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바위·대나무로 생명의 순환 표현할 것

기사 이미지

지난 27일 경남 하동군 하동호 주변을 둘러본 대지 미술가 크리스 드루리는 “아름답다”를 연발했다.

테러, 종교 갈등, 인종 차별, 게다가 기후변화까지. 속수무책 들끓는 인류 상황 앞에서 예술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자연을 캔버스 삼는 대지 미술가(land artist) 크리스 드루리(68)는 “지구를 나눠 쓰고 있는 우리 모두가 폭력에 맞서 관계 맺음의 중요함, 공존공생의 의미를 새삼 자각할 수 있도록 환기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지리산 국제생태예술제 입주 작가
영국 출신 대지 미술가 드루리 방한

‘2016 지리산 국제환경 생태예술제’(조직위원장 유인촌) 입주 작가로 선정돼 지난 25일 방한한 드루리는 “유행 따라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오로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장소가 지닌 고유한 흔적을 드러내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하동군(군수 윤상기)이 장기 계획으로 조성하고 있는 22만 평 규모의 지리산 생태아트파크에 시동을 걸 그의 작품은 바위와 대나무가 주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감독인 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 교수와 나흘 동안 지리산 일대를 둘러본 드루리는 “그동안 작업해온 유럽이나 미국의 평지 들판과 달리 경사가 심하고 숲이 우거진 이 지역 특성에 집중해 본능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난 얘기를 땅에 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 재배지로 이름난 하동 지역민과의 협업으로 대나무가 사라지더라도 그 자리에서 차가 자랄 수 있는 소멸과 생성의 생명 순환을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드루리는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한 뒤 전 세계를 떠돌며 대지의 기운에 공명해온 작가다. 산과 강에서 즉각적으로 받는 느낌과 동물들과의 대화 등에서 건져 올린 기운을 땅을 캔버스 삼아 드러내왔다. 미술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으로서의 미술과 거리를 두고 일하기에 그를 초대해 협업하려는 세계 곳곳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비바람 불고 눈보라치는 광야에서 ‘걷고, 일하며(walks and works)’ 보낸 수십 년 세월이 가르쳐 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선불교(禪佛敎)에 관심이 많다”며 답했다. “내 예술에 메시지나 주의(ism)는 없다. 나의 몸이 속해있는 자연의 성질 자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느낄 뿐”이라고 덧붙였다. 파괴 뒤에 싹이 나고, 깨지면 또 솟아나 수도 없이 변전해가는 현재를 중시하면서 바라보는 일이 행복하다는 그의 얼굴이 수도승처럼 보였다. 다음달 1일 출국하는 드루리는 오는 10월 28일 지리산 하동 일대에서 개막하는 예술제에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동(경남)=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