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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시간·공간이 왜곡된 곳에서 다시 만난 네피림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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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메이데이

1967년 4월 5일에 배는 침몰했고

지금은 6월 5일 4시 45분이다.

이곳은….

메이데이 메이데이

1967년 4월 5일에 배는 침몰했고

지금은 6월 5일 4시 45분….

“어디에요? 어디 있어요? 내가 구해줄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수리는 잠꼬대를 내지르며 눈을 떴다. 방금 전에 들은 절박한 음성이 귀가 아프도록 맴돌았다.

‘여기는 어디지? 아직 꿈인 걸까? 아니면 내가 죽은 걸까? 참, 난 깊은 우물 속으로 빠졌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주인공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깊은 바다였다. 수리는 바닷속에 들어와 있었다. 아메티스트와 로드도 보였다. 그들도 주변을 둘러보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바닷속에는 바위 산처럼 보이는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있었다. 폭은 200m가 넘었고 높이도 200m가 족히 될 피라미드 형태의 인공 구조물이었다. 무게가 3~4t은 나갈 것 같은 돌들이 정교하게 깎여 차곡차곡 계단처럼 쌓여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테라스 형태라는 점이었다. 오랫동안 바닷물에 휩쓸리고, 이리저리 굴러 떨어져 나간 돌기둥과 벽의 잔해들이 바다 갯벌과 인공 구조물 사이에 널려 있었다.

수리는 아메티스트, 로드와 함께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물을 자세히 둘러봤다. 물속이라 몸놀림은 조금 부자연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숨 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인공 구조물을 둘러보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 정도로 거대했다.

‘바닷속 거대 인공 구조물이라면 일본 근해의 요나구니 유적밖에 없을 텐데… 여기가 요나구니인가?’

수리는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 “요나구니 유적은 아주 오래전의 인공 구조물인데 테라스 형태라는 거지. 테라스, 기억 나지? Terase! 레뮤리아 언어로 동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어떤 이상향 혹은 신전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직도 그 기원은 미스터리지.”

“아빠! 빨리요. 궁금해서 미치겠어요. 어서요.”

“아빠 생각엔 요나구니 유적은 레뮤리아 유적의 범위에 들어 있거든.”

“레뮤리아? 레뮤리아가 그렇게 컸어요?”

“그럼, 어마어마한 크기였지. 아마 당시 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대륙이었다고 생각한다.”

“앗! 거기는….”

“그래. 네 생각이 맞다. 아빠도 말하려고 했어.”

“그곳은 버뮤다 트라이앵글의 일부분이에요. 그렇다면….” #


‘그래. 버뮤다 트라이앵글의 일부라면 지금 이곳은 시간 왜곡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어떤 시간대에 도착한 걸까?’

그때 그 절박한 메시지가 다시 들려왔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1967년 4월 5일에 배는 침몰했고

지금은 6월 5일 4시 45분이다.

이곳은… 요나구니, 요… 나.…

‘요나구니? 그렇다면 이곳에 누군가 실종된 적이 있다는 건데, 시간 왜곡이 일어난 게 확실하다면… 난 1967년으로 와 있는 건지도 몰라. 아빠도 이 시간으로 온 것일까?’

그때 수리의 눈앞에 인공 구조물의 입구가 보였다.

“모든 새들과 모든 물고기와 모든 바람이 서로 사랑을 했네. 그곳에서 태양이 태어나고 달이 태어나고 별이 태어났네. 그리고 그들이 태어났네. 그들은 누구보다 먼저 태어났네. 누구보다 누구보다 키가 컸네.”

노랫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수리는 입구를 보고 기함했다. 커다란 십자 모양이 돌문의 동서남북을 가르며 뚜렷이 음각 되어 있었고 그 옆에 붉은 모자를 쓴 거인, 그러니까 이스터섬의 거인석상 얼굴이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돌문에는 롱고롱고 문자가 양각으로 씌어 있었다.

수리는 아메티스트와 함께 돌문을 힘껏 밀었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로드가 다가왔다. 그 거대한 오른팔로 돌문을 슬쩍 밀었다. 크으으응 소리와 함께 돌문이 열렸다. 수리와 아메티스트, 로드는 안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세상이었다. 이곳은 지상의 어느 궁전이거나 신전이었음이 분명했다. 화려했다. 그러나 레뮤리아 왕국의 황금과 수정으로 이루어진 화려함은 아니었다. 고요한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어딜까?”

수리가 말했다.

“내 고향 같아.”

아메티스트의 음성은 명료했다.

“고향이라면… 쓰레기 행성? 아니면 1313W 행성?”

수리는 믿기 힘들었다.

“1313W 행성. 난 지금까지 내 고향 행성이 아주 먼 우주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깊은 바닷속에 있을 줄이야.”

아메티스트는 넋이 나가 있었다.

“수리와 아메티스트, 너희 둘이 이곳으로 온 건 우연이 아니야.”

로드는 침착했다.

“그럼 이곳에 네피림이 있다는 얘기야?”

수리가 로드에게 물었다.

그때 또 다른 벽이 열리며 네피림의 커다란 눈이 나타났다. 수리를 노려보았다.

“팬옵티콘!”

수리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수리는 공포에 질려버렸다.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넌 나에게 숫자의 비밀을 가져다주지 않았어. 수리.”

“그…그건, 폴리페서가 우주선을 납치해 버리는 바람에….”

수리는 버벅였다.

“우주선을 납치하고 우리 종족의 일부를 처단했다고 해서 나와 나의 종족이 멸종하지는 않아.”

수리는 바짝 긴장했다.

“나비가 죽었어요. 그래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비는 한 쌍이 되어야 하거든. 나머지 나비는 우리와 함께 있다.”

네피림은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럼 다시 그 비밀을 살릴 수 있는 거예요?”

수리가 순진하게 묻자 네피림은 눈을 크게 끔뻑였다.

“로드는 제로스톤의 불을 훔쳤지. 우리가 벌을 내렸지만 결국 수리 네가 구해 줬잖아? 우리는 네가 나비를 되살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외로운 빨간 외투의 살인 때문에 세 아빠가 바다로 빠진 것 같아요. 우린 아빠를 찾으러 왔죠.”

바닷속에서 메시지를 들으며 눈뜬 수리는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팬옵티콘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네피림은 자세한 설명을 시작하는데


수리의 질문에 네피림은 천천히 말했다.

“폴리페서가 세 아빠를 깊은 우물 속으로 밀어버렸지만 결국 그건 우리를 도와준 꼴이 된 거야.”

수리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메티스트가 네피림에게 물었다.

“수리의 아빠는 어디 있어요?”

그때 세 아빠가 나타났다. 수리는 달려가서 아빠를 와락 껴안았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도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아빠는 해맑게 웃으며 수리의 등을 쓰다듬었다.


소행성의 충돌과 덴데라 배터리

“세 아빠는 우리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종족이야. 수리 너도.”

수리에겐 충격이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폴리페서는 아빠들을 깊은 우물로 밀어 넣으면 죽어버릴 거라 착각했다. 물론 그게 폴리페서의 한계지. 눈앞의 탐욕 때문에 가까운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

네피림의 음성은 폴리페서에게 작은 동정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폴리페서는 나와 너, 그리고 세 아빠가 자신의 비밀을 밝히려고 하니까. 다 없애버리려고 한 거야. 하지만, 넌 끊임없이 동정심을 가지고 만나는 모두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풀었어. 사실은 그 모든 여정이 폴리페서의 간교한 계략으로 조종 당했지만.”

수리는 폴리페서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폴리페서는 왜 그랬을까요?”

네페림의 눈은 웃는 듯 보였다.

“탐욕을 가진 자에게 ‘왜’라는 질문은 없어. 그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뿐이야.”

“그건 사이코패스나 하는 짓이에요.”

수리가 화를 냈다.

“사이코패스가 인간의 본성이라면 믿을 수 있겠니? 문제는 그걸 통제하느냐 통제하지 못하느냐….”

네피림은 말을 다할 수 없었다. 아메티스트가 분노하고 있었다.

“그럼 난 왜 이렇게 창조한 거죠?”

“이 모든 건 그때 시작되었다.”

네피림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너희도 이미 아는 이야기일 거야. 우리 은하계는 형성 초기에 수많은 소행성이 서로 격렬하게 충돌했지. 지구가 생겨날 무렵이었어. 지구는 갓 태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어. 그때 지구의 위성인 달도 태어났고. 그런데 달이 되고 싶었던 소행성 두 개가 있었지. 이게 문제였던 거야. M소행성은 지구 옆에 붙어있기 위해 아주 작은 또 하나의 소행성 T를 약 2㎝ 정도 밀어버렸는데 그 영향력이 대단했지. 아주 조금 밀었던 것 같지만 당시는 은하 형성 초기라 폭발력이 대단했던 거야. T소행성은 돌연변이처럼 아주 멀리 튕겨나와 버렸어. 마치 우주의 쓰레기 같았지. 튕겨나온 T소행성은 멀리멀리 가버렸지만 그래도 태양의 중력권에 겨우 매달려 있었어. 태양에서 멀어지다 보니 행성의 표면은 얼음으로 덮였고 행성 내부는 채 얼지 못한 물만 남아있게 되었지. 몹쓸 행성이 되어버리고 만 거야. 우리는 이 행성을 쓰레기 행성이라고 불렀지. 그런데 어느 날 쓰레기 행성 내부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견됐어. 덴데라 항아리 안에 있는 덴데라 배터리였지. 덴데라 배터리는 돌연변이를 주도했고, 그로 인해 버려진 기계들이 심장을 가지게 된 거야. 이렇게 아메티스트처럼 창조된 기계들에게 심장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어. 그리고 스스로 진화한 거지. 배터리의 에너지를 이용한 거야. 폴리페서도 갖고 있는 것이지. 심장은 무서운 기능을 수행하게 됐어. 수리처럼 사랑·동정심·자비 이런 것들도 있지만 폴리페서처럼 탐욕과 살해를 갖기도 했어. 난 수리의 유전자가 영원히 지속하기를 원했고 폴리페서의 유전자는 멸종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폴리페서는 강했어. 원래 악은 강한 법이지.”

“그런데, 여기는 어디에요? 왜 바닷속에 있어요?”

수리가 진짜 중요한 것을 물었다.

“이곳은 시간이 왜곡된 곳이고 공간도 왜곡된 곳이야. 깊은 바닷속일 수 있지만 어떤 우주일 수도 있어.”

네피림은 친절했다.

“도대체 어느 위치에 있는 거냐고요?“

“동경 12.5도와 남위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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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 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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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