·120m 길이의 미끄럼틀이 있다. 학교 수업이나 방과후 활동으로 오는 아이들은 무료다. 수영장 관계자는 “매해 적자가 나지만 유아용 물놀이부터 수중 발레까지 교육 프로그램은 오히려 다양해졌다. 큰돈을 들여 수영장 물속 염소 성분을 줄이는 기계를 들여오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수영장 건너편에 세워진 화려한 건물이 바로 파비옹 블랑이라고 불리는 복합공간이다. 아이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아트센터, 수십만 장서와 영상물이 구비된 미디어텍이 한 건물에 있다. 파비옹 블랑과 시청이 공유하는 광장은 1년 내내 아동·가족 관련 행사가 열린다. 수영장·영화관·도서관까지 도심을 아동 관련 시설 멀티플렉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시청 광장과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공원을 가르는 길은 ‘아동권리의 길’이라 불린다. 2002년 사나 무사위란 아이가 감전돼 사망한 이후 조성됐다. 이 길을 포함해 시청 반경 500m 내의 차도는 2차로의 보행자 우선도로다. 보행자가 우선이기 때문에 아예 신호등이 없다. 콜로미에시 관계자는 “아이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세워지는 주요 기관들은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인구 3만8302명(프랑스 통계청, 2013년 기준)의 소도시 콜로미에는 계속 성장 중이다. 아이들을 위해 이삿짐 싸기를 마다하지 않는 맹모(孟母)들 덕이다. 몇 년 전 툴루즈에서 온 리디 드장(35)은 곧 출산을 앞둔 젊은 엄마다. 리디는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같은 값이면 툴루즈보단 콜로미에’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집을 사서 오려고 몇 년간 돈을 모았다”고 했다. 더 먼 곳에서 온 사람도 있다. 3·8·10세 세 아이를 둔 워킹맘 오드리 파브르(36)의 고향은 비가 많이 오는 북프랑스다. 그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걱정이 없을 정도로 탁아소와 교육 프로그램이 잘돼 있다. 방학 중에도 여가센터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캠핑장·바비큐장도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이후 콜로미에의 신생아 수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청에서 고용한 보육 전문가는 인구의 1%인 380여 명이다.


2009년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된 콜로미에는 유니세프가 추진하는 프랑스 내 240여 개의 아동친화도시 중 으뜸가는 우등생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아동인권 의식이 남다르다. 2002년 감전 사고로 여학생이 사망하자 ‘안전도로’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9~14세 사이의 청소년 32명을 선출해 구성된 청소년 의회가 20년째 운영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들이 먼저 콜로미에를 아동친화도시로 만들어 달라고 시장에게 건의했을 정도다. 또한 콜로미에는 시장과 9명의 부시장이 각각 아동복지, 아동육아 등 아동·가족 관련 업무를 하나씩 맡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는 다른 유럽 국가가 방문하는 도시 1순위인 이유다.


가족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국가적 가치로 보고 관련법을 100년 넘게 발전시켜 온 프랑스의 철학도 바탕에 깔려 있다. 아동 관련 사업은 1901년 통과된 영유아보호법에 근거하고 있다. 같은 수준의 서비스가 전국 어디에나 유지되도록 세밀하게 규제한다. 영유아 전담 보건원, 어린이집 등 아동·보육시설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의사, 시설과 급식 관리자 모두 시에 고용된 국가 공무원이다. 이에 대해 무함마드 부타하 콜로미에시 관계자는 “‘1년 뒤를 생각하면 씨앗에, 10년 뒤를 생각하면 나무에, 100년을 생각한다면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속담이 있다. 프랑스에서 아동 관련 공무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기고 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콜로미에(프랑스)=백민경 기자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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