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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차 공포 확산…“하루 11시간 이상 운전 못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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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교차로를 지나던 버스 두 대가 충돌해 한 대가 상가로 돌진했다. [뉴시스]

영동고속도로에서 시속 105㎞로 달리다 5중 추돌사고를 내고 20대 여성 4명을 숨지게 한 관광버스 운전기사 방모(57)씨가 사실상 졸음운전을 시인했다.

20일 강원도 평창경찰서에 따르면 방씨는 “멍한 상태에서 1차로를 달리다가 차가 멈춰 있는 것을 진행 중인 것으로 착각해 그대로 달렸다”고 진술했다. 방씨는 2년 전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면허 재취득 제한기간(2년)이 경과된 이후인 올 3월 대형운전면허를 다시 땄다. 방씨는 그 전날 버스 안에서 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 위반 등의 혐의로 방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동고속도로 사고 이후 ‘대형차 공포’를 호소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버스·트럭은 절대 다른 차로로 못 들어오게 해야 한다” “과속·과적 단속을 강하게 해야 한다”며 강한 규제를 촉구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버스나 화물차 등 대형차량은 한 번 사고가 나면 대규모 인명 참사로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윤모(33)씨는 “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이나 버스 같은 대형차량이 보이면 무서워 추월하거나 다른 차로로 간다”며 “대형차는 폭탄 같아서 최대한 떨어져 운전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실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차량의 교통사고 치사율(100건당 사망자)은 3.4명으로 승용차(1.5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 10월 충남 서산시 예천동의 한 사거리에서 일어난 ‘서산 레미콘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김모(44)씨가 운전하던 레미콘 차량(25t)이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급회전을 하다가 넘어져 반대편 차로에 정차 중이던 크루즈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신호 대기 중이던 크루즈 승용차 운전자 권모(50·여)씨 등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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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촬영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레미콘에 깔린 승용차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 등에는 ‘대형차 사고를 피하는 법’이란 글이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그룹 이준 위원은 “대형차 주변에서 운전하는 것을 피하고 추월하더라도 충분한 간격을 두고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운행 제한시간을 두는 등 대형차 운행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독일에서 버스·화물차 운전기사는 하루 9시간 이상 운행을 할 수 없다. 졸음·과로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대 4시간30분 동안 운행하면 반드시 45분간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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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처벌 기준의 경우도 일반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면 처벌 대상이지만 대형차량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05% 사이도 처벌한다. 일본에선 대형화물차량은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시속 90㎞를 넘길 수 없다. 올 초에는 대형차량의 자동 브레이크를 2020년까지 의무화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교통안전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재경 박사는 “한국도 2013년 8월 이후 생산된 3.5t 이상 화물·특수차 등에 속도제한장치를 달게 의무화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며 “미국처럼 하루 11시간을 넘겨 운전을 못하게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운수업체에 영업정지를 내리는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승기·윤재영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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