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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민어회 맛의 놀라운 신세계…여태 알던 건 진짜가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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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낙지의 새 메뉴 ‘영란세트(회+탕)’ 회는 대방어·농어·민어·광어(오른쪽부터) 4종류의 모둠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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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는 여름 생선이다. 살에 맛이 오른다. 음식 호사가들은 복날 의례(ritual)음식으로 생각한다. 값도 오른다. 오르기 전에 맛 좀 보려고 지난달 30일 퇴근길에 목포낙지(서울 마포구 삼개로 7-2 가든호텔 뒤 / 전화 02-712-1237)를 찾아갔다. 뜻밖에도 민어회 맛의 놀라운 신세계에 발을 디뎠다. 지금까지 먹고 알던 것은 진정한 맛의 민어회가 아니었다.

‘영란세트(회+탕) 7만원’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순간 내 상상력은 통제를 벗어났다. 민어로 이름난 음식점 영란횟집(전남 목포시 번화로 42-1/전화 061-243-7311/주인 박영란)이 떠올랐다. 그 이름을 따왔구나, 속단하면서 주문을 했다. 회가 나왔는데 이상하다. 대방어·농어·광어에 민어회는 딱 세 점뿐이다. 불만이지만 참고 먹었다. 바쁜 시간이 지나자 주방에서 회를 자르던 주인 최문갑(48)씨가 나와 인사를 한다. 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영란세트의 ‘영란’이 무슨 뜻입니까.” 주인이 웃으며 답했다. “김영란법의 ‘영란’입니다. 법 시행(9월28일)에 대비해 만든 메뉴입니다.”

그렇지. 식사 대접 상한액이 1인 3만원이니 세 명이 저거 한 세트에 소주 5병 마시면 9만원이겠구나. 소주 한 병 줄이고 탕에 공기밥 먹으면 식사까지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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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kg짜리 민어의 대가리가 들어간 민어 곰국. 국물이 진국이어서 소고기 곰탕보다 맛이 진했다.

내 엉뚱한 상상을 고백하자 주인이 껄껄 웃다가 ”그럼 제가 탕을 색다르게 해드릴게요”라며 주방으로 가더니 어마어마한 걸 들고 나왔다. 13kg짜리 민어 대가리를 넣은 민어 곰국 냄비다. 곰국은 입이 쩍쩍 붙을 정도로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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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 활어·선어를 한 접시에 담았다.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활어 뱃살·몸통살, 선어 몸통살이다. 살 색깔로도 확연히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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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왼쪽)와 선어의 같은 부위 몸통살인데 조직감의 차이가 사진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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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에 붙어있는 내장막은 민어가 신선해야 먹을 수 있다. 이 막이 부레와 모든 내장을 감싸고 있다.

김영란법의 엉뚱한 혼선 때문에 실패한 민어 시식을 하러 초복 이틀 전인 지난 15일 다시 찾았다. 주인은 한 접시에 두 종류 회를 내왔다. 허연 색과 분홍빛 도는 회가 나란히 놓였다.

최: 비교해서 먹어보세요. 어떤 게 맛있고, 어떤 게 더 익숙한지요.
(허연 살은 처음엔 입 안에 단맛이 돌더니 쫀득쫀득한 살이 씹을수록 고소해졌다. 삼키고 나서도 고소한 뒷맛이 혀뿌리에 한 동안 감돌았다. 연분홍 살은 많이 먹던 대로 물컹하고, 흐물흐물, 입에서 녹는 듯했다.)
나: 제 입엔 맛은 허연 게 더 좋고, 많이 먹어본 건 분홍인데요?
최: 그렇죠? 서울서 민어 먹은 분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나: 둘 다 민어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허연 건 주낙으로 잡은 활어고, 분홍은 그물로 잡은 선어입니다.
나: 그런데 맛이 이렇게 다르군요. 저도 민어집 좀 다녀봤는데, 맛과 색이 다 저 분홍 같았는데….
최: 제가 민어를 2013년부터 했습니다. 처음에 손님들한테 야단 많이 맞았어요. 민어 살이 왜 이리 허옇고 뻣뻣하냐는 거죠. 연한 꽃분홍색에 입에서 살살 녹아야 하는데 숙성을 안 해서 그렇다고 가르쳐주기도 하더라고요. 잘한다는 강남 민어집에 가서 숙성 벤치마킹 좀 하라는 손님도 있었지요. (품질과 가격이 낮고) 흐물흐물한 그물치 민어를 회로 내놨더니 “이제 숙성 좀 할 줄 아는구먼” 하면서 칭찬하는 손님도 봤어요.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살이 분홍빛이 도는 건 민어 피가 조직에 스민 겁니다. 그만큼 신선도가 덜한 겁니다. 살은 당연히 무를 테고요. 그러면 입에서 씹을 것도 없이 살살 녹지요. 사실은 물컹하고 힘없이 풀어지는 겁니다. 이걸 숙성했다고 얘기하는데, 제가 보기엔 진이 빠진 겁니다. 그물에 잡힐 때 몸부림치다가 온 기운이 다 빠진 거죠. 제 맛이 안 납니다. 피 비린내 날 겁니다. 막걸리식초 넣은 초고추장이네, 마늘·고추 다져 넣은 막된장이네 하면서 진한 양념과 함께 상에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다. 생선회의 본령은 양념이 아니라 살의 원 맛을 보자는 겁니다. 살아있는 민어 바로 피 빼고 최대한 이른 시간에 회 뜨면 살 색은 허옇고 씹으면 꼬들꼬들합니다. 저는 손님들에게 다른 양념 말고 고추냉이 조금 놓고 소금 살짝 찍어 먹으라고 권합니다. 그래야 민어의 가장 원초적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민어회 소금 찍어 먹으라고 권하는 집은 저뿐일 겁니다. 신선도에 자신 있으니까 가능합니다. 저희 집 손님들은 이제 그물치 민어회 내놓으면 안 먹습니다.

두 가지 회를 비교하며 먹어본 회사 동료이자 풍류 동지도 탄식했다.
 
지금까지 민어회 먹는 사람들 이해를 못 하겠더니 이렇게 먹어보니까 알겠네요. 그 푸석푸석하고 물컹거리는 걸 값도 비싼데 왜 먹나 했었죠. 그래서 반건조민어찜을 주로 먹었는데, 이 정도로 꼬들꼬들 쫀득하고 고소하면 회가 낫지요. 허어~ 그간 민어회는 헛먹었네 그려.”

민어 값은 중북을 앞둔 며칠이 절정이다. 목포낙지 주인이 최근 거래한 시세는 한 마리 10kg 넘는 민어 1kg에 산지 어판장 낙찰가 기준으로 활어 주낙 8만원 안팎, 그물치는 6만~7만원이었다. 선어는 4만~5만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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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선 초고추장이나 양념된장 대신 소금과 고추냉이를 찍어먹으라고 권한다. 민어만 신선하면 그렇게 먹어야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오른쪽은 민어 뱃살에 고추냉이와 소금을 찍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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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메뉴인 강된장 넣고 비비는 병어회덮밥. 다른 음식점에서 보기 어려운 조합이다.

비싼 민어를 경제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주인이 알려줬다.
 
초복 전 두 달이 가장 좋습니다. 5~6월이죠. 값도 싸고 맛도 여름보다 낫습니다. ”

활어 기준은 위판장 수조에서 몸이 뒤집어지지 않고 바른 자세로 움직이는 놈이 최상품이다. 현장에서 볼 때 수조에 둬도 2~3일은 살아있을 정도로 기운이 있는 상태여야 한다. 그런 걸 우선 낙찰 받아 바로 피 빼고 얼음상자에 담아 고속버스 화물로 보내면 터미널에서 오토바이 택배를 통해 도착한다. 완도·부안·신안 민어를 주로 받는다. 주낙 활어 큰 놈이 나오면 무조건 입찰하기로 현지 대리인과 약속이 돼있다. 완도는 주낙 민어가 많고, 조금 때 주낙으로 잡은 신안 민어가 맛은 좋다. 부안은 부친 고향이어서 좋은 민어 확보가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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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낙지에서 사들인 민어 중 기억할 만한 것들 사진을 벽에 붙여놨다. 2014년 5월12일(13kg), 6월20일(15kg). 왼쪽은 신안 민어인데 잿빛이고, 오른쪽은 완도 산인데 비늘에 금빛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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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완도에서 올라온 민어의 꼬리부분 비늘은 금빛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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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완도에서 올라온 주낙 당일 바리 10kg짜리 민어를 들고 있는 최문갑씨는 “민어만큼은 서울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쓴다고 자부한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 민어는 경매 낙찰가가 1kg에 11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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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는 부레를 으뜸 별미로 꼽는다. 내장 중 가장 부피가 큰 게 부레다. 머리 쪽에서 왼쪽으로 늘어진 것은 간, 누런빛을 띤 두 가닥은 자라지 않은 알이다. 오른쪽은 손질해 접시에 남은 10kg 민어 암치의 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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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의 특수부위들. 왼쪽 사진부터 이맛살·턱살·볼살(앞부터 시계방향)·애(간), 곱창(위)구이. 머리살 3총사는 다 합해 100g 될까 말까 하다. 맛도 몽통 살에 비할 바 아니다. 단골 중 먼저 오는 사람이 임자다.

이 집은 횟감으로는 주낙 활어만 쓴다. 선호하는 크기는 12~13kg. 민어전이나 탕은 선어로 한다. 주력 메뉴는 민어회·홍어회(각 12만-8만-6만원), 민어 탕·찜·전(각 6만-4만원), 낙지 철판·연포탕·무침(각 6만3000-4만8000-3만5000원/낙지는 11월 추천 메뉴). 점심엔 강된장 넣고 비비는 병어회덮밥(1만원)이 별미다. 산낙지비빔밥과 회덮밥(각 8000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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