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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단단히 벼른 중국, 숙소까지 찾아가 회담한 한국에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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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외교부 장관·왼쪽)와 왕이(중국 외교부장)

준비 과정부터 실제 회담까지,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했다. 24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이 보여준 ‘뿔난 태도’ 이야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회담을 했다.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처음 열린 외교장관 회담이었다. 사드 후폭풍으로 한중·관계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한·중 외교수장이 얼굴을 맞대는 것 자체가 국제적 이목을 끄는 일이었다.

양자회담 성사에 공을 더 들인 것은 한국 측이었다. 윤 장관은 24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 비엔티안에 도착한 뒤 아세안 관련 행사가 열리는 국립컨벤션센터에서 한·캄보디아 외교장관회담을 시작으로 4개의 양자 및 다자회담을 소화했다.

당초 오후 6시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아웅산 수치 미얀마 외교장관과의 회담이 20여분 늦어졌고, 7시30분으로 예정돼 있던 한·라오스 외교장관 회담도 한시간 가까이 늦게 시작됐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예정된 시각은 오후 10시. 하지만 앞의 일정이 늦어지면서 윤 장관은 저녁식사를 거르고 곧바로 국립컨벤션센터에서 한·중 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장은 왕 부장이 머무는 비엔티안 시내의 D호텔이었다. 왕 부장도 태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저녁 무렵까지 국제컨벤션센터에 있었지만, 같은 숙소를 쓰는 캄보디아 외교장관과 만나기 위해 호텔로 돌아온 터였다. 다자 행사가 열리는 동안 공간 확보나 일정 조율 등의 이유로 회담 카운터파트의 숙소에서 회담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지만, 윤 장관이 왕 부장의 숙소까지 가면서 한국 측이 회담에 보다 적극적이란 인상을 준 것은 사실이다.

양자회담에서 입장 및 착석, 모두발언까지는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중국은 처음엔 모두발언 없이 악수하는 모습까지만 언론 취재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장소가 협소할 경우 기자단을 대표해서 일부 기자만 현장 취재를 하는데, 보통 영상 및 취재기자 5~6명 수준이다. 중국은 취재진 숫자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막상 회담 직전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하자 “장소가 커서 14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회담을 시작하자 모두발언을 공개하지 않겠다던 당초 입장이 무색할 정도로 왕이 부장은 장황하고 격렬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중국어로 1분 7초 동안 발언했다. 보통 한두문장 단위로 끊고 통역을 하지만, 왕 부장은 그러지 않았다. 미리 준비한 작심발언인 듯, 통역을 맡은 중국 측 인사도 미리 준비한 원고를 보고 읽듯이 통역을 했다.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상방의 상호 신뢰의 기초를 훼손시켰다”, “유감이다”, “한국 측이 양국 관계 수호를 위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서 들어보려 한다” 등 공격적 발언이 이어졌다. “우리가 동료이므로 의사소통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드 배치 결정 전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불과 1년 전 역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회담했을 때 서로 평창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해주며 웃음꽃이 피던 장면과는 딴판이었다.

윤 장관은 왕 부장의 발언에 “양국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여러 도전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도전들은 그동안 우리가 깊은 뿌리를 쌓아왔기 때문에 극복하지 못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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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사드 문제는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회담은 오후 10시17분 시작해 11시15분 종료됐다. 당초 정부가 밝힌 30~40분보다는 길었지만, 만났다 하면 예정 시간에 관계 없이 두세시간 회담은 기본이고 전화 통화도 한시간 이상 하는 일이 허다한 윤 장관과 왕 부장이 1시간도 채 안 돼 회담을 끝낸 것은 양측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 측 간에 사드에 대한 입장 교환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구체적인 진전이나 성과를 얻었다기보다는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이후에도 양국 외교장관 간에 소통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소통을 계속하겠단 공감대가 있었단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엔티안=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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