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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릴레이 19] 안유성이 천덕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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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성 셰프?무궁화?천덕상 셰프의 신선로.

패션에 흐름이 있듯 음식에도 흐름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서울 강남의 고급 일식집에선 이른바 ‘꼬리초밥’이 대세였다. 스시(초밥)의 네다(밥 위에 얹는 재료)로 올리는 생선을 두툼하고 길쭉하게 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스시를 처음 즐기는 이들에게 ‘대접받는 느낌’과 함께 포만감을 줄 수 있었다. 지금도 지방 일식집에선 종종 이렇게 낸다.

28년간 롯데호텔 한식당 한우물
매년 종갓집 찾아 반가음식 배워
‘한식의 뿌리’탐구하는 특급셰프

반면 요즘 유행하는 ‘일본 정통 스시’ 스타일은 네다 6에 밥을 4 정도로 하고 한입에 쏙 넣을 수 있는 크기로 낸다. 쥘 때도 공기초밥으로, 즉 밥알 사이에 공기층이 들어가게 해 밥알 하나하나의 식감을 살리는 편이다. 일본식 숙성 스시도 붐이다. 일본 현지에서 경험하고 오는 이가 늘면서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이다.

이러니 매 계절 일본을 둘러보러 가지 않을 수 없다. 우동집 ‘면통단’(성남시청 인근)의 남경표 셰프와 친해진 것도 ‘1일(日) 9식(食)’을 마다하지 않는 공부 본능이 통했기 때문이다. <본지 7월 11일자 20면 셰프릴레이 18회>

나뿐 아니라 전 매장 직원 60여 명도 틈나는 대로 연수를 보낸다. 지난 5월엔 젊고 유망한 요리사들을 양성하고자 광주시와 함께 ‘청년상인경연대회’를 열기도 했다. 후배 교육에 관심이 많은 건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장래희망이 요리사”라고 말한 데 자극받아서다. 직업을 물려주기에 앞서 우리나라 외식문화 전체가 발전하도록 나부터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많은 선배·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다. 처음 스시 카운터에서 오마카세(셰프가 알아서 내는 코스요리)를 낼 수 있게 됐을 때 선임으로부터 “신문을 자주 읽어라”는 충고를 들었다. 손님들의 다채로운 취미와 관심사에 맞춰야 한다는 뜻이었다. 요리사로서 성공한다는 게 얼마나 다양한 노력을 요하는지 새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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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천덕상 셰프의 신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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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상 셰프

롯데호텔 소공동 본점 한식당 ‘무궁화’의 천덕상 셰프에게서도 자주 가르침을 받는다. 88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이래 28년간 호텔 한식의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겪어 낸 분이다. 당시만 해도 호텔 한식당에서 갈비탕 등 100종류 이상의 메뉴를 제공하던 시절이었다. ‘무궁화’는 2010년 전면 리뉴얼하면서 공간 전개형 상차림에서 시간 전개형 코스요리로 탈바꿈했다. 외국인 등의 입맛과 한식 고급화를 염두에 둔 변화였지만 그럼에도 전통과 본질에 대한 탐구는 멈추지 않는다. 천 셰프는 매년 서너 차례 지방 고택을 탐사하며 반가 음식을 전수하고 지역 특산물을 연구한다.

게다가 천 셰프의 고민은 메뉴 재해석과 식기 재구성 등 식탁 위 변화뿐 아니라 실용적인 데까지 미친다. ‘무궁화’의 경우 리뉴얼 전에는 버리는 음식물이 전체 식자재의 40%에 이르렀는데 요즘은 10% 이내로 줄었다고 한다. 이렇듯 특급 호텔이 주방 시스템과 식문화 개선에도 앞장설 때 윗물이 흘러 아래를 채우듯 사회 전체가 서서히 변화해 갈 거라고 생각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溫家寶) 전 중국 총리, 프란치스코 교황 등 귀빈들의 만찬을 준비하면서 ‘오늘날 왕의 요리는 어때야 하는지’ 뿌리부터 고민하는 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토장국처럼 본질을 잃지 않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특급 셰프의 무궁한 도전을 기대한다.
한 그릇의 음식에 담긴 인연과 철학, 셰프가 주목하는 또 다른 셰프를 통해 맛집 릴레이를 이어 갑니다.

정리=강혜란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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