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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괴물이자 희생자인 좀비 통해 지금의 한국 그리고 싶었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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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은 오랜만에 나온 한국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로 평가 받는다. [사진 양광삼 기자]

영화 ‘부산행’ 흥행 열차의 속도가 무섭다. 좀비들이 가득한 부산행 KTX 열차 안에서 승객들이 사투를 벌이는, 국내 첫 좀비 블록버스터다. 개봉 7일 만인 26일까지 623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개봉 7일 662만 명, 총 1761만 명)의 속도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38) 감독에게도 이색적인 기록이다. ‘부산행’은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사회 비판적인 애니메이션을 연출해 온 연 감독의 첫 실사영화. 그의 애니메이션은 해외에서까지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관객 수는 각각 2만 여명에 그쳤었다.

‘부산행’의 성공은 그 개인을 넘어, 한국 상업영화에 새로운 소재의 장을 열어젖혔다는 의미가 있다. 올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는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란 호평도 받았다.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계의 작가 감독에서 상업영화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연 감독을 만났다.
 
‘부산행’이 흥행몰이 중이다.
“좀비 소재를 가져오되 익숙한 공간과 보통 사람 같은 캐릭터로 풀면 통할 거라 봤는데, 국내 많은 관객이 좀비 소재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 ‘속초행’, ‘결혼행’, ‘퇴근행’ 등 패러디물도 봤다. 한국에 좀비를 갖다 놓으니 재미있는 소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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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프리퀄(앞이야기)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 ‘서울역’.류승룡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다음달 개봉한다.

좀비 소재를 떠올린 계기는.
“‘부산행’은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8월18일 개봉)에서 비롯됐다. 서울 전역에 좀비들이 나타난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일상적 풍경이 된 서울역 노숙자들이 모티브인데, 그중 어떤 노숙자가 얼굴이 반쯤 없는 채로 돌아다닌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했다. 그 좀비를 액션 블록버스터의 열차에 태운 작품이 ‘부산행’이다.”
참고한 좀비영화가 있나.
“좀비영화보다는, 각각 비행기와 화물선을 배경으로 한 ‘플라이트 93’이나 ‘캡틴 필립스’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들을 참고했다. 난 좀비영화를 찾아보는 마니아는 아니었다. 좀비영화보다 좀비라는 캐릭터 자체에 끌렸다. 공포스러운 괴물이면서도 희생자의 느낌이 있어, 사회성을 띄는 존재다. 좀비가 어떻게 생겨났고 특징이 뭔지 자세하게 묘사하기보다 좀비를 마주한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걸 사실적으로 그리는 게 훨씬 중요했다.”
기존 좀비 영화보다 좀비가 빠르게 움직인다.
“좀비의 겉모습이 아니라 움직임에서 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면 CG(컴퓨터 그래픽)를 최대한 피하고, 특수분장한 배우들이 직접 연기해야 했다. 영화 ‘곡성’에 참여했던 박재인 ‘바디 무브먼트 컴포저’(Body Movement Composer, 몸동작을 설계하는 역할)가 좀비 동작을 디자인했다. 100여 명의 배우들이 좀비 역을 했는데 일반인이나 보조출연자가 아닌 전문 배우들이었다. 전체 회차를 줄여 빨리 찍은 편이다. 극 후반 좀비들이 달리는 열차에 줄줄이 매달리는 장면은 시나리오에 없던 설정인데, 현장에서 내가 낸 아이디어를 스태프들이 머리를 맞대고 실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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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좀비들. 100여 명의 배우들이 좀비로 특수분장했다

살아남은 승객들을 통해 ‘함께 살아남을 것인가 혼자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 우연, 운 같은 것들에 의해 사람이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를 통해 지금 한국 사회의 풍경을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차이는.
“앵글이나 숏의 연출 기법 등 크게 다른 건 못 느꼈다. 단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나와 비슷한 취향의 관객을 상상하며 작업했다면, ‘부산행’은 1년에 영화관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우리 어머니 같은 관객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독립 애니메이션을 오래 했기 때문에 시야가 좁을 수 있다. 그런 태도로는 이 영화를 완성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영화를 좋아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병행할 생각이다. 애니메이션이 감독의 성향과 이상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르라면, 실사영화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 작업의 느낌이 강하다. 다음 연출작은 ‘부산행’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실사영화가 될 것 같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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