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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드로잉’ 권하는 권인수 작가, 피카소처럼 생각하고 다빈치처럼 기록하라

창의력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 새로운 시각으로 같은 대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경제리더들에게 ‘다빈치 드로잉’을 권하는 권인수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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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빌 게이츠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다빈치의 노트북 ‘코덱스 해머’를 3080만 달러(당시 246억 4000만원)에 구매했다. 그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코덱스 해머를 보고 다빈치의 천재성을 엿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 천재성의 바탕은 다름아닌,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는 습관이었다. 피카소도 다빈치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뉴욕에서 프랑스 창작 요리를 선보이는 미슐랭 3스타 쉐프 데이비드 불레이의 스승은 로제 베르주다. 베르주는 요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피카소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피카소는 이렇게 대답했다. “매일매일 무조건 요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 내가 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지.” (츠지 요시키,『미식의 테크놀로지』)

다빈치 드로잉이란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자기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입사 초기 영업사원 시절에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나눠주던 샘플을 아직도 간직한다. 20여 년 전 그때의 초심을 기억하고자 샘플을 그렸다. 소중한 물건과 추억을 기록하니 의미가 새롭다.” (다빈치 드로잉 강의를 들은 LG U+의 한 임직원)

양귀비에 반한 ‘그림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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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수 작가의 대표작인 양귀비 그림을 보면 활력과 ‘원기’가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새 생명을 잉태할 것처럼 오묘하다

그림을 잘 못그린다고?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그림 실력이면 된다. 나뭇가지로 먹을 찍어서 그려도 좋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 그리고 꾸준히 그리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하다 보면 내 안의 창조 본능이 깨어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대상을 관찰하는 동안 보던 대로 보지 않고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비로소 통찰에 이르고 도전과 혁신이 가능하다.”(다빈치 드로잉 강연을 듣고난 후기 중에서)

권인수 작가(54)의 별명은 ‘그림 산적’이다. 자신의 외모를 우락부락하다고 표현한다. 어느 날 그 산적이 양귀비에게 홀딱 반했다. 꽃을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다가, 어느 새 홀린 듯이 그리고 있더란다. 그래서 전시회 제목도 ‘딱 반하는 순간’이라고 지었다. 6월의 첫날, 양귀비 꽃이 만개한 경기도 판교의 아트담 갤러리에서 권 작가를 만났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은 항상 화가라고 적었죠.” 그럴만도 했다. 미술 시간이 끝나면 게시판에는 권 작가의 그림이 꼭 붙어있었다. 그림을 본 반 친구들이 너도나도 칭찬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화가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권 작가가 면서기가 되길 원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건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였다. 이름난 미술학원을 갈 처지가 못돼 어느 화가의 제자로 들어갔다. 첫 스승이 동양화를 그렸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자주 보고 손에 익은 동양화를 전공하게 됐다.

대표작은 양귀비. 권 작가의 작품은 유화보다 더 다양한 색감을 자랑한다. “동양화에 이렇게 (다양한) 컬러를 쓰는 사람이 별로 없대요.” 권 작가는 양귀비의 색깔을 한지 위에 번지듯 구현해 냈다. 초록색을 제외한 모두가 양귀비 본연의 색이다. 권 작가의 양귀비 그림을 보면 활력 같은 ‘원기’가 느껴진다고들 한다. 양귀비 꽃의 정면을 그려 다른 꽃보다 훨씬 크고 튼튼한 수술과 암술을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금방이라도 새 생명을 잉태할 것처럼 오묘하다.

피카소가 거장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당시 고정된 시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투시도 일색의 화풍과 달리 여러 시점을 한 그림에 모두 표현했기 때문이다. 창의력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 새로운 시각으로 같은 대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창의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바로 ‘관찰’이다. 매일 그림 그리기를 하면 자연스레 대상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고, 관찰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얻을 수 있다. 창조란 거창한 게 아니다.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새로운 것을 뚝딱 만드는 그런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게 권인수 작가의 생각이다.

창조역량 키우고 힐링효과 까지
권 작가가 경제리더들에게 그림 강의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2013년 초여름, 현대자동차 디자인실 연구원들이 회사 대신 아트담 갤러리로 출근했다. 권 작가와 두 달 동안 ‘생활’하기 위해서다. 권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 디자이너들도 그림을 그리고, 권 작가가 산에 가면 디자이너들도 산에 갔다. 이 경험이 ‘다빈치 드로잉’ 강연의 모태가 됐다. 권 작가는 이제 기업에서도 창조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개념화하고 발전시킨 다빈치 드로잉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강의를 들은 한 기업체 간부는 “다빈치 드로잉을 통해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겸손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다빈치 드로잉은 힐링 효과도 있다. “사람에겐 생존 본능과 창조 본능이 있어요. 생존 본능이 해소되고 나면 창조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죠. 그림을 그리면 창조 본능이 해소되면서 저절로 힐링이 돼요.” 대표적인 예가『모든 날이 소중하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대니 그레고리다. 대니 그레고리의 아내는 지하철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 고통스런 나날 속에서 대니가 희망의 빛을 찾은 건 그림 그리기 덕분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관점을 찾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안에 권인수 작가의 책이 나온다고 한다. 제목은『다빈치 드로잉』(가제). 내년 6월쯤 아트담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판교에 전시공간 겸 작업실 아트담 갤러리를 세웠다. 굳이 서울 도심에서 전시회를 열지 않아도 “찾아올 사람은 찾아오더라”고 그가 말했다. 첨단을 사는 권 작가는 SNS 사랑이 유별나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작업과정도 모두 공개한다. 그 과정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권 작가의 팬이 되었다. 실제로 블로그 포스트에 댓글이 여럿 보인다. 팬들과 소통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참으로 개방적인 화가다.

다음엔 무엇을 그릴 거냐고 묻자 권 작가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기다리고 있단다. ‘딱 반하는 순간’을.

양미선 포브스코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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