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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학교 앞 길이 사고다발지역? 안전지도 그리며 처음 알았죠

“동네 구석구석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학생의 후기입니다. 한 학생은 “지루했던 등하굣길이 새롭게 느껴졌다”고도 말했죠. 지난 6월 열린 ‘우리학교 안전지도 콘테스트’ 이야기입니다. 인천지방경찰청에서 학생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학교 주변 위험요소를 파악하자는 취지로 주최한 대회죠. 지난달 25일, 소년중앙에서는 올해 수상한 네 팀을 만나봤습니다. 학생들에게서는 전문가의 포스가 물씬 풍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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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초 안전지도

청량초
위험·안전 요소 순위 매겨 한눈에 보는 안전지도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청량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장상’ 수상 팀이 다니는 학교죠. 지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다섯 명의 학생들은 학교 주변 곳곳을 촬영한 사진을 꺼내, 지도 위에 펼치더니 각각의 위치를 짚으며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여성의 광장’ 근처 보행로는 차도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아요(김동후)”, “‘나사렛 국제 병원’ 앞 도로는 차선이 흐릿하죠(김리안).” 학생들은 대회 이후 ‘도시 전문가’가 다 돼 있었습니다.

아차, 이들에 대한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대회 공고가 난 6월, 안전 교육을 담당하는 윤수정
선생님이 전교어린이회장인 이아선 학생을 불러 참가를 권하셨답니다. 아선 학생은 같은 학년의 김리안·곽서윤·이재현·김동후 학생과 팀을 이뤄 대회 준비를 시작했죠. 교통 표지판 읽는 것도, 길 찾는 것도 서툰 학생들의 길잡이 역할은 윤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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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경찰청장상을 수상한 청량초 김리안·김동후·이아선·곽서윤 학생(맨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감까지 주어진 시간은 3주. 학생들은 현장조사부터 시작했습니다. 학교 근처를 동서남북으로 나누고 한 구역씩 맡아 위험 요소를 확인했죠. 동쪽을 담당한 동후 학생 눈에 띈 것은 차도와 분리되지 않은 보행로였습니다. “뒤따르는 차들을 계속 신경 쓰며 걸어야 했죠.” 보행로 옆에 주차된 차들도 문제였어요.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아 길을 건널 때 무척 조심해야 했죠.” 서쪽엔 술집·노래방 같은 청소년 유해시설이 많았습니다. 이곳을 맡은 서윤 학생은 “길에 서서 담배 피우는 어른들이 많았다”며 “학생들이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북쪽을 맡은 리안 학생은 골목을 빠져나오던 차가 진입하던 차와 부딪치는 장면을 보기도 했답니다.

학생들이 찾은 구역별 위험 요소는 고스란히 지도 위에 옮겨졌습니다. 아동안전보호구역이나 CCTV 등이 설치된 곳 등은 ‘안전 지역’으로 분류돼 함께 표시됐죠.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마감 당일까지 모인 안전지도의 개수는 총 607개, 그중 네 팀의 지도가 최우수작으로 선발됐습니다. 이 팀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심사를 맡은 인천지방경찰청 심명섭 계장은 “요소들에 순위를 매긴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합니다. 아선 학생 역시 “조사한 것을 그대로 옮기기보단 자주 발견된 요소 순으로 순위를 매겨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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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북초 안전지도

신현북초
3학년 학생들이 그린 산업단지 안전지도
인천 서구 원창로 147. 두 번째로 찾은 신현북초등학교의 주소입니다. 바다와 가까워 원유·철재·목재 등의 원자재를 외국에서 싣고 온 선박들과 이를 육지로 운반하는 커다란 트럭들을 쉽게 볼 수 있죠. 또 근처엔 수많은 공장과 회사들이 자리했고요. 이 일대를 통틀어 ‘인천 서부산업단지’라고 부르는데, 학교는 이곳에서 불과 36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산업단지 주변의 안전지도를 그리겠다고 용감하게 나선 이들은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입니다. 담임인 황운희 선생님의 지도 아래 같은 반 김건우·임상준·신가현·윤성아·최수현 학생이 팀을 이뤘죠. 지도 제작까지 걸린 시간은 3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황 선생님은 “덤프트럭들 사이에서 사고라도 날까 걱정이 컸다”고 말했죠. 학생들은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금세 지쳤다”고 말했습니다.

조사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학생들은 “화학물질 냄새”라고 입을 모았죠. 의료용 가스 제조 공장 등에서 뿜어져 나온 정체 모를 냄새를 말하는 겁니다. 지도엔 침대·합판 등 커다란 쓰레기가 발견된 곳의 위치도 표시돼 있었는데요. 건우 학생은 “주민센터에 신고하지 않은 대형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죠. 가현 학생은 “근처를 지나다 1~2m 길이 철봉이 인도로 굴러 떨어지는 걸 보기도 했다”고 말했어요. 한창 공사 중인 곳도 표시했는데, 상준 학생은 “매연·먼지 때문에 공사장 옆을 지날 땐 숨을 참았다”고 했죠.

‘아동안전지킴이집’은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안전지역입니다. 유괴·납치 등을 비롯한 위험에 처한 아동을 임시 보호하는 곳인데, 상점 가운데 경찰에서 지정하죠. 그런데 수현 학생은 “대회가 아니었다면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처음 알게 된 안전지역은 또 있죠. 주민 누구나 폭염을 피해 쉬어갈 수 있는 ‘무더위 쉼터’입니다. 하지만 성아 학생은 “두 곳 모두 학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신현북초의 안전지도는 ‘인천시교육감상’을 받았습니다. 심 계장은 “위험 요소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평가했죠. 황 선생님 역시 “위험 요소 위치를 표시하고 학생들이 본 것을 함께 적도록 했다”며 “이 부분이 ‘열심히 조사했다’는 인상을 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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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초 안전지도

경원초
위험 요소에 개선 방법까지 담긴 안전지도
인천 경원초등학교 학생들은 대회 준비 시작 전부터 엄청난 경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참가를 희망한 학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결국, 투표까지 거친 다음에야 최후의 5인이 선발됐습니다. 바로 ‘인천시장상’을 수상한 이 학교의 6학년 조수현·이기훈·이호준·정은서·오준혁 학생 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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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인천남부경찰서 우수상을 수상한 경원초 6학년 심현영·강다령·윤태훈·조혜람·김도훈 학생(왼쪽부터) 팀. 오른쪽엔 인천시장상을 수상한 오준혁·이기훈·조수현·정은서·이호준 학생(왼쪽부터) 팀이 섰다.

학생들은 담당 구역을 정한 후, 각자 안전 요소와 위험 요소를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도에 표시해 어떤 것들을 추가로 조사해야 하는지 토론했죠. 지도교사인 탁효진 선생님은 “토론에 임하는 아이들의 자세가 놀라웠다”고 말합니다. 학교 주변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것은 물론,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며 그 이유를 설명했기 때문이죠. 토론을 통해 제기된 개선점은 2차 취재를 통해 보충하고 틈나는 대로 모여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학교 주변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수현 학생은 “학교 앞 대로가 ‘사고다발지역’인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털어놓았죠. 기훈 학생은 “화단 앞에 담배꽁초가 잔뜩 버려진 곳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금연구역이었다”고 말했어요. 학생들은 이러한 위험 요소 옆에 앞으로의 개선 방법까지 적어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심 계장 역시 “놀이터 보수공사를 직접 요청하는 등 학생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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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초 안전지도

작동초
마을 탐험대 활동하며 업그레이드한 안전지도
인천 작동초등학교 4학년 김도연·김민채·유예현·최정윤 학생 팀은 이번에 ‘인천지방경찰청장상’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안전지도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열흘. 하지만 지도교사 신동경 선생님은 “정확히는 3개월 정도 걸린 것”이라 말합니다. 사실 학생들은 지난 4월부터 ‘마을 탐험대’로 활동하며 학교 주변 위험 요소를 꾸준히 관찰했어요. 신 선생님은 “이번에 만든 지도는 탐험대 활동을 통해 조사한 내용에 새로 취재한 내용을 더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설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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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인천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작동초 유예현·최정윤·김민채·김도연(왼쪽부터) 학생과 지도교사인 신동경 선생님이 포즈를 취했다.

어떤 내용이 추가됐을까요? 사고 나기 쉬운 곳, CCTV가 없는 곳, 가로등 수가 적은 곳 등 기본적인 위험 요소에 학생들의 풍부한 경험이 더해졌습니다. 신 선생님은 “아이들이 건물 사이에 담배꽁초가 무더기로 버려진 곳을 발견했다”며 “반복해 둘러보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곳”이라 말했습니다. 또 “보행로 위에 폐자재가 버려진 곳을 ‘넘어지기 쉬운 곳’으로 조사해 왔다”며 “이런 발견은 어른들은 하기 힘든 것”이라 덧붙였죠.

학생들은 “놀이터를 점검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을 처음 봤다(유예현)”, “생각보다 CCTV·가로등 수가 적어 놀랐다(김도연)”고 말하며 “우리 동네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죠. 이런 작동초의 안전지도에 대해 심 계장은 “표시된 위험 요소의 항목이 다양한데다 아이콘을 활용해 보기 쉽게 나타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글=이연경 인턴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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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