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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안단테…

일러스트 강일구


여름방학을 맞아 강원도로 짧은 여행을 갔다. 스키리조트였는데, 시원하다고 알려졌는지 사람이 꽤 많았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매표소에 섰을 때까지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차도 막히지 않았고, 날씨는 선선했다. 그때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완벽했던 휴가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회원 할인 40%가 맞죠? 처음 결제한 것에서 소아 하나는 뺀다고.”


속사포같은 말투에 판매원이 잘 이해를 못해 결제가 잘못되는 바람에 다시 결제를 할 상황이 되었다. 판매원의 사과에도 그녀는 화를 멈추지 못했다.


“여기는 도대체 왜 이런 거에요? 일을 왜 이 따위로 밖에 못해?”


몇 분의 살벌한 긴장감은 고스란히 우리 가족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기분좋던 여름 밤의 선선함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마침 같은 기구의 티켓을 산 바람에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어깨는 바짝 긴장돼 있고, 발걸음은 빨랐다. 평소의 라이프 스타일이 그려졌다. 아마 최선을 다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왔으리라. 스트레스도 당연히 많았을 것이다. 가족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일이자 달성해야할 과제였을 수 있다. 리조트를 예약하고, 물건을 챙기고, 가족들을 통솔하며 지친 상태에 티켓 발권 실수가 분노의 뚜껑을 열어버린 것일까.


사실 이런 상황을 도시에서 매우 자주 만나게 된다. 삶에 지친 사람들일수록 작은 자극에 쉽게 방아쇠가 당겨져 분노한다. 적절한 반응을 넘어 인생의 모든 한을 한 번에 쏟아붓는 듯 격렬한 것이 문제다. 강자가 원인제공을 할 때는 그를 향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담아 다음에 원인을 제공한 약자를 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살면서 받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들을 담고 견디다 기회가 되면 방출을 한다. 일단 내가 살아야하니까.


그 여성이 매표원을 향한 화풀이도 비슷한 메커니즘이었을 것이다. 가쁜 일상의 리듬에서 벗어나 안단테 안단테로 빠르기와 리듬을 늦추고 이완하며 숨통을 트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학습된 반응은 안타깝게도 화풀이였다. 고스란히 그 화를 받아내는 것은 감정노동자들이다.


“직원들은 당신의 가족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리조트 곳곳에 붙어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삶의 압력은 상승하고 있다. 모두가 허덕이며 겨우 버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압력은 쉽게 분노로 변환되어 아래를 향한 화풀이로 표현된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우리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걸 깨달아야 한다. 서로 폭탄돌리기를 하듯 부정적 감정을 돌려막기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 년에 며칠 안되는 소중한 휴가를 감정의 화풀이를 하며 보낼 것인가, 아니면 이완과 연민,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란 너른 호흡을 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인가. 선택은 당연하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습관화된 분노가 차올라올 때 떠올려야할 한 마디는 “내 가족이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연민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jhn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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