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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좋고 매부 좋은 ‘왕들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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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식품 업계에 리뉴얼 열풍을 일으킨 오리온 초코파이 바나나, 빙그레 옐로우 카페, 롯데 월드콘, 해태 홈런볼(왼쪽부터).

무명 가수가 스타가 되기도 어렵지만, 왕년의 스타가 다시 인기를 얻는 일이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 들어 제과 업계에선 과거 인기를 누린 ‘간판 상품’이 회사의 매출을 이끌고, 나아가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오리온 초코파이(1974년), 빙그레 바나나맛우유(1974년), 해태제과 홈런볼(1981년) 등 30~40년 만에 새로운 맛이나 포장으로 변신한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성공의 비결은 익숙함과 새로움, 반대되는 것의 절묘한 조화다.

게다가 이렇게 탄생한 ‘리뉴얼(Renewal)’ 제품이 기존 오리지널 제품을 죽여서도 곤란하다.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과자 업계 ‘왕들의 귀환’ 사례를 정리해 봤다.

1974년 당시 동양제과(현 오리온)가 야심차게 내놓은 초코파이는 42년 만인 지난 3월, 창립 60주년을 맞아 ‘초코파이 바나나’라는 형제를 맞게 됐다. 갑자기 나온 바나나맛이 아니다.

2013년부터 강수철 파이개발팀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연구원이 3년 간 딸기·헤이즐넛 등 20여 가지 맛을 후보로 놓고 실험하다 최종 낙점한 작품이다. 초코파이 마시멜로 부분에 생 바나나를 넣어 부드러움과 풍미를 극대화하고, 파이 부분에는 우유·계란 함량을 늘려 폭신폭신한 식감을 강화했다.

이 익숙한 신제품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2030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돼 출시 초기 매장 진열과 동시에 전량이 판매되는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지난 6월까지 약 7500만개가 팔렸다. 매출 230억원을 기록했다.
 
초코파이 바나나, 식품 업계에 바나나 트렌드 몰고와

흥미로운 건 초코파이 바나나가 기존 초코파이 매출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초코파이 오리지널의 4월 판매량은 초코파이 바나나가 출시되기 전인 2월 대비 21%나 늘었다.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오리지널 제품에까지 확산된 셈이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올해 식품 업계 전반에 본격적인 ‘바나나 트렌드’를 불러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초코파이와 같은 해 출시된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와 투게더도 올해 다시 전성시대를 맞았다.

바나나맛우유는 당시 누구나 동경하던 바나나 맛에 통통한 항아리 모양 용기 덕에 날개 돋힌 듯 팔렸고, 가공유 시장에서 지금까지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1500억원, 해외에선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빙그레는 지난 3월 제품의 맛을 바꾸는 대신 바나나맛우유를 테마로 한 ‘옐로우카페(Yellow Cafe)’를 개점했다. 바나나맛우유를 주요 재료로 사용해 라떼와 쉐이크, 소프트 아이스크림 메뉴를 판매하는데, 월 평균 매출이 1억원 수준으로 현대시티아울렛동대문점에서 운영 중인 카페 매장 중 1위다.

특히 바나나맛우유 모양을 재현한 열쇠고리(키링)와 텀블러, 머그컵 등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가로 재 판매 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장수 음료수 제품 하나가 테마 카페라는 형태로 사업 영역을 넓혀 또 다른 인기 상품을 양산해 낸 것이다. 바나나맛우유 제품 자체 매출도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나 증가했다.

빙그레 조용국 홍보팀장은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까 고민하다가 카페 형태를 생각해 냈다”며 “친숙한 제품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온·오프라인에서 공유 확산이 일어나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42년 간 ‘온 가족이 함께 떠먹는’ 아이스크림이었던 빙그레 투게더는 1인용 싱글컵으로 재단장했다. ‘작은 사치’로 요약되는 디저트 문화를 반영해 고급 재료를 쓰고 맛도 다양화했다. 빙그레는 최근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에 주목해 지난 6월 900mL짜리 기존 투게더 용량을 처음으로 8분의 1 수준인 110mL로 줄였다.

맛도 기존 바닐라맛 외에 씨솔트카라멜, 그린티라떼 등 고급 디저트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맛을 추가로 내놨다. 투게더 소용량 제품은 출시 한 달 반 만에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해태제과의 홈런볼은 1981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탄생한 과자답게 최근의 역동적인 키덜트(Kidult) 문화를 흡수했다. 어린이는 물론 20~30대 젊은 세대들도 캐릭터 상품을 선호하는 문화가 계속 강화하면서 35년 만에 홈런볼의 야구소년 캐릭터를 새롭게 리뉴얼한 것이다.

기존 야구배트를 들고 있는 모습 외에 스윙하는 동작(3개), 공 던지는 동작(3개), 멋진 수비 동작(3개), 베이스 동작(2개), 포수(1개) 등 총 12가지 다양한 모습을 포장에 담았다. 해태제과는 이들 캐릭터를 활용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6월부터 홈런볼 까망베르치즈맛을 보다 대중적인 크림치즈맛으로 리뉴얼했다.

롯데제과는 올해 간판 상품 2개가 동시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한창 고무돼 있다. 주인공은 ‘몽쉘’과 ‘월드콘’이다. 1990년 ‘몽쉘통통’이란 이름으로 출시된 ‘몽쉘’은 올 들어 6월까지 매출이 450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났다(99년 이름에서 살찌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통통’을 없앴다).

올해 매출은 작년의 두 배인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엔 지난 3월 출시된 ‘몽쉘 초코&바나나’의 인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출시 이후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는 기세를 몰아 최근 ‘몽쉘 그린티 라떼’와 ‘몽쉘 코코넛&밀크’등으로 몽쉘 라인업을 확대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월드콘은 올해 빙과 시장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5월까지 비수기임에도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매출 320억원을 기록했다.

호실적에는 최근 1~2년 전부터 30주년을 앞두고 포장 디자인을 리뉴얼하고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맛을 속속 내놓은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롯데제과는 월드콘 바닐라를 ‘월드콘 마다가스카르바닐라’로, 월드콘 커피를 ‘월드콘 헤이즐넛’으로 바꾼 데 이어 체리베리와 바나나 맛을 선보였다.
 
빙그레, 테마 카페로 사업영역 넓혀

제과 업계가 이렇게 최근 장수 제품 리뉴얼에 나선 건 제품 개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익숙함과 친숙함을 갖는 제품은 새로운 맛을 내놓더라도 거부감이 덜 해 성공할 경우 브랜드 노후화를 막고, 젊은 고객과 기존 고객 양쪽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섣불리 이것저것 맛을 추가했다가 오히려 기존 제품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오리온 이영균 이사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리뉴얼 제품이 기존 제품의 매출을 갉아먹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오리지널 제품과 철저히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력과 별개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SNS 등을 통해 즐거운 화제가 될 수 있도록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마케팅)’ 등으로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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