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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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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심사평

낭만적 소재 네잎 클로버 통해
화합·배려 일깨워 강렬한 여운

장마와 폭염 속에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7월, 이 달의 응모작품 역시 뜨거운 열의로 가득 차 있었다.

시조 장르에 대한 올곧은 확신을 개성적인 자기 목소리로 풀어내는 작품들 중에서도 고봉선의 ‘네 잎 클로버’는 장원에 오르는 데 손색이 없었다. ‘네 잎 클로버’의 육화된 눈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배타주의의 편협한 경계를 허물고 화합과 배려의 열린 마음을 일깨운다.

세 잎과 네 잎의 차이에서 ‘틀리다 손가락질’ ‘장애다 비장애다’라는 소외와 차별을 읽어내며, ‘풀밭을 더듬는’ ‘책갈피 사이사이로 고이 끼워 놓’는 ‘손’을 통해 ‘사랑 받기 위해 하트 하나 끼워 놓’고 ‘행운’을 ‘숨어서 지킨’다고 풀어냈다. 서로 배타적인 계층 간의 상생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형상화한다. ‘네 잎 클로버’라는 낭만적 소재를 사회의식의 각성 소재로 활용한 독특한 발상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차상에 오른 신윤하의 ‘선인장’ 역시 식물적 상상력을 발휘해 ‘선인장’에 어머니의 인격을 투사했다. ‘베란다 난간 아래 놓여 있는 선인장’이 ‘어머니 마른 노후’ ‘가시를 꿈속에 박는 어머니’ ‘어머니의 손마디’ ‘갱년기를 꽃 피우는 어머니’로 환치되면서, ‘태양’ ‘날카롭다’ ‘가시’ ‘사막’ ‘오아시스’ 등 선인장 고유 이미지들이 뜨겁고 건조한 어머니의 노후로 고스란히 옮겨지는 정서의 자유로운 진폭을 보여준다. 다만 둘째 수에서 어머니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이미지들이 다소 모호하고 작위적인 느낌을 줘 아쉬웠다.

차하로는 조우리의 ‘눈썹’을 선한다. 균형과 절제라는 단시조의 기본미학에 충실하면서도 예사롭지 않는 ‘눈썹’의 신선한 심상이 눈길을 끌었다. 눈썹의 움직임에서 ‘죽음과 햇살’ ‘속을 여는 내 읽힘’ ‘마지막 수의’ 라는 죽음과 삶의 의미를 포착해내는 색다른 감각이 흥미로웠으나 작품이 소품에 머무른 점이 지적됐다. 이외에도 이기선·정진희·김귀현의 작품이 끝까지 주목받았음을 밝힌다. 정진을 기대한다.

초대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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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열대야와 무더위 속에서 우리 몸도 퉁퉁 부은 느낌을 받는다. 생의 체취가 끈적해진다. 여기서 열탕 같은 생을 이어온 몸의 서사가 시작된다.

서숙희의 ‘주름집 한 채’에서는 ‘깡마른 할머니 한 분’이 대상화된다. 젊은이와 같이 탄력 있고 아름다운 몸이 아니다. 그러나 그 몸은 ‘파란과 만장이 촘촘하게 내장’된 숭고한 기억의 집이다. ‘한세상을 품고 안고 길러내고 남은 몸’이니 위대한 생산의 집이며, 주름은 그 역사를 반추하는 증거물이다.

세상의 코드로는 읽을 수 없는 주름진 몸이 목욕탕 안에서 ‘접힌 채 퉁퉁 붇는다’. 물에 몸이 불어나며 생의 부력을 띄우는 중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이 팽팽한 탄성은 자신이나 타인을 향해서 항상 의지적이다. 끝에서 ‘탕 안이, 끈적하다’고 했을 때 ‘깡마른’ 몸에서 풍겨 나오는 생의 열량과 함께 힘의 원천으로서 그 의지적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몸은 두께와 부피를 가지고 있다. 열탕 속에 들어간 주름 접히고 깡마른 몸은 할머니의 몸이자 나의 몸일 수 있다. 누구도 다른 몸을 통과할 수 없고 전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몸은 고유한 소유이기 때문이다. 우주론 중 ‘끈 이론’에서 시간은 주름처럼 접힌다.

그와 같이 ‘주름집’은 한 개인이 살아온 역사를 요약본으로 제시한다. 내 앞에서 한 채의 주름집이 걸어갈 때 나는 한 우주를 눈여겨 읽고 추억하게 된다.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자격을 줍니다. 우편(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또는 e메일(kim.soojoung@joongang.co.kr)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e메일로 응모할 때도 이름·연락처를 밝혀야 합니다. 02-751-5379.

염창권 시조시인
심사위원:박권숙·염창권(대표집필 박권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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