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剪草除根 -전초제근-


‘삼십육계 줄행랑(三十六計 走爲上計)’이란 말이 있다. 강한 적을 만났을 때는 도망치는 게 상책이란 이야기다. 중국 고대 병법을 36가지로 정리한 『삼십육계』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략이다.


이 36가지 책략 중 제 19계가 ‘부저추신(釜底抽薪)’이다. 부(釜)는 가마를 말하고 신(薪)은 장작을 뜻하니 가마솥 아래의 장작을 꺼낸다는 작전이다. 가마솥 안에 있는 건 펄펄 끓는 물이다. 이 물을 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마솥 뚜껑을 열까 아니면 찬물을 들이붓는 게 좋을까. 그러면 잠시 끓는 물의 열기를 가라앉힐 수는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끓게 될 것이다.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물을 끓게 해주는 동력인 화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가마솥 아래서 훨훨 타며 물을 데워주는 장작을 치우란 이야기다.


19계에선 부저추신의 의미를 ‘내 세력이 적보다 약할 때엔 적에게 직접 맞서지 말고 방법을 짜내 그 세력을 약화시켜야 한다. 마치 물을 상징하는 태(兌)가 아래에 있고 하늘을 뜻하는 건(乾)이 위에 있는 형상이다(不敵其力 而消其勢 兌下乾上之象)’라고 적고 있다. 역경(易經)에서 태(兌)는 음괘(陰卦)로 부드러움(柔)을 상징하며 건(乾)은 양괘(陽卦)로 강함(剛)을 나타낸다. 즉 태가 아래에 있고 건이 위에 있으니 자연계의 순환 법칙 상 아래에 있는 것이 위로 올라가게 마련으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게 된다(柔克剛)는 의미다.


중국 북제(北齊) 시대의 사람 위목(魏牧)이 쓴 ‘위후경반이량조문(爲侯景叛移梁朝文)’이란 글에도 ‘가마솥 밑의 장작을 빼내 물을 식히고 풀을 벨 때는 그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抽薪止沸 剪草除根)’는 말이 나온다. 우리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최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바로 이 말을 쓰며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이 북한 핵 문제 때문에 비롯된 것임을 설파했다고 한다. 한·중 사드 갈등의 본질은 사드의 배치 여부가 아니라 북한의 핵개발에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고사성어까지 찾아내 왕이 부장의 마음을 돌리려 한 윤 장관의 노력이 얼마나 효험을 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국이 그 정성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유상철논설위원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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