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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 이은 운석 충돌 ‘원투 펀치’에 쓰러진 공룡

거의 모든 공룡이 멸종할 때 초기 조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이빨이 사라지고 부리가 생겨서 씨앗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은 세 번째와 다섯 번째 대멸종이다. 그 영향이 얼마나 컸던지 세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와 중생대를 갈랐고, 다섯 번째 대멸종은 중생대와 신생대를 갈랐다.


대멸종의 원인은 간단하다. 급격한 기후 변화다. 온도가 5~6도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리고, 산소 농도가 떨어지며 대기의 산성도는 오른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어떻게 생기나 하는 것. 고생대가 끝날 무렵에는 지구의 대륙들이 하나로 뭉쳐서 초대륙인 팡게아가 형성되면서 지구가 사막화되었고 동시에 시베리아에서 100만 년에 걸친 대규모 화산폭발이 있었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때 지구 생명체의 95%가 멸종했다.


마침내 2억 4500만 년 전 중생대가 시작되었다. 공룡은 중생대의 육상을 지배했다. 그런데 1억 6000만 년 동안이나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도 한순간에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공룡의 멸종에 관한 나름대로 합리적인 설명은 100가지도 넘지만 99% 이상의 과학자들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이는 원인은 운석이 충돌함으로써 일어난 재앙의 결과라는 것이다.


약 6600만 년 전 어느 날, 어둠 속에서 우주를 떠돌던 거대한 소행성(asteroid)이 지구 중력에 이끌렸다. 지구 대기에 들어와서 훨훨 타면서 쪼개지고 밝은 빛을 내는 유성(별똥별, meteor)이 되었다. 대부분은 대기 속에서 타고 없어졌다. 하지만 커다란 덩어리 하나가 지구에 충돌했다. 이 운석(meteorite)의 지름은 무려 10㎞에 달했다.


 

공룡 멸종에 관한 이론은 백 가지도 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인한 기후변동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운석 충돌 즉시 열폭풍·지진 들이닥쳐운석 충돌은 핵폭탄 수백만 개가 터지는 위력을 보였다. 충돌 즉시 전 지구에 지진과 함께 열폭풍과 쓰나미(지진해일)가 들이닥쳤다. 불지옥과 물지옥이 함께 닥친 것이다. 이어서 수많은 화산들이 폭발하면서 가스를 뿜어냈다. 지구가 조금 안정되나 싶더니 충돌과 화산폭발로 인한 먼지가 햇빛을 가렸다. 핵겨울이 오자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생태계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식물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을 차지하는 식물들이 줄어들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차례대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공룡이라고 별 수 없었다. 포악한 포식자였던 티라노사우루스, 뿔이 세 개나 달린 트리케라톱스, 트럼본 소리를 내던 파라사우롤로푸스, 갑옷과 꼬리곤봉으로 무장한 안킬로사우루스도 별 수 없었다. 멸종했다. 1억 6000만 년 동안이나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들이 한 방에 갔다. 그런데 이것은 작년까지의 이야기다.


지난 7월 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다른 시나리오가 발표됐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시에라 피터슨(Sierra Peterson) 연구팀은 중생대 백악기 말의 공룡 멸종이 한 번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 차례에 나뉘어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생대 말에 남극의 세이모어(Seymour) 섬 인근에 살던 24종의 공룡 가운데 10종이 운석 충돌 오래전에 멸종한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운석 충돌 전에 어떤 기후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6500만 년 전부터 6900만 년 전까지의 조개껍데기 화석의 화학 성분을 분석했다. 역시 예상한 대로 운석 충돌 전에도 심각한 기후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원인은 인도 남부에 있는 데칸(Deccan) 고원의 화산폭발. 6870만 년 전의 일이다. 남극 인근의 바다의 온도가 약 100만 년 동안 4~15도 정도 상승했다.


세이모어 섬에는 14종의 공룡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6570만 년 전 그 유명한 운석이 충돌했다. 다시 20~40만 년 동안 바다 온도가 6~7도 정도 올랐다. 데칸 고원 화산폭발로 인한 온난화로 스트레스가 높아진 공룡들에게 운석 충돌은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시에라 피터슨은 복싱 용어를 사용해서 상황을 정리했다. “중생대 백악기 말의 대멸종은 화산활동과 운석 충돌의 조합으로 일어난 것이다. 공룡들은 원-투-펀치(double blow)를 맞고 쓰러졌다.”


그렇다. 공룡은 한 방에 가지 않았다. 두 방에 갔다. 물론 공룡만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지구 생명체의 70% 정도가 사라졌으며, 특히 육상에서는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은 거의 사라졌다.


불과 300만 년 사이에 화산 폭발과 운석 충돌이라는 원 투 펀치를 맞고 대부분의 공룡과 큰 동물이 사라졌지만 어디에나 틈새는 있는 법이다. 먹이를 많이 먹지 않아도 되는 작은 동물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컸다. 특히 공룡 등쌀에 낮에 생활하기를 포기하고 야행성 생활을 택한 작은 포유류들은 유리했다. 이제 육상은 무주공산이 되었고 땅은 자신들의 차지였다. 공룡시대는 지나갔고 포유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포유류는 종류를 늘려가는 한편 몸의 크기도 키웠다.


그런데 공룡이라고 해서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떻게 공룡이라고 다 컸겠는가? 생태계는 그렇게 구성되지 않는다. 원래 공룡 종류의 절반 이상은 크기가 현생 거위보다 작았다. 작은 공룡은 큰 공룡에 비해 살아남을 확률이 컸다. 조금만 먹어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깃털이 온몸을 덮고 있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면 더 큰 장점이 있다. 당연히 모든 공룡이 멸종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종류의 작은 공룡이 살아남았고 지금도 약 1만 종의 공룡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그 공룡을 지금 ‘새’라고 부른다.


현생 조류는 사람보다도 지구에 더 널리 퍼져있다. 새의 방산(放散) 원인은 그들의 가까운 사촌인 비조류형 공룡의 멸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는 덩치는 크지 않지만 관객들을 가장 많이 긴장시키게 만드는 공룡이 있다. 바로 벨로키랍토르. 벨로키랍토르가 등장하면 관객의 뇌에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이 벨로키랍토르를 포함한 공룡 그룹을 마니랍토라(maniraptora)라고 한다. 현생 조류도 여기에 속한다. 다른 마니랍토라들이 모두 멸종할 때 새들은 살아남은 까닭은 무엇일까? 단지 크기가 작아서일까?


새가 아니어도 작은 공룡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멸종했고 새들은 살아남았다. 새처럼 작은 공룡과 새의 근본적인 차이는 뭘까? 바로 이빨이다. 캐나다 필립 퀴리 공룡 박물관의 학예사 데릭 라슨은 작은 공룡의 이빨에 주목했다. 데릭 라슨은 중생대 백악기 말에 살았던 공룡의 이빨을 분석해보면 새가 살아남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룡 이빨을 연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주 유용했다. 이빨은 상대적으로 화석 기록에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당시 공룡들이 살았던 시절의 생태, 특히 그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를 많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공룡 이빨의 곡률과 뿌리에서 머리까지의 길이같은 특성의 격차가 중생대 백악기 말기 내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이것은 당시 생태계가 안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산불로 모든 나무 다 타도 씨앗은 남아이빨에서 나타나는 해부학적 ‘격차’를 관찰하면 생태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백악기 말기에서 멸종 즈음에 이르기까지의 3100개 이상의 공룡 이빨에서 굽은 정도와 이빨 뿌리에서 머리까지의 길이를 쟀다. 두 가지 상반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먼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줄어든다면 생태계가 불안했다는 것을 말한다.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반대로 격차가 일정하다면 생태계 역시 안정적이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는 매우 높은 격차가 백악기 말기 내내 유지되었다. 즉 백악기 말기에 생태계는 일정했고 안정적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멸종은 상당히 순간적으로 일어난 것이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먹이 섭취와 관련된 국면이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데칸고원 화산폭발이라는 펀치를 맞고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은 중생대 말 생태계가 운석충돌이라는 강펀치에는 견디지 못하고 녹다운됐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도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새는 왜 살아남았는가?


라슨은 백악기 말기에 살았던 초기 조류에게 케라틴으로 덮인 부리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조류가 속한 다른 마리랍토라 역시 깃털로 덮여 있고 크기고 작았지만 그들에게는 부리 대신 이빨이 있었다.


현생 조류의 먹이를 살펴보면 다섯 번째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많은 그룹은 씨앗을 먹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운석이 충돌한 후 기후가 급변할 때도 씨앗은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자원이었을 것이다. 요즘도 산불이 나면 폐허가 된 지역을 새들이 가장 먼저 장악하는 것도 남아 있는 씨앗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씨앗은 환경 변화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온갖 장치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산불이 나서 모든 나무가 타버려도 씨앗은 남는다.


 


어떻게든 지금 생태계 유지 애써야화석 연구에 기초한 라슨 연구팀의 시나리오는 현생 조류의 DNA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모델 연구에 따르면 당시에 살던 초기 조류는 곡식조(穀食鳥)였다. 곡식조는 주로 씨앗을 먹는다. 이에 반해 부리가 없는 공룡들은 대멸종의 고비를 넘을 수 없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백악기 말 운석의 충돌로 인해 먹이 사슬이 붕괴됐을 때 씨앗이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 공룡들이 살아남았고 우리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씨앗에 물과 불의 위협에서 견뎌낼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면 지구에는 새도 없고 우리 식탁에 닭이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에 이빨 대신 부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소용없었을 것이다. 너무 덩치가 컸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먹이사슬이 붕괴될 때 큰 몸집은 불리하다. 우리가 옛 티라노사우루스 걱정할 때가 아니다. 우리 인류가 문제다. 지금은 여섯 번째 대멸종기다. 우리는 덩치도 육상 동물 가운데 상위에 랭크될 만큼 큰 데다 부리를 갖출 가능성은 없다. 어떻게든 지금의 생태계를 유지해보려고 애쓰는 수밖에 없다.


 


이정모서울 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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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