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박재현의 시시각각] 김영란법, 호들갑 떨 일 아니다

기사 이미지

박재현
논설위원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위헌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렸을 때다.

▶재판관=청구인들께서는 국가의 형벌권이 민간 부문에는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청구인=이번 사건의 ‘정의 조항’은 언론과 교육 등 사적 영역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으로, 헌법상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과 사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재판관=다시 여쭤보겠습니다. 국가 공권력의 행사는 공적 부문에만 한정돼야 한다는 의미인지요.

▶청구인=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김영란법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 적용 대상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됐다. 왜 하필이면 “사학재단과 언론이냐”는 불만이 거셌다.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공성이 만만치 않은 법률과 의료, 금융 부문은 제쳐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졸속과 보복성 입법”이라는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헌재의 이번 사건은 국가 공권력 행사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온 직후 심사에 관여했던 한 법조인의 설명.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금연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시내만 하더라도 금연지역이 구(區)마다 다르고, 단속 상황도 천차만별이다. 그렇다고 공권력이 민간의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했고, 평등성을 침해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헌재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얼떨결에 사실상 ‘공직자’가 돼버린 당사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패 행위 근절을 이유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국가의 감시망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없앨 수 있다는 발상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벌써부터 인터넷 등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의 ‘사회 상규’마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중증의 응급환자가 대학병원 직원에게 빨리 치료를 받게 부탁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김영란법을 겨냥한 파파라치들이 극성을 부릴 것이다” 왜 우리는 모든 사안에 대해 극단적 사례를 들이대며 호들갑을 떨까. 응급환자 가족들이 병원 직원에게 부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는다면 그게 법이라고 생각하나. 김영란법을 악의적으로 적용할 경우 이 같은 극단적 사례가 나올지 모르지만 이는 과민 반응이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 기관들에 대한 불신과 부패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추락한 자존감이 버무려지면서 나타난 현상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법 시행 이후 생각하지 못했던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과 검찰 등의 치졸한 보복 수사나 실적 올리기식 함정 단속들도 예상할 수 있다. 한 관계자의 설명. “ 당분간 시민들의 행정민원이 올 스톱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으로 법 시행은 피할 수 없게 됐다. 17분 만에 뚝딱 이뤄진 국회의 졸속 입법에 헌재는 입법자의 결단이 자의적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그럴듯하게 포장도 해줬다.

그렇다고 김영란법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헌재도 “국가가 입법 목적을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전제로 위헌성을 심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이 시행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바탕으로 또다시 위헌법률심판 소송을 내겠다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지, 법의 실효성을 비판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있는 부패 구조의 사슬을 없애야 한다는 보편적 과제를 안고 있다. 3만원 이상의 밥과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면 혹독해져야 한다. 호들갑을 떤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박재현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