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전국 16명을 위해…손해나도 그들이 만드는 이유

기사 이미지

21일 충남 예산시 덕산면 리솜스파캐슬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하는 제16회 페닐케톤뇨증(PKU) 가족캠프가 열렸다. PKU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 희귀난치병이다. 캠프에 참여한 환아와 가족들은 식이 요법 강의와 요리 실습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물놀이·공연을 즐긴다. [사진 매일유업]

정혜진(45·여)씨의 딸 엄지연(18)양은 매일 점심과 저녁, 특수분유를 먹는다. 또 급식시간에는 같은 반 친구들과 달리, 저단백 즉석밥을 따로 데워서 먹는다.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하는 희귀난치병인 페닐케톤뇨증(PKU)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약 200명의 환자가 있다.

이들은 모유는 물론 쌀밥이나 고기 등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식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정 씨는 “딸 아이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착한 식품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정 씨가 말하는 착한 식품은 매일유업에서 생산하는 단백질을 뺀 특수 분유와 CJ제일제당의 ‘햇반 저단백밥’이다.
기사 이미지

피케이유(PKU)-1(左), 피케이유(PKU)-2(右)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특수 분유 8종 10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이중 하나는 국내엔 16명 뿐인 단풍당뇨증(BCAA) 환아를 위한 분유다. 소비자가 200명에 불과해 제품별 연간 판매랑이 약 1300~9000캔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 논리만 따지면 수지 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 장사다.
기사 이미지

햇반 저단백밥

CJ제일제당이 만든 저단백 즉석밥도 마찬가지다. 제품 개발에 약 8억원을 투자했다. 별도의 효소 처리를 하는 생산 라인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도 들어간다. 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5000만원도 안 된다. 개당 1980원인 판매 가격은 거의 제조 원가와 비슷하다. 이주은(46) CJ제일제당 HMR담당 부장은 “즉석밥 시장에서 햇반이 큰 사랑을 받고 성장했기 때문에 사회 공헌 차원에서 기업의 이윤과는 무관하게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유방암 환자 전용 속옷

식품업계만 ‘밑지는’ 장사를 하는 건 아니다. 남영비비안은 2003년부터 유방암 환자를 위한 전용 속옷을 판매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용 브래지어에는 가슴을 모아주는 와이어와 옆구리 군살을 놀러주는 장치가 없다. 주로 병원 지하에 있는 매장에서 판매하는데, 가격은 일반 브래지어와 비슷하다. 유방암 환자 브래지어를 기획한 김현주(35·여) 남영비비안 대리는 “생산 라인 구축과 개발비가 추가로 들어가지만, 예쁜 속옷을 입고 싶어하는 유방암 환자들이 종종 있다는 매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로열허니 착한 수분 크림

화장품 업체 스킨푸드는 ‘로열허니 착한 수분 크림’이 1개 판매될 때마다 동일한 제품 1개를 저소득층 화상 환자들에게 기부한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화상 환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만든 제품이다. 형편이 어려워 보습제를 제대로 쓰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하는 건 아니다. 선의로 시작했다가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도 한다. 한국메드칼푸드는 1999~2010년 단백질이 포함돼 있지 않은 100% 전분과 즉석밥을 수입했다. 주문 물량이 적다 보니 컨테이너 하나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수입하기도 했다. PKU환우과 가족들을 위해서였다. 한국메드칼푸드는 이 사업을 확장해 지금은 환자 식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오동휘(53) 한국메드칼푸드 상무는 “일본 등 해외 거래처와 네트워크를 갖춰 환자 식품 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품 자체가 시장에서 기업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CJ제일제당 햇반 저단백밥은 2012년에 세계 3대 식품박람회 중 하나인 파리 국제식품박람회에서 200대 혁신제품에 선정됐다.

희귀난치병 환자 단 한 명을 위한 공수 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6살 어린이가 비케톤성 고글리신혈증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 진단을 받았다. 특수영양식 제품을 먹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사 이미지

엔케이에이치(NHK) 아나믹스

한독은 ‘엔케이에이치 아나믹스’라는 제품 15캔을 네덜란드에서 항공으로 긴급 공수해 판매했다. 한독은 글로벌 식품회사 다논(Danone)의 메디컬뉴트리션 전문 자회사 ‘뉴트리시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우유 알레르기나 크론병을 앓는 환자 등을 위한 특수영양식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공헌 활동을 손해보는 장사로만 볼 수 없다”며 “특수 시장과 틈새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가 될 수 있고, 기업 이미지 상승의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