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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박근혜식 외교안보, 그 4개의 불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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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검찰 출신 인사들의 연이은 비리부터 사드 배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더 심각한 건 남북관계다. 교류와 협력의 상징이던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은 폐쇄되었고 북한의 막가파 행보와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 작동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서울과 평양 사이 대화 채널의 현실은 이러다 파국적 결말을 맞는 건 아닌지 하는 종말론적 기우마저 낳을 정도다.

정부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외교 대통령’ ‘안보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을 믿는 것일까. 오늘의 어려운 상황이 지나가고 북한이 ‘변화의 임계치’에 다다르면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이뤄 한반도와 동북아에 영구 평화와 번영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아적 주문마저 떠돈다. 그러나 작금의 외교안보 행보를 복기해 보면 그럴 능력은 고사하고 불가사의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불가사의한 것은 정책 기조와 태도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균형외교, 통일 대박론 등 창의적인 어젠다를 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그러나 남북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진 지금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은 거론조차 불가능해졌다. ‘사드 쓰나미’가 덮치고 나자 균형외교도 설 자리를 잃었고, 통일 대박론이 구두선으로 끝나는 바람에 통일준비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에 가깝다. 간판 정책이 이렇듯 지리멸렬한데도 정작 당사자인 정부는 일언반구도 없다. 해명은 고사하고 아예 잊혀진 정책이 되고 있다. 전임 정부의 ‘747 공약’보다 더 허망하게 보이는 이유다.

사드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셈법 또한 불가사의하다. ‘다른 대안 있으면 제시해 달라’는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사드는 ‘신의 한 수’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다르다. 주한미군의 사드 1개 포대를 성주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deterrence)도 북한의 행태를 바꾸는 강압(compellence) 수단도 되지 못한다. 본질적으로 사드는 레이더 기능을 제외하고 나면 방어적 요격기제다. 이렇듯 군사적 유용성이 제한돼 있는 사드 배치를 허용함으로써 정부는 안과 밖에서 커다란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던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임기가 충분히 남지 않은 박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인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바다. 사드 배치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미 동맹이 깨질 리는 없다. 그러나 배치 결정 공식화 이후 중국의 적대적 반응은 이미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어찌 이런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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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불가사의는 냉전 회귀형 외통수 외교 노선이다.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에 대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것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압박만이 한국 외교의 모든 것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대통령의 정상외교 행보는 양자와 다자를 가리지 않고 북한 고립이라는 목표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3세계 국가를 찾아다니며 오로지 이 목표만을 위해 외교적 자원을 쏟아붓는 일은 1970년대 냉전외교를 연상케 한다. 게다가 북한은 참석하지도 않은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북한 문제가 거론된 것을 두고 외교적 성과라고 자랑하는 모습 역시 어울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국격(國格)과 시대를 고민한 결과인지 의문을 피할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국가 지도자들은 대부분 전쟁으로 향하는 길을 피하고 대신 위험을 최소화하며 안전을 극대화하는 보수적 정책을 취한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불가사의하게도 그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황 악화를 막는 최선 혹은 차선의 선택을 애써 외면하고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으로 일관하며 상황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북이 핵미사일을 가져봐야 사드와 패트리엇만 있으면 막을 수 있다’는 비현실적 신념이나 ‘정 필요하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객기 모두 위태롭기는 매한가지다.

61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겉으로는 소련과의 핵전쟁 불사를 내걸었던 케네디 대통령은 비밀 협상을 통해 터키와 이탈리아 남부에 배치됐던 주피터 미사일 철수와 소련의 핵미사일 철수를 맞바꿈으로써 위기를 타결했다. 훗날 역사가들은 이를 국민에 대한 ‘전략적 기만’이라고 혹평했지만 전쟁을 막아냄으로써 미·소 두 나라의 2억 인구를 구한 그의 용기는 지금까지도 경의를 받고 있다. 최악의 순간에도 ‘다른 길’을 모색하는 지도자의 지혜에 대한 존경이다. 이러한 용기와 상상력은 정녕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일까.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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