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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 시대 버킷 리스트] 농사도 금융처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답니다

“농사도 금융처럼 리스크(위험) 관리가 가장 중요하더군요.”

포도농부 된 오순명 전 금감원 처장
남편 귀농 제안에 주저없이 도전
금융인 38년 접고 함께 김천으로
고되지만 해질녘 와인 한잔의 행복

38년간 금융인으로 살다가 포도 농부로 변신한 오순명(61) 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보)의 소회다. 그는 지난 5월 임기 3년의 금소처장직을 마친 뒤 남편의 고향인 경북 김천시 농소면에 내려가 두 달 넘게 포도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본부장 출신의 남편은 3월에 먼저 내려가 터를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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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명 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게 농사는 퇴직 후 남편과 함께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였다. 오 전 처장이 28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의 포도밭에서 포도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오순명]

“병충해를 막으려면 제때 약을 쳐야 하고, 포도를 제값에 팔려면 출하시기를 놓치면 안 돼요. 처음 열매가 열릴 때부터 팔 때까지 모든 과정이 리스크 관리죠.”

맞벌이로 바빴던 그에게 농사는 퇴직 후 남편과 함께 꼭 해 보고 싶던 ‘버킷리스트’였다. 시댁인 김천에 갈 때마다 밭·과수원에서 즐겁게 일하는 시부모의 모습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남편과 기회 있을 때마다 “나중에 김천에 내려가 농사를 짓자”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오 전 처장의 삶은 농사와는 거리가 멀다. 대구 태생으로 어릴 적 서울로 이사 온 그는 서울 정신여고, 한국외대 이태리어과를 졸업했다. 1978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줄곧 엘리트 금융인의 길을 걸었다. 통합 과정을 거쳐 한빛은행·우리은행에서 일하면서 우리은행 인천영업본부 본부장(2009년), 우리모기지 대표이사(2011년)를 역임했다.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2013년에는 2대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임명됐다.

버킷리스트의 실행을 구체화한 건 올해 초다. 오 전 처장의 퇴임 시기가 다가왔을 때 남편이 귀농을 제안했고, 오 전 처장은 망설임 없이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장성한 자녀 셋은 서울 집에서 생활하라고 한 뒤 부부만 김천으로 내려왔다.

오 전 처장이 농사를 짓는 땅은 총 1만6500㎡ 규모다. 6500㎡은 포도밭이고 1만㎡은 콩·토마토·고추 등을 키우는 밭이다. 다른 작물과 달리 포도는 매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 고되지만 그 이상의 보람이 있어요. 포도 한 송이마다 내 손길이 안 간 데가 없으니까요. 곧 포도가 다 익는데, 정성스럽게 키운 포도를 수확할 생각을 하면 벌써 설렙니다.”

그는 오전 5시에 일어나 남편과 함께 포도밭에 나간다. 3~4시간 일을 한 뒤 낮에는 뙤약볕을 피했다가 오후 4시께부터 다시 해 질 녘까지 일한다. 찜통 더위에 밭일을 하다 보면 시원한 카페에서 달콤한 커피 마시던 서울 생활이 떠오를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이 더 좋아요. 시간 날 때마다 남편과 함께 느티나무 밑에 상을 차려서 저녁을 먹어요. 그때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와인 한잔 할 때의 행복,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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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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