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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웹소설 써서 먹고살까? 1년에 ‘한 장’은 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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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급류로 송두리째 바뀌는 게 어디 한둘이겠습니까만, 독서 시장은 그 한복판에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책 안 읽는 청춘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데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고요. 그런데 소설은 약간 다릅니다. 청춘들은 기꺼이 쌈짓돈을 내가며 읽기에 빠져듭니다. 다만 종이로 보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PC로 웹에서 연재되는 소설을 탐닉한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청춘리포트팀이 유명 웹소설 작가 4명을 만났습니다. 어려움과 보람, 청춘들이 웹소설을 찾아 읽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권호 청춘리포트팀장

#‘새로 고침’하자마자 사라지는 내 글

웹소설 세계는 치열하고 또 불안하다. 언제 균열이 생겨 무너질지 모른다. 웹툰 등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서다. 스마트폰 혹은 PC를 갖추고 한글만 쓸 줄 알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웹소설 원작의 KBS 드라마)이나 ‘허니허니웨딩’(지난해 12월 1억원의 ‘미리보기’ 매출 올린 웹소설) 같은 대박을 꿈꾸며 매일 여기저기 글을 올리는 아마추어 2030작가들이 수백 명에 이른다. ‘나도 저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작가 강하다(25)씨의 기억.

“원래 웹툰 작가가 꿈이었어요. 근데 그림을 못 그려서…. 결국 옆 동네라도 발을 걸쳐 볼까 해서 네이버의 챌린지리그에 글을 올렸는데, 페이지를 새로 고침 하니까 제 글이 없어지더라고요. 다른 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저도 처음엔 몇 십만 조회수를 올린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고 수치가 믿기질 않았어요. 제 작품은 0인데….”(로즈빈)

아마추어 리그에서 이름을 알려 네이버나 ‘조아라’ ‘문피아’ 같은 플랫폼과 작가 계약을 맺더라도 안주해선 안 된다. 독자들은 쉽게 잊게 마련이다.

“전 웹소설은 2013년에 시작했어요. 그 전에도 10여 년간 인터넷소설을 연재해 왔는데 지금까지 쉰 적이 없어요. 결혼식 당일 오전에도, 결혼식 끝나고 그날 저녁에도, 신혼여행 가서도, 아들 백일 잔치 때도 글을 썼어요. 안 쓰면 생활비가 한 푼도 안 들어오니까요.”(한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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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돈은 버는가 (feat. 엄마 나 회사 잘렸어)

네이버는 작가들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한다. 안정적이라 작가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그것도 극소수에 불과할 뿐 나머지 작가들에겐 언감생심. 그만큼 삶은 불안정하다.

“소개팅 앱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전업작가가 되려니 엄마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회사에서 잘렸다’고 말했어요.”(강하다)

“웹소설을 쓴다고 하면 이를 반기는 부모님은 없어요. 저 결혼할 때 처가에서 돈은 버느냐고 하셨어요. 실제로 돈을 못 버는 작가도 많고요. 그래도 저는 다행히 자리를 잡아서 매년 ‘한 장’(1억원) 정도는 수입이 되는 것 같네요.”(한유림)

“저는 아직 정산도 못 받은 신입인데요…. 제가 연재하는 곳은 독자들의 즐겨 찾기 등을 수치화해 순위를 매겨요. 순위권 안에 들어가야 전업으로 먹고살 수 있죠. 근데 이게 매일 갱신되니까 무조건 성실해야 해요.”(라이즈리얼)

“회사 다닐 때는 프로젝트에 실패해도 만회할 기회가 있었는데, 웹소설은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돈도 돈이지만 그게 제일 힘들죠.”(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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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했으면 시작 못했을 것

웹소설 작가들은 스마트폰과 웹에 익숙한 20~30대가 많다. 실제로 조아라에 소설을 연재 중인 작가의 평균 나이는 29세에 불과하다. 한창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는 또래들과 다른 길을 택한 게 불안하지는 않을까.

“처음엔 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했죠. 무작정 글을 쓰고 싶어서 잘 다니던 금융회사를 그만뒀거든요. 그때가 결혼 3개월 차였어요. 남편한테 6개월만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어요. 다행히 6개월째 될 때 로맨스 소설 공모전에 당선됐죠. 지지해 주는 남편이 없었으면 못 썼을 거예요.”(로즈빈)

“저는 결혼을 했다거나 앞두고 있었다면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웠을 거예요. 글은 쓰고 싶은데, 나이를 더 먹으면 도전하고 싶어도 못 할 거 같아서 선택했어요. 책임질 게 없는 상황이라 가능했어요.”(라이즈리얼)

“고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무협소설 같은 걸 썼어요. 그러다 나이를 먹으니 취업을 하긴 했는데 회사 생활이 잘 안 맞더라고요. 본격적으로 글을 한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웹소설에 뛰어든 건 제 월급보다 많이 버는 후배의 권유도 있었죠. 저 역시 미혼이라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한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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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이 날 키웠네

전통적인 작가 등단 코스를 한번 보자. 일부 천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문예창작학과에 가서 소설 작법을 익히고, 글을 쓰고, 쓴 글을 다듬고 또 다듬고…. 대장장이가 무쇠를 두들기듯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그럴듯한 소설 한 편을 내놓는다. 이뿐이랴. 신춘문예 등단을 꿈꾸며 스터디를 조직하거나 기성 작가에게 사설 과외도 받는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들에게 정형화된 ‘코스’라는 건 없다. 오히려 한유림 작가는 “대학 시절 문창과를 부전공으로 택했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저 욕망을 좇아 쓰고 또 쓸 뿐. 웹소설 작가들은 타고난 걸까.

“글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어릴 때 책을 엄청 읽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출근할 때 서점에 저랑 동생을 놓고 퇴근할 때 데리러 오셨죠. 그때 읽은 책들로 먹고사는 거 같아요. 대학도 논술을 잘해 갔어요. 정글북이 저를 키웠달까요.”(강하다)

“영화·드라마 등 닥치는 대로 콘텐트를 접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죠. 스포츠 소설을 쓸 때는 야구장에도 자주 가고 2군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도 해요. 야구장에서는 제일 값비싼 포수 뒷자리에 앉아요. 포수와 투수가 주고받는 사인이라든지 평소 못 보던 걸 많이 보거든요. 취재를 자주 하죠.”(한유림)

“저도 이것저것 많이 해요. 야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직접 해보면 아무래도 글을 쓸 때 이입하기가 쉽거든요.”(라이즈리얼)

“저는 게을러서 보고 읽는 걸 싫어해요. 드라마도 싫어하고 영화도 싫어하고…. 활자로 된 책은 2장도 못 읽고 나가 떨어져요. 제가 쓴 글도 잘 안 봐요. 잘 안 보니까 생각을 오래 하고요. 상상 속에서 구조물을 만들어요.”(로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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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본대요

흔히 웹소설은 ‘스낵컬처’라고 한다. 쉽고 즐겁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회도 5분 분량으로 짧다. 속도감 있고 대화 중심의 전개, 화려한 삽화와 다채로운 캐릭터도 웹소설의 특징이다. 이런 웹소설의 매력에 빠진 이용자는 월평균 500만 명(네이버)에 이른다.

“사는 게 워낙 힘들어서 본다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저희 소설을 보면서 작으나마 위안을 찾는 분이 많다는 얘기죠.”(로즈빈)
 
▶관련 기사
① 잘 나가는 중드 ‘량야방’도 웹소설이 원작
② 만화방집 아들, 웹툰시장 날다


“일단 재미있고, 복잡하지 않고 해피엔딩이 많아서 그럴 거예요. 대리만족 하는 셈이죠.”(라이즈리얼)

“소설을 통해 잠깐이나마 해방감을 맛본다는 얘기가 공감이 돼요. 요즘 20대, 30대가 정말 힘들어해요. 친구들 대부분이 대학생인데 취업이 어렵더라고요. 저한테는 ‘뭐라도 해서 좋겠다’고 해요.”(강하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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