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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형 전기차 만드는 김영일 이엘비앤티 대표] 레고처럼 부품 붙였다 떼는 전기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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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이엘비앤티 대표는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내년부터는 모듈형 전기차의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는 2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현대 기계과학의 정수다. 자동차의 앞뒤 바퀴를 잇고 모든 부품의 발판이 되는 뼈대(프레임),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심장(엔진), 외골격(섀시)과 피부(강판) …. 그런데 지난 2~3년 전부터 시작된 자동차 혁명은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의 힘으로 달리는 전기자동차 등이 예다.

시대의 급변 속에 곳곳에서 혁신적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분출하고 있다. 김영일(61) 이엘비앤티(EL B&T, Electrical Life Business and Technology) 대표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현재 출시되는 전기차 대부분이 여전히 내연기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단지 배터리를 운반하는 차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그는 자동차의 부품·장치를 레고 블록처럼 떼었다가 붙일 수 있는 모듈형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내년에는 시판에 나선다.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사장을 역임한 자동차 전문가인 김 대표가 어떤 성과물을 들고 나올지 궁금증이 커진다.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3 등의 모델이 한번 충전에 100km를 달릴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장이다. 주석을 살펴보면 ‘60km로 정속 주행하고 히터나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란 단서가 붙어있다. 테슬라를 비롯해 BMW·GM 등 대부분 회사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는 모든 전자 장비를 배터리만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심하다. 때문에 이 부분을 빼고 주행거리를 측정해서는 안 된다. 시판 중인 차량의 배터리 효율도 형편없다. 모델3는 원형의 튜블라 타입 배터리를 5000여 개나 집어넣은 걸로 아는데, 이 정도면 ‘배터리 운반차’에 가깝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성능을 제시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전기차 기술이 뒤쳐진 것 같다.

”현대차의 경우 기존 전략인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를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버리지 못한 게 문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소품종 대량 생산이 핵심이다. 싼 차를 대량으로 만들어야 이윤이 남기 때문에 기존 콘셉트에 미련이 남게 마련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장이다. 파워트레인부터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전기모터는 자동차의 전·후·좌·우 어디에 설치해도 문제가 없고, 파워트레인에 따라 자동차 디자인·소프트웨어도 달라진다.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 그런데 현대차는 내연기관의 형태 안에 전기모터를 집어넣으려고만 생각한다.”

-한국에 테슬라 같은 전기차 업체가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기차 개발회사는 전자·자동차·특수부품 등 3개 분야의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전자는 삼성, 자동차는 완성차 제조사 등 각각 역량이 분산돼 있다. 모터와 인버터·배터리·배터리제어시스템(BMS) 등 특수부품 개발 역량까지 갖춰야 한국판 테슬라가 될 수 있다.”

-전기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모듈화다. LG전자의 스마트폰 G5의 경우 마치 레고 블록처럼 배터리·카메라 등 각각의 모듈을 끼워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전기차도 이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 BMS 모듈, 모터와 인버터를 합한 모듈, 차량 인테리어 모듈 등 여러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모든 부품을 모듈화하면 레고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모듈을 구매해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대로 차를 만들 수 있다. 모듈형 전기차는 거대한 변화를 이끌 것이다.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워지고,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진다. 완성차보다 모듈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공업사 등이 대행하던 사후관리시장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모듈형 전기차에 대한 준비는 언제부터 했나.

“이엘비앤티를 설립한 이래로 7년 동안 모듈형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력 확보에 매진했다. 자본력이 부족해 생산력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생산력은 있지만 기술력이 없는 CT&T 같은 회사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제 실제 생산 단계에 돌입한다. 공장 설립을 위해 광주시 등 지자체와 논의 중이며, 내년 상반기 실제로 양산에 나설 것이다. 현재 22개국에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동유럽 1개국과 동남아시아 4개국에는 생산 요건을 갖추면 라이언스 계약도 한다. 이엘비앤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전기차 개발 기술을 이전하는 조건이다.”

-브랜드 노출 없이 기술만 이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하나.

“고객사가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면 이엘비앤티는 모듈을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조립은 고객사가 하겠지만, 전장부품·섀시·배터리 등 모듈은 모두 이엘비앤티가 만든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객사가 자국의 판매망을 넓히면 넓힐수록 이엘비앤티의 매출도 커진다. 과거 미쓰비시자동차는 현대차에 파워트레인을 제공하고 교육비로 추가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우리도 트레이닝 비용을 받을 수도 있다. 더불어 완성차를 판매하는 것보다 모듈을 수출하면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고객사가 이엘비앤티의 플랫폼을 선택할 만큼 차별화된 특징이 있나.

“기술력이다. 고속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와 핵심 부품 제조 기술을 보유했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는 모두 2단 변속기를 쓰지만 이엘비앤티는 전기차 전용 7단 트랜스미션을 자체 개발했다. 에어컨이나 히터의 소비전략을 최소화하는 공조장치 시스템도 개발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동남아시아의 한 기업에 기술 제공을 했다. 배터리 효율도 매우 높여 내년이면 배터리 1개로 100km 주행을 할 수 있다. 기술개발 비용도 아반떼의 10분의 1 수준인 400억원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효율적으로 기술 개발을 했다. 회사의 규모 때문인가.

“모든 조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현대차 재직 시절 조직 통합과 기능 세분화를 제안한 적이 있다. 직무 단위로 꾸려진 형태의 부서를 해체해 연구개발(R&D)·디자인·마케팅·상품기획·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한 팀에 모여 있는 식이다. 유조선처럼 거대한 현대차 조직을 모터보트처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워낙 조직이 방대해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선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다. 만약 당시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 처음으로 전기차 생산에 맞는 다품종 소량화 조직을 구축했을 것이다.”

김영일 대표 - 독일의 부퍼탈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학·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부쎄디자인, 한국 쌍용자동차, 영국 팬터자동차에서 근무했다. 1995년 현대차그룹에 입사해 디자인연구소·상품전략총괄본부·선행전략실 등을 거쳤다. 2009년 3월 현대차 자회사인 이노션월드와이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레오모터스·이엘비엔티를 설립했다.


김유경·문희철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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