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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저 광물 탐사·채굴 로봇, 잠수정을 넘보다


로봇 만능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로봇이 집 안 청소와?요리는 물론 첨단 공장을 돌리고 암 수술도 한다. 해저에서 탐사·채굴·건설 작업을 하는 수중로봇 산업은?최근 각광받는 분야다. 육상 광물이 고갈되고 있어 바다의 잠재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세계 주요국은 해양 생물·자원 발굴, 재난 지원 등을 위해 수중로봇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12년 4월 10일 미국 뉴욕을 향해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첫 항해에 나선 타이타닉호. 당대의 혁신적인 기술을 총망라한 여객선이라 불침선(不沈船)으로 불렸다. 하지만 4일 뒤 거대 빙하와 부딪치면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타이타닉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침몰한 지 73년 만인 1985년이다. 심해를 탐험할 수 있는 수중로봇 덕분이었다. 해양 탐험가 밥 발라드 박사가 탐사로봇을 해저로 내려보내 배를 찾아낸 것이다. 발견 당시 타이타닉호는 수심 3800m에서 두 동강 난 채로 잠자고 있었다.  
국산 무인 로봇 잠수정 ‘해미래’ 심해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장소다. 세계 주요국은 심해저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심해저의 잠재가치와 산업적 파급력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해저에는 세계 매장량의 32.5%인 1.6조 배럴 이상의 석유자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해저에는 망간, 니켈, 코발트를 각각 40년, 46년, 182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다. 금은 4만t, 아연은 2 억t 정도 있다.


 수중 탐사로봇은 바다 개척의 필수품이다. 예전에는 잠수정이 얕은 바닷속만 다녔다. 이제는 자동화, 원격 제어 기능을 탑재한 잠수정이 개발돼 사람 없이도 6000~7000m까지 들어가 바다를 샅샅이 뒤진다. 기존의 잠수정은 로봇으로 대체되고 바다 밑은 로봇기술 경쟁의 장(場)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고성능 수중 로봇 개발에 나섰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연구개발을 주도한 ‘해미래’가 대표 사례다. 2007년 완성한 6000m급 심해용 무인 로봇 잠수정이다.


세월호 참사 때 선뵌 로봇 ‘크랩스터’ 해미래는 모선(母船)에서 케이블을 통해 전원을 공급하고, 통신을 이용해 탐사 지역의 상태를 관찰한다. 운영자가 탐사 지역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받아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는 원격 제어 방식이다. 프로펠러를 이용해 1시간에 약 2800m를 이동한다. 해양과학 조사를 위한 각종 센서가 있어 해저 지형도 작성이나 탐사에 유용하다. 해미래는 동해 탐사를 시작으로 2010년 천안함 해저 파편 회수 작업, 올해 초 태평양 열수지역 탐사에 투입됐다.


 서해안과 남해안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 속도가 빠르다. 수심이 낮지만 일반 프로펠러를 장착한 로봇으로 탐사하기엔 역부족이다. 수중에 뜬 채 이동하기 때문에 센 조류를 감당하기 힘들다. 한 단계 진보된 탐사로봇이 개발됐다. 2013년 탄생한 다관절 탐사로봇인 크랩스터다. 최대 운용 수심은 200m로 초당 0.4~0.5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고해상도 스캐닝 소나(수중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혼탁한 수중에서 100m 반경 이내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광학카메라를 이용해 광학 영상 촬영은 물론 수심·온도·전도도·수층별 유속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전봉환 박사는 “바닷가재나 게처럼 바닥에 붙어 6개의 다리로 전후좌우·회전 이동을 할 수 있다”며 “퇴적 토양층 표면을 흐트러뜨리지 않아 시료를 채취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크랩스터는 바닷속 조류와 수압을 견디기 위해 외피·내골격 제작에 특수 소재를 사용했다. 외피는 다양한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는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강한 유속을 극복하기 위해선 유선형 곡면 구조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내골격 소재는 무게가 가볍지만 강도가 센 카본섬유강화 플라스틱을 활용했다.


?크랩스터가 처음 실전에 나선 건 2014년 세월호 사고 때다. 내부 수색용이 아니라 선체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초음파 카메라를 이용해 선체 외형을 촬영했다. 사람이 진행하던 수중 유물 탐사에도 투입됐다. 크랩스터의 6개 다리 중 2개의 앞다리는 로봇팔 역할을 한다. 필요하면 안쪽에 접혀 있던 로봇을 펼쳐 유물을 발굴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크랩스터를 6000m급 심해용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면 올 연말 태평양에서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수중 탐사로봇도 있다. 심해 유인 로봇 잠수정은 우주선 개발에 비견될 만큼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다.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중국 등 5개국만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여섯 번째 심해 유인 잠수정 보유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 해양의 99%를 탐사할 수 있는 6500m급을 만드는 게 목표다.


심해 유인 로봇 잠수정 보유 5개국 유인 로봇 잠수정 개발이 어려운 것은 수압 때문이다. 유인 잠수정에는 지름 2.1m 크기의 거주 공간에 조종사 1명과 과학자 2명이 탑승한다. 심해 6500m 압력에도 사람이 안전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수심 6500m의 압력은 약 650기압이다. 손톱만 한 면적에 650㎏의 소형차 한 대를 올려놓은 정도의 압력이다. 이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소재와 형태에 달려 있다. 최적의 조건은 티타늄 소재와 공처럼 둥근 모양이다. 티타늄은 고강도 소재지만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 공처럼 둥근 형태는 수압을 분산시키기에 적합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웅서(한국해양학회 회장) 박사는 “6000m급 무인 로봇 개발 경험이 있어 기본적인 기술력은 충분하다”며 “거주 공간 구조물의 안전성, 비상시 생명유지 장치 기능을 완벽히 갖추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7062m까지 잠수하는 로봇 개발 선진국들은 해양강국이 되기 위해 더 깊은 곳까지 탐사할 수 있는 수중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2년 중국의 심해 잠수정(자오룽·蛟籠)은 세계 최초로 7062m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2023년까지 1만2000m급 잠수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수중로봇 기술은 탐사용뿐 아니라 해양레저 같은 연관 산업에도 발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 유럽에선 100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레저용 심해 유인 잠수정이 건조 중이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심해저 탐사로봇을 개발하긴 했지만 현장 투입 기회가 부족한 편이다. 유인 잠수정 개발은 정부의 타당성 평가를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경대 정보통신공학과 주문갑(한국수중·수상로봇기술연구회 총무) 교수는 “수중로봇을 이용한 탐사, 건설, 국방로봇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수중 항법이나 제어 및 운용 기술에 많은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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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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