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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③] 박정민 "연기 제대로 하고 싶어 고려대 자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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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전 만난 이준익 감독은 "상은 새 얼굴을 발굴하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동주'가 단 한 부문의 상을 받을 수 있다면, 박정민이 신인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그렇게 말한 이준익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대상을 받았고, 그의 바람대로 박정민은 영화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10년 전 이준기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왕의 남자'에 캐스팅한 이준익은 '동주'를 통해 박정민이란 진주를 진흙 속에서 끄집어냈다.

백상예술대상 후 한 달 여 만에 박정민(29)을 만났다. 박정민은 "신인상 받은 후 달라진 건 없어요. 알아보는 사람도 여전히 거의 없어요"라면서 웃지만, 더 바빠진 건 분명했다. tvN 사전제작 드라마 '안투라지 코리아'와 정우성·조인성과 함께한 영화 '더킹' 촬영을 병행하느라 인터뷰 시간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바쁜 스케줄 탓인지 여름 감기로 고생 중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인상 수상 당시를 떠올리고, 준비 중인 작품 얘기를 할 땐 감기 중인 걸 잊을 정도로 눈빛이 반짝거렸다.

박정민과의 2시간 여 인터뷰를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확인했다. 연예계에 동명이인도 많고 아직은 인지도도 낮은 편이지만, '동주'를 뛰어넘는 연기와 작품으로 충무로를 이끌 배우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죠.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기본기를 제대로 배워야해요. 무작정 부딪히고 덤비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연기를 하고 싶었고 제대로 전공으로 배우고 시작하고 싶어서 한예종에 들어갔어요. 고려대는 물론 좋은 학교지만 제가 있을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한예종 영화과였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려면 연기과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전과를 했죠. 영화과에 있을 땐 '영화과 학생이 무슨 연기를 해'라고 말하는 형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연기과에 들어가야 자신있게 '내 꿈은 배우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과를 신청했어요. 연기과 학생이 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배우가 꿈이라고 얘기할 수 있었어요. 배우의 꿈을 품은지 10년이 흐른 뒤에서야 제 입으로 말할 수 있었던거죠."
 
-당시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배우의 길을 걸을 줄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었죠. 공부를 해서 그저 평범하게 살 줄 알았던 아들이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우셨겠어요. 또 연기를 하겠다고 하고 이렇다 할 만한 활동도 없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으니 친척들이 다 모이는 명절이 싫어지더라고요. 어른들은 '니가 무슨 배우가 된다고 그러냐'라고 생각하셨거든요. 근데 그랬던 친척 분들이 저 이번에 백상에서 상받을 때 월드컵 응원하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셨대요."
 
-10년 전 배우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중학교 때 일이에요. 그땐 학교·집·학원·독서실 밖에 몰랐어요. 제가 어깨가 굽고 좁은 게 그때 하도 구부정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책만 봐서 그런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어깨가 굽어있어요. 그러던 제가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친구들과 놀러간 적이 있어요. 친한 친구가 아버지 별장에 놀러가자고 해서 갔는데 그때 옆 방에 놀러온 아저씨들과 우연히 같이 식사를 하게 됐어요. 아저씨들이 삼계탕을 같이 먹자고 해서 갔는데 그 중 어떤 한 분이 '우리가 누군지 알아?'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모르겠다고 했더니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했어요. 그땐 몰랐는데 알고보니 그 분들이 극단 '차이무' 선배님들이었던거죠. 어느날 보니깐 그 중 한 분은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주연으로 나오더라고요. 그게 바로 박원상 선배님이었어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때 뭔가 막연히 배우의 꿈이 생긴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박원상 씨를 본 적이 있나요.
"고려대를 자퇴하고 한예종 들어가기 전에 혼자 경주로 여행을 갔어요. 근데 그때 갑자기 박원상 선배님이 생각나더라고요. 내가 이 꼬라지로 살게 된 게 이 사람 때문인 것 같은데 한 번은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왔는데 거짓말처럼 남부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전봇대에 박원상 선배님의 포스터가 딱 붙어있는거예요. 그래서 포스터 밑에 적힌 메일 주소로 '박원상 배우에게 전달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냈어요. 바로 다음 날 선배님이 전화가 왔더라고요. '어디냐? 술이나 한 잔 하자'라고 해서 대학로 꼬치어묵집에 갔는데 이미 한 잔 하신 상태였어요. 2차로 전통 술집에 가신다길래 따라갔는데 가게 문을 열어보니 '차이무' 선배님들이 쫙 있더라고요. 문소리 선배님도 계셨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그때 용기내서 연기하는 걸 직접 보고 싶다고 했더니 연습실에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박원상 선배랑 소리 누나랑 연기를 하는 걸 직접 보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더 간절히 들었고요."
 
-어떻게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했나요.
"'파수꾼' 이후로 여러 회사를 만났어요. 지금 회사는 뭔가 저랑 잘 맞는 것 같았어요.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 사무실에 갔는데 들개 같이 생긴 사람이 있는 거예요. 그게 황정민 형이었어요. 매니저부터 소속 배우들까지 다 인상이 세거든요. 그래서 내가 여기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때 정민이 형이 옛날 얘기를 해주면서 '이런 배우가 되면 좋겠다'라고 하시는데 참 좋았어요. 연극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했더니 정민이 형이 '그건 당연히 해야되는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런 생각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서 바로 계약을 하게 됐죠."
 
-5년 간의 무명 시간 동안 갈등도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만두려고 한 적도 많았죠. 자존심이 많이 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다른 걸 하려고 봤더니 할 게 없었어요. 이거(연기) 보다 잘 하는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더라고요. 그런 생각으로 계속 힘들었어요. 극에 달한 건 작년 1월이에요. 유학을 가볼까, 취직을 할까 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다른 일을 알아보기도 했죠."
 
-연기 외적으로 아르바이트도 했나요.
"생계가 힘들 정도는 아니었어요. 단편영화든 뭐든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작품 활동을 하긴 했으니깐요. 하지만 돈을 떠나서 성과가 없으니깐 힘들었죠. 내 욕심에 못 하는 걸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을 때 '동주'를 만났어요. 그때 '동주'를 안 했다면 연기를 그만뒀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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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알아봐주지 않을까'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요.
"전혀요. 제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남 탓을 했으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 했을 것 같아요. 저 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분 중에 아직 주목을 받지 못 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도 있는데 제가 뭐라고 그런 생각을 했겠어요.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했어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누굴 원망한 적은 없어요."
 
-tvN '안투라지 코리아' 촬영에 한창이죠. 드라마 주연은 처음이에요.
"촬영 스케줄이 빠듯해서 수면 부족 상태이긴 한데 촬영장에 가면 정말 좋아요. 현장 분위기가 진짜 좋거든요. 조진웅 형을 비롯해서 (이)동휘 형, (이) 광수 형 등 출연하는 모든 분들이 다 좋고, 재밌어요. 촬영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사전 제작 드라마가 가진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영화와 달리 일단 드라마는 대본이 끝까지 다 나와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갈팡질팡하고 있는 단계예요. 사전 제작이 아니었다면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연기를 잡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중들의 실시간 피드백이 없으니 어떤 걸 고쳐야할지 모르겠어요. 오직 동료 배우들과 선배님들, 감독님만 믿고 찍고 있어요.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감독님께 디렉션을 많이 받으면서 연기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영화 '더 킹' 촬영은 어땠나요.
"촬영하면서 (정)우성 선배랑, (조)인성 형이랑 봤는데 정말 잘생겼더라고요. 젠틀하고 멋있고, 진짜 연예인같아요.(웃음) 인성이 형이랑은 액션을 같이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잘 챙겨주셨어요. 또 저랑 친한 배성우 형이 '더 킹'에 주연으로 나오거든요. 덕분에 촬영장에서 즐거웠죠."
 
-잡지에 칼럼도 꾸준히 연재하고 있죠.

"예전에 싸이월드에 글을 쓴 걸 본 어떤 기자 분이 잡지 원고를 써보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 때 인연으로 3년 넘게 썼어요. 주제는 그때 그때 달라요. 프리스타일이에요. 연재한 글을 묶은 책도 조만간 나와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배우하면 딱 이름이 거론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럼 행복할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10년, 20년이 지나도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지치지 않고 버티는 게 목표예요. 주연이 되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작은 역할이라도 작품이 좋으면 하고 싶어요. 욕심 부려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주연을 하고 싶진 않아요. 그럼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아요."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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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