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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드, 대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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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 총장

사드 배치는 외교적 수순 착오
동북아 군비경쟁 촉발시킬 것
비핵화·평화체제 먼저 논의해
중국 반대 명분 없애는 게 수순

전 외교부 장관

바둑은 수순(手順)이다. 아무리 좋은 수라도 순서가 뒤집히면 나쁜 수가 된다. 외교도 바둑판과 같다. 먼 미래에까지 한국의 갈 길을 묶어 놓을 수 있는 사드의 배치는 좋은 수도 아닌 데다 수순마저 잘못됐다.

미국은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대기권 밖, 대기권 진입 후 고고도, 저고도라는 3개 구간으로 나누어 요격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사드는 두 번째인 고고도 구간을 방어코자 하는 MD의 핵심 장치다. 한반도 지형에서 사드의 효력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에 대응해 MD 가입 욕구를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상대를 적으로 돌려 버리는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말부터 동북아의 MD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한국의 가입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해왔다. 한국의 가입 명분을 막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의 진전에 에너지를 쏟는다면서 한국을 설득하고자 했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북한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막지 못했고, 사드 배치의 목소리는 커졌다.

그 책임 소재는 둘째로 치고 중국의 실패가 바로 우리의 곤경으로 귀착된다. 사드라는 방패는 상대의 창 끝을 더 날카롭게 할 것이고, 동북아의 군비 경쟁은 가속될 것이다. 역사는 그 첫 번째 희생자가 한반도라는 것을 가르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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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사드의 요격미사일보다는 최근접지에서 자신의 미사일 활동을 탐지할 수 있는 X밴드 레이더를 코앞의 위협으로 간주한다. 미사일 방어망의 레이더 장치는 국제정치의 핵심에 있어 왔다. 1983년 당시 소련이 모스크바에서 4000㎞ 동진해 시베리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미사일 탐지용 레이더를 설치했다. 미국은 ‘상호확증파괴’에 기초하는 미사일방어조약(ABM)을 위반했다면서 반발했다. 이 레이더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우주전략방어계획(SDI)과 함께 냉전 시절 군비 논쟁의 초점이 되었고, 미국은 2002년 ABM을 탈퇴했다. 성주에 배치코자 한다는 레이더가 30여 년 전 크라스노야르스크의 기억과 냉전의 모습을 되살리고 있다.

지금 한국은 지켜야 할 동맹과 우방으로 삼아야 할 이웃 사이에서 생존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 우리는 이 좁은 땅의 어디에 사드를 배치하느냐가 아니라 배치의 필요성 자체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정은 정권 이후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를 너무 당연시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을 포함해 누구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핵 폐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나온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도 북한 핵의 폐기를 합의한 6자회담의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했다. 중국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북한의 핵 야망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 지난 2월 17일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병행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 방안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것으로 중국만의 생각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과거 한국 정부의 생각이었고 미국도 2008년 말 6자회담이 좌초되기 전까지는 추진코자 했던 구상이다.

더 늦기 전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묶어 하나의 기차처럼 선로 위에 올리자. 미국과 군사적 대결을 원치 않는 중국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일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약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한다면 한국과 미국은 행동반경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로부터 동맹국인 미국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사드를 배치한다는 분명한 논리도 가능하다. 중국도 반대하기 어려운 명분을 먼저 축적하는 것이 수순이다.

혹자는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 한다. 2008년 8월 폴란드와 미국은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을 염두에 두고 양국 외교장관 간에 MD 배치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그러나 폴란드 의회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주 이유로 비준 동의를 거부함에 따라 배치하지 못했다. 그 후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동유럽의 긴장이 고조되자 2016년 5월 비로소 MD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사드를 실제 배치하고 나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북한의 행동반경은 넓어지고 북한을 억제할 우리의 수단은 좁아진다. 중국이 사드를 철수시키기 위해 북한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성이 없다.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하에서는 먼저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것처럼 중국도 한국에 배치된 사드의 압박하에서 움직이지는 않는다.

사드 배치는 동북아 안보 환경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를 위해 외교와 군사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 한국이 그 가운데서 군사로 외교를 대체해 버리기에는 상황이 위중하다.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퇴로가 없는 선택을 강요받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핵심이다. 사드 배치는 쉽지만 위험한 길로 가는 것이다. 돌아오지 못할 위험을 안고 있는 다리부터 건너지는 말자.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전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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