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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영화 별점 2억7000만개 분석…정액제VOD 깃발 든 ‘왓챠’

2000년대초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다니던 20대 청년은 창업을 꿈꿨다. ‘개인화’와 ‘자동 추천’이 결합된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포커스 그룹 인터뷰 등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영화 별점(평가) 서비스’였다. 2012년 8월 영화 별점 서비스 ‘왓챠(Watcha)’를 론칭했다. 왓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인 프로그램스(Frograms)의 박태훈(30) 대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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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플레이는 지난 1월 1만2000여 개의 콘텐트 중 사용자에게 맞는 콘텐트를 추천해주는 정액제VOD 서비스를 내놨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는 “왓챠의 추천 콘텐트 서비스 정확성은 넷플릭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6월 현재 왓챠에 쌓인 별점은 2억7000만 개나 된다. 180만 명의 회원들이 자신이 봤던 영화에 대한 별점을 매긴 결과다. 왓챠가 모은 별점은 네이버나 CGV보다 많다.

왓챠 운영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추천 기술, 넷플릭스에 안 뒤져
디즈니·CJ 등과 콘텐트 수급 계약
투자사들이 먼저 서비스 권유
연내 정액제 가입자 20만 명 목표”

하지만 왓챠가 인기를 끈 것은 별점 데이터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방대한 별점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가 별점을 매길 만한 콘텐트를 추천해줬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업계에서 유명한 개발자 7명이 일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비교해도 추천 데이터의 정확성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콘텐트 업계는 왓챠의 별점을 마케팅 도구에 이용하기 시작했고, 일부 통신사는 왓챠의 별점 데이터를 사서 자사 콘텐트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영화 별점으로 시작한 서비스는 드라마로 이어졌고, 책에 대한 별점 서비스도 곧 선보일 계획이다. 2011년 9월 창업 후 3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왓챠의 인기에 힘입어 2014년에는 일본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왓챠는 인기를 끌었지만, 매출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박 대표가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꺼내든 것은 ‘정액제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다. “VOD 서비스는 돈이 많이 들 것이라 생각해 그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중에 할 거면 지금 해라. 우리가 지원한다’는 투자사들의 조언을 듣고 과감하게 뛰어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준비를 시작해 올 1월 ‘왓챠플레이(Watcha Play) 웹 서비스를 선보였다. 5월에는 왓챠플레이 앱도 내놨다. 왓챠에서 호평을 받은 개인별 추천 콘텐트 서비스는 왓챠플레이에도 이어졌다. 박 대표는 “왓챠가 있었기에 왓챠플레이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왓챠플레이는 출시 6개월 만에 영화와 드라마 콘텐트 1만2000여편을 확보했다. 이 중 한국 콘텐트가 50%를 차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대형 배급사와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이달 말이면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콘텐트가 2만 여 편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디즈니·소니 같은 글로벌 배급사 뿐만 아니라 CJ·쇼박스·EBS 같은 대기업과 콘텐트 수급 계약을 맺었다.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픽처스 등과도 계약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조그마한 스타트업이 거대 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화로 계약이 수월할 것처럼 말하던 관계자들도 직접 만나면 ‘우리가 먼저 나서기 어렵다’ ‘경쟁사가 어떻게 하는지 좀 보자’ 같은 말로 계약을 미루기도 했다. “다행히도 왓챠가 콘텐트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서비스라서 배급사 관계자들을 만나기가 그나마 좀 수월했다”며 웃었다.

왓챠플레이를 통해 볼 수있는 콘텐트는 개봉한 지 2~3개월이 지난 영화나 드라마다. 신작이 없다는 점이 큰 단점이 아니냐는 지적에 박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를 아무리 좋아해도 모든 신작을 볼 수 없다. 시간이 없거나 기회를 놓쳐서 보지 못한 영화와 드라마를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어서 사용자들이 더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경쟁력도 넷플릭스를 앞선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월 1만2000원의 사용료를 받지만, 왓챠플레이는 월 4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가입자 수도 넷플릭스를 앞섰다. 박 대표는 “7월 현재 왓챠플레이 가입자가 넷플릭스의 한국 가입자를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가입자 수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왓챠플레이 서비스에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드라마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해외 드라마가 훨씬 많다. 한국의 공중파 및 종편 방송국과 계약을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국과 계약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한국 드라마는 포기할 수 없는 콘텐트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올해 목표는 왓챠플레이 가입자를 2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K-콘텐트를 기반으로 한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투자 건을 놓고 투자사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투자를 받으면 왓챠플레이에 대해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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