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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헤쳐나갈 영국의 저력


지난 6월 23일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는 EU의 통합 과정에 큰 장애물이 됨은 물론,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도 낮추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예상을 뛰어 넘은 브렉시트 결정의 여파로 영국 경제가 불황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영국이 EU와 해야 하는 탈퇴 협상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외교 과제 중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국이 협상을 통해 브렉시트를 이루어냄과 동시에, EU 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확보하여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현재 EU회원국들의 강경한 입장으로 보아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신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은 이러한 위기 극복 능력이 어느 정도일까. 브렉시트 결정이 야기한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넘치는 여러 문제들 중에서 세 가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우선,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투표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 대한 항의투표라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정책 하에서 세계화의 진행, EU가 주도하는 이민자 수용 정책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계층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다. 이러한 불만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트럼프 현상’을 통해 표출되는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선진국들이 중심이 되어 발전시켜 온 자유무역체제와 냉전체제 종식 이후의 세계화의 흐름은 EU가 브렉시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영국이 입을 타격은 다면적일 것이나, 예측은 어려운 것이다. 투표 전 EU 탈퇴파는 탈퇴가 영국경제에 일시적으로 타격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EU 분담금을 절약하게 되고, 이민자들을 덜 받게 돼 더욱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이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한 상태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3%로 대폭 하향조정하였다. 영국 국내 정치적으로는 그동안 꾸준히 독립을 추구해 온 스코틀랜드와 함께 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EU 가입을 염두에 두고 분리운동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이 ‘작은 영국화(Little England)’ 한다면 유엔을 비롯한 세계무대에서 그 위상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다.


셋째, 영국이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혹자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EU 탈퇴 문제를 경솔하게 국민투표에 부친 점, 투표 전후 잔류, 탈퇴파 진영 일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행동 등을 들어 영국정치의 수준도 ‘신사의 나라’에 걸맞지 않게 되었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이라는 배는 EU 탈퇴라는 미지의 험한 바다에서도 훌륭하게 복원력을 유지하며 항해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과 같은 영국 정치문화의 강점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먼저, 국민주권의 원리에 충실한 책임정치가 구현되고 있는 점이다. 캐머런 정부는 2년 전에도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정치의 출발점을 주민의 의사에 두고 있는 것이다.


책임정치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크게 대비되는 점은, 정치인들의 불체포특권 등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점이다. 필자가 런던 재임 시 몇명의 의원들이 10~1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고 수감되는 것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사유는 각기 2000만~3000만원 상당의 여비, 사무실경비 등의 부당청구였다. 매우 엄격한 법 집행이 인상적이었다. 법치주의 확립과 ‘지배층에 대한 법의 지배’가 책임정치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실질적이고 철저한 토론과 다수결 원칙이 확립되어 있는 점이다. 영국 총리는 의회 회기 중에는 매주 수요일 정오부터 30분간 의회에 나가 총리에 대한 질의(Prime Minister’s Questions)를 소화한다. 제1야당의 당수와 모든 국정 현안에 관하여 일문일답식으로 진행하는 이 토론은 방송으로 생중계된다. 2010년 5월 집권한 보수당은 초긴축 예산을 편성하면서 과감한 지출 감축을 실시했다. 관련 조치의 하나로 대학생 등록금을 3배 인상했는데, 중하위소득 계층의 격렬한 반대와 소요사태가 있었음에도 의회는 대학생들을 포함한 광범위하고 철저한 토론을 거친 후, 다수결처리로 반년 만에 종결했다.


셋째, 실용주의 정신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유럽의 금융 수도’인 런던이 아닌 유럽의 다른 도시가 금융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영국은 유로화 체제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서도 유로화 청산결제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2010년에는 긴축예산을 실천하면서 유일한 항공모함을 퇴역시키고 대신 프랑스와 협정을 맺어 유사시에 프랑스 항모를 공동 이용키로 합의했다. 이러한 비즈니스 정신과 실용주의 외교는 대EU 탈퇴 협상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브렉시트가 미칠 경제적인 파급효과에 대처하는 한편, 영국이 브렉시트로 야기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여 줄 정치시스템의 효율성과 정치 리더십을 정치 발전에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규호 전 주영 한국대사한국외교협회 부회장, 성균관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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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