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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술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단어 중에 “개, 돼지”가 있다. 영화 속에나 등장하던 표현이 한 고위공직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보도에 “저 같은 개, 돼지가 무엇을 알겠나이까” 따위의 자조적인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사람들의 분노가 댓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적어도 사회의 지도자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그 사회의 상식에 속해야 하는데, 그의 말은 그의 생각이 머무른 지점을 알게 해줬다.


사람의 말 한마디가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명예와 존재를 무너뜨리는 예를 이 고위공직자는 단적으로 보여줬다. 자칫 농담처럼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건 참으로 애석하다. 그러나 살면서 의외로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은 자신의 속마음을 표정이나 몸짓, 손짓이나 눈짓으로 표현한다. 말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말을 통해 그 사람의 인품이나 인격 수양의 정도까지 알아차리게 된다. 그럼에도 말 하는 이는 자신의 말을 쉽게 잊는다. 시간이 지나면 자기가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깊이 생각한 끝에 공식석상에서 한 말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녹음 정도는 별 장비 없이 간단히 할 수 있는 시대이다. 몰래 녹음하거나 녹화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가 만인 앞에 공개될 수 있는 무서운 세상이 됐다.


점점 더 말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그럼에도 대개 이 실언의 현장이 술자리인 경우가 많다. ‘술이 원인’이며, ‘실언에는 본인의 의지가 없었다’는 핑계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알코올은 신체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지만, 특히 인간의 뇌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알코올을 조금 마시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과음을 하거나 지속적 음주를 하면 뇌세포 파괴를 촉진시켜 뇌의 기능을 억제한다. 그래서 과음을 하여 취중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고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당연히 말실수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술 때문에 억울한 지경이 되었어도 발 없는 말은 이미 천리를 간 지 오래다.


사람이 말을 타락시키지만 저속한 말은 도리어 사람을 타락시킨다. 술 취한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깨뜨리기도 한다. 말은 습관이다. 특히 술자리에서 말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면 그 자리를 피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술에 취해 실수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됐다. 말 한마디의 무게가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이 때, 지혜로운 처신이 절실하다.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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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