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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녀 차별 “애 없는 게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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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정 주택가를 걷고 있는 초등학생들. 최근 일본에서는 출산을 포기한 부부가 늘고 있다.

자녀가 없으면 불행해진다’"

도쿄의 한 사립대학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야마모토 켄지(41)는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동료 직원이 자녀 입학식, 참관 수업, 운동회 등 이벤트 참가를 이유로 휴일에 대신 출근해주길 부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야마모토는 10년 전쯤 미혼이었을 당시 겪었던 일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지도교수는 ‘아이를 키워야 좋은 교육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자녀를 관찰하다 보면 논문 내용이 바뀐다’라며 타이르듯 이야기했다. 지금도 그러한 가치관이 교육현장에 뿌리깊게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직접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하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아이가 없는 것’을 자각시켜 당사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을 느낀다. 올해 36세인 아내와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나 11년 전에 결혼했다. 결혼 후 검사를 통해 아내가 아이를 갖기 어려운 몸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도 자녀를 갖기에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다고 생각했다.

부모로부터 ‘아이는 안 가질 거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도 줄었다. 하지만 묘 자리 등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어떻게 할지, 집안의 대가 끊기면 어떻게 할지 막연한 불안감도 있다. 집 근처에는 지은 지 60년 된 연립주택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있다.

매일 편의점에서 과자랑 빵만 사다 먹는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주변에서는 ‘자식의 성장을 지켜보며 오래 살고 싶다’고 건강을 신경 쓰는 사람도 늘었다. 만약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나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 노인처럼 안쓰러운 노후를 보내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뇌리를 스친다.
‘아이 안 가질 거냐’ 질문엔 ‘밤일에 서툴다’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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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에서 육아에 적극적인 남성인 ‘이쿠멘(교육·양육을 의미하는 일본어 이쿠(育)와 남성을 뜻하는 멘즈(メンズ)를 결합한 신조어)’을 예찬하는 기사를 보고 질릴 때도 있다.

그런 분위기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자녀가 없는 사람에게 업무가 몰릴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무자녀 차별이다. 아이가 없는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행위다.

저출산이 진행되는 가운데 세간은 아이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녀가 없는 부부에게는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물어보는 것조차 고통일 때가 있다.

“집단 따돌림 구조를 설명한 사회학 이론이 있다. A군은 놀리고 있는 거고 B군은 놀고 있는 것, C군은 장난치고 있다는 식으로 각각은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도 그것이 반복됨으로써 그 대상인 D군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고통을 느낀다. 따라서 괴롭힘인지 아닌지는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의하게 됐다. 어쩌면 무자녀 차별도 마찬가지 구조가 아닐까?”

여행 관련 자영업을 운영하는 와타나베 준이치(40)는 결혼한 지 3년째 되는 해에 무정자증 진단을 받고 아이가 생기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수술 등 치료방법이 없지는 않으나 43세인 아내와 이야기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아내와는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다 알게 돼 결혼한 지 17년째다. 사이도 좋다. 휴일에는 항상 함께 행동한다.

서로 취미랄 건 그다지 없지만 보고 싶은 TV프로그램도, 듣고 싶은 음악도 비슷하다. 사고방식까지 닮아 마음이 잘 맞는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 다른 큰일을 수행하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 자신감을 갖고자 한다.”
하고 싶은 일, 원하는 것 하는 게 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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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는 회사에 다녔지만 사내 회식에 가지 않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회사는 ‘일만 하는 장소(공적인 장소)’라고 생각해 실적을 올리는 것에 전력을 다했다.

“회사에서 사적인 것을 이야기한들 좋은 반응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도록 행동했다.” 거래처 고객들이 아이가 있는지 종종 물어봤다. 그 때마다 ‘내가 애라서 애를 키울 수 없다’ ‘밤일이 서툴다’라고 농담조로 받아 치며 화제를 딴 곳으로 돌렸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원인을 솔직히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난색을 표할지 모른다. 서먹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상대방에게 신경을 썼다.”

부모님 역시 ‘손자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 와타나베와 아내 모두 형제의 자녀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이 떠나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아이 이야기는 역시나 민감한 부분이다.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묻는 건 상관없지만 ‘어째서’라고 묻는 것은 배려심이 없는 행동이다. ‘아이를 갖지 못해서 그런데 뭘 해줄 수 있느냐?’고 역으로 물어보고 싶어진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게 아니라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부부도 있다. 도쿄도 후츄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무라마쓰 토시카즈(38)는 결혼 3년차다. 잡지에 결혼 소식이 실린 적도 있어 가게에 오는 손님이나 지인들이 아이는 언제 가질 건지 물어보곤 한다.

“사람들은 ‘아이는 안가져?’라던가 ‘아이가 있으면 좋다’고 권유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중 95%는 그렇다고 할 만큼 화제에 오른다.”

아이를 가질 것인가에 대해 30대인 아내와 1년에 걸쳐 다양한 미래를 상상해봤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결과 ‘아이는 갖지 말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내와의 인연은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손님으로 오면서 시작됐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 피아니스트가 됐다. 연간 약 100회나 되는 콘서트를 위해 각지를 돌며 활약한다. 그런 아내의 직업을 존중하며 응원하고 싶다. 무라마쓰 자신도 돈과 시간을 가능한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신이 꿈꾸는 이상에 가까워지려 노력해왔다. 차·시계·의복·주거환경 등 보다 좋은 것을 추구해왔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헬스장에 가 몸을 단련하거나 정기적으로 일본 국내 및 해외 여행을 하며 다양한 바(bar) 문화를 공부했다.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청소년 육성사업에 참가해 카누를 가르친다. ‘돈과 시간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무라마쓰 부부의 생활을 유지해가려면 역시 아이를 갖는 것은 힘들다.

2010년 국세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부부세대 수는 1024만 세대에 이른다. 그중 양육세대라고 할 수 있는 아내의 나이가 15~54세인 세대는 289만 세대로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병원에서 일하는 가토 카요(32)는 결혼 8년차로 34세의 의사인 남편과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접하다 보면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거나 부모와의 관계가 순탄하지 못한 경우를 보게 된다. 가토는 생각한다. ‘나는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아이에게 애정을 쏟아 부으며 키우는 것이 가능할까?’

육아는 도중에 그만둘 수 없다. 거기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30세를 코앞에 두고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인생에서 육아 경험은 필요하다’는 것을 납득하지도 못하거니와 안 가져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밤 함께 식사를 하며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는 등 부부의 생활에 충실하다. 가토는 두 사람의 시간을 소중히 하려 한다. 사람들은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선택을 좀처럼 이해해주지 못한다. 직장에서는 ‘그렇게 아이를 갖기 힘든 거냐’ 걱정해준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고민이 있다면 솔직히 털어놔봐라’고 신경 써주기도 한다. 그는 독신이지만 가족과의 유대감이 강해 ‘아이는 행복의 상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쪽이다. 아이가 있는 친구는 출산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인데 갖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치면 갖지 못한 자가 되라.” 그 친구와는 점차 사이가 소원해졌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불효가 아닐까?’라는 부모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다. 자신은 부모가 소중하게 키웠는데 그것을 헛되이 되돌려 줄 셈인가? 남편은 자신의 부모와 친척들에게 의연한 태도로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한다.

어쩌면 남편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은 아닐까? 그런 기분을 영어회화학원에서 이야기했더니 미국인 강사는 “인생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어째서 거기에 부모를 관여시키는가?”라는 예상치 못한 대답을 해서 깜짝 놀랐다.

이러한 심정도 남편에게는 숨기는 것 없이 털어놓았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라는 사고는 부부가 서로 일치한다. 물론 나중에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3개월에 한 번 피임약을 받으러 갈 때마다 서로의 의사를 확인한다.
‘나는 불효자일까?’ 부모에게 죄 짓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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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는 것과 동시에 1인당 1000만엔의 빚을 떠안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치바현에 사는 스가야마 미호(29)는 아이 셋을 키우는 이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만 떠올리면 불안감에 휩싸인다.

스기야마는 비정규직 근로자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나 파견사원으로 근무하며 정규직이 되려 노력했지만 안정된 직장을 얻는 일은 쉽지 않았다. 스기야마는 열 달 전부터 콜센터에서 계약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달 실 수입은 약 22만엔(약 240만원)이다.

회사측은 2년 동안 일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주겠다고 하지만 1년 넘게 남은 일이라 알 수 없다. 스기야마에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난 동갑내기 약혼자가 있다. 남자친구의 직업은 규동(일본식 소고기덮밥) 체인점의 심야 아르바이트다. 현 직장에서 정규직이 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정규직의 경우 초봉이 약 17만엔으로 지금보다 더 낮아 좋을 게 없다.

실제로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부부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부모의 나이와 경제적 부담이다. 결혼 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가운데 아이를 가질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일단 고령 임신·출산은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이유도 크다. 자녀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식비나 교육비를 포함해 중학교 졸업까지 대략 1900만엔(약 2억원)이 필요하다. 15살까지 매년 평균 126만엔이 든다.

연 수입 500만엔인 부부의 경우 수입의 4분의 1을 육아에 지출한다는 소리다. 집세나 대출, 자신들의 식비와 세금 등을 고려한다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더구나 자녀가 고등학교·대학교에 진학한다면 교육비만 최저 580만엔이 필요하다. 자녀가 사회인이 되는 22년 간 최저 2400만엔(약 2억6000만원)은 든다는 계산이다.
‘이 정도 월급으로 자녀 키울 수 있을까?’

도쿄에서 부부 둘이서만 살고 있는 40대 초반의 가타오카는 이렇게 묻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을 부쩍 장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런 축복 받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가타오카는 결혼 후에도 얼마 간 정규직으로 일했으나 지금은 주 3일 수퍼에서 하루 4시간씩 파트타이머로 근무하고 있다. 32살에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을 당시에는 아이를 원했다. 하지만 35세 즈음에는 나이와 건강,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했다.

가타오카는 취직빙하기(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취직이 어렵던 시기를 일컫는 용어) 세대였지만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다. 이후 커리어 신장을 위해 전직했지만 남성과 동등한 업무 방식에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30대 초반에 결혼, 전업 주부가 돼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는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아이를 낳아 어린이집에 맡기고 파트타이머로 일하고자 했으나, 남편은 ‘정규직이 맞벌이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었다. “그 시점에서 아이를 갖는 꿈은 산산조각났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가 없는 이유에 대해 세대 연수입이 낮을수록 ‘양육이나 교육에 드는 돈이 너무 많다’ ‘고용이 불안정하다’라는 이유가 상위에 오른다. 한 인쇄소의 영업부에 근무하는 다나카 다이스케(44)는 독신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한다.

파견사원인 29세의 여자친구에게도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다나카가 꿈꾸는 이상적인 결혼은 아이를 갖지 않는 사실혼이다. 다나카가 30세 때, 당시 일하던 회사의 상사가 건넨 말을 잊을 수 없다. 마침 매출이 떨어진 시기였다.

“너는 아이가 없으니까 책임감이 없는 거다.” 그 때 독신인 사람은 동기 20명 중 다나카를 포함해 2명뿐이었다. 상사의 말에 화가 벌컥 났지만, 이내 결혼해서 아이를 갖자고 마음먹었다.

30대가 된 후 회사의 복리후생에 포함돼 있는 결혼상담소에 가입했다. 거기서 만난 여성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연봉에 관심을 가졌다. 전업주부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연봉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맥이 빠져버렸다.

이후 사귀게 된 여성이 ‘결혼하자.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그대로 보여주며 ‘내 월급이 이 정도인데 생활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가’라고 이야기하며 거절했다.

연봉은 500만~600만엔 사이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평균 연봉보다는 조금 높다는 건 알고 있지만 상대 여성이나 미래에 생길 아이를 고생시키지 않고 싶기에 700만~800만엔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갖는다면 경제적인 여유를 갖고 상대방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점점 강해져 마침내 아이를 갖는 일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하게 됐다.

아이가 없는 가정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오늘날, 저출산 대책이라는 대의명분을 표방하지만 말고 아이 없는 부부가 주눅들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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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