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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승리수당 주면 제재금 10억인데…승부조작 벌금은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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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승부조작 파문 후 대국민 사과를 한 구본능 KBO총재(오른쪽 둘째)와 8개 구단 사장단. [중앙포토]

그날 이태양(23·NC)의 얼굴을 보았는가. 지난해 9월 15일 kt전에서 그는 1회 볼넷을 내주는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말로는 쉬워도 표시나지 않게 볼넷을 내주는 건 쉽지 않았다. 이대형은 2루 땅볼, 김영환은 헛스윙 삼진, 마르테는 2루 땅볼로 아웃됐다. 볼을 던져도 타자들이 스윙을 하면 별 수 없었다. 선발 투수에게 가장 어렵다는 1회를 무안타·무실점으로 막고도 이태양은 실망과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경수)는 승부조작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지난 21일 이태양을 불구속 기소했다. kt전은 이태양이 네 번째 승부조작을 시도한 경기였다. 조작에 실패한 이태양은 자신이 형처럼 따르던 조씨(36)를 만났다. 조씨와 동석한 최씨(36)는 승부조작 실패의 책임을 물으며 이태양을 폭행했다. 최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고, 조씨는 최씨와 이태양을 연결한 브로커다.

그날 우리가 본 것은 야구가 아니라 연극이었다. 이태양은 동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직원들까지 모두 속이며 볼넷을 내주려 안간힘을 썼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십수년 간 노력했던 자기 자신을 부정했고, 그를 믿고 내보낸 김경문(58) 감독을 배신했다. 자신을 스카우트하고 연봉 1억원을 준 NC 구단, 경기를 보러 온 팬들을 농락했다. NC 구단, 나아가 프로야구의 뿌리를 흔들 만한 승부조작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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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유창식(24)은 한화 시절이었던 2014년 4월 1일 삼성전 승부조작(1회 박석민 볼넷)에 가담했다고 지난 23일 자진신고했다. 24일 경찰조사에선 4월 19일 LG전(1회 조쉬 벨 볼넷)에서도 같은 행위를 저질렀던 사실이 밝혀졌다. 두 차례 승부조작 대가로 유창식은 300만원을 받았다. 한 베테랑 선수는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사례금 때문에 그런 짓을 했겠는가. 술 얻어먹고 접대받다가 약점을 잡혀 협박당하는 것이다. 그 때는 받은 돈의 몇 배를 돌려줘도 벗어날 수 없다”며 “이는 프로야구의 오랜 병폐다. 2012년 승부조작 사건 이후에도 선수는 무지했고, 구단과 KBO는 무심했다”고 말했다.

LG 소속이었던 박현준·김성현이 승부조작 파문을 일으켜 프로야구 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게 불과 4년 전이다. 이번 사건은 과거보다 더 지능적으로 설계(4이닝 양팀 합계 6득점 이상 등)됐지만 시행방법은 그대로였다. 해당 선수들이 영구제명 됐고, 구단과 KBO는 각종 교육·감찰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인식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4년 만에 드러났다.

어려서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린 선수들은 또래에 비해 사회화가 느린 경우가 많다. 프로 입단 후 선배들과 구단의 관심이 없으면 ‘검은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불법 도박에는 돈이 넘치고 조폭이 끼어든다. ‘아는 형님’의 가면을 벗기면 브로커가 나오고, 브로커가 베일을 벗으면 조폭이 나온다. 젊은 선수들이 유혹에 넘어갈 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KBO의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선수단 문화의 문제, 시스템의 부재인 것이다.

해당 구단들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KBO는 승부조작 사실이 알려진 직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4년 전보다 사과 시점이 빨라졌을 뿐 내용은 똑같다. 뼈를 깎는 개혁 의지가 없다면 검은 유혹은 독버섯처럼 자란다. 1996년부터 6차례 승부조작이 터져 11개 팀이 4개로 줄었고, 인기도 급락한 대만 프로야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승부조작 선수들에 대한 법적 판결이 내려지면 관계자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올해 초 KBO 이사회는 선수단에 승리수당을 지급하는 구단에 제재금 10억원과 2차지명 1라운드 지명권 박탈의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의했다. 선수들에게 보너스를 주는 걸 스스로 엄벌하는 구단이 승부조작 벌금으로 그 이상을 책정하는 건 그리 이상하지 않다. 선수들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는 게 가장 실효성 높은 처벌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고교부터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구단과 KBO는 예방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부 하나. 행여 “잘못을 반성하며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승리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철학의 부재가 오늘날의 비극을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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