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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휠체어 400개 직접 만들어 기부…앱 개발해 유기견 입양시키는 수의사

장애견 휠체어 제작 5년째인 이철
하반신 마비견 키우며 휠체어 관심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버려진 강아지도 17마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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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휠체어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철씨 는 “동물도 감정을 가진 생명이란 걸 안다면 유기견 문제는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강아지가 웃고 있는 게 보이죠? 생애 처음 뛰어본 건데 얼마나 신났겠어요.”

16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이철(58)씨의 작업실. 그가 만든 ‘애견 휠체어’를 타고 뛰노는 강아지의 동영상이 화면에 나왔다. 뒷다리 마비인 2살짜리 강아지가 마치 수레처럼 생긴 애견 휠체어의 앞쪽 지지대에 배를 걸치고 뒤쪽 바퀴를 다리 삼아 풀밭 위를 자유롭게 다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씨는 토요일인 이날도 다음주까지 ‘납품’할 휠체어를 만들기 위해 작업실로 출근했다.

“쇠파이프를 구부리고 깎아내서 구멍을 뚫다 보면 이만저만 시끄러운 게 아니죠.” 그는 휠체어 제작에 쓰이는 밴딩머신과 글라인더, 드릴러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강아지도 사람처럼 체형이 다른데 꼭 맞는 휠체어를 만들려면 특수 장비가 필요하죠. 장비 사는 데만 1000만원 넘게 들어갔어요.”

그가 ‘애견 휠체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지금까지 휠체어를 제작해 기부한 것만 400개가 넘는다. 골프를 좋아해 20년 넘게 매주 필드에 나갔던 그는 휠체어를 만들며 연 2~3회로 줄였다. “ 한 대를 만드는 데 서너 시간이 걸려요. 시간은 부족하고. 다른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이씨가 장애견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3년. 비 오는 날 저녁 집으로 가던 중 우연히 버려진 새끼 강아지를 발견했다. “쓰레기봉투에 담긴 생후 한 달 된 강아지를 봤어요. 하반신의 신경이 끊어진 아이였죠.” 그는 강아지에게 ‘이슬’이라 이름을 붙이고 애지중지 키웠다. 그러나 제대로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이슬이는 우울증을 겪었다.

이듬해 일본 출장을 간 이씨는 우연히 ‘애견 휠체어’를 발견했다. 이슬이를 위해 당시 돈 70만원을 주고 휠체어를 구입했다. 이씨는 귀국하자마자 이슬이를 휠체어에 앉혔다. 잠시 머뭇거리던 이슬이는 곧 걷기 시작했고 몇 분 지나자 거실 위를 뛰어다녔다. 이씨는 “그때 처음 강아지도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이 있는 생명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슬이는 네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휠체어가 필요 없게 된 이씨는 누군가에게 휠체어를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유기견 보호센터에 휠체어를 기증했다. 이일을 계기로 이씨는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정기적으로 보호센터에 기부도 시작했다. 이씨 스스로도 버려진 강아지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17마리나 된다. 비정기적이지만 일본에 갈 때마다 휠체어를 사다 보호센터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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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선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곳저곳에서 휠체어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이 왔다. 그렇다고 고가의 휠체어를 매번 기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이씨는 애견 휠체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노인 휠체어를 만드는 공장을 찾아가 자문도 하고, 외국 제품을 사다 분해도 해 봤다. 5년 동안 애견 휠체어를 만들면서 장애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천사 아저씨’로 불린다. 이씨는 “유기견과 장애견 문제에 사람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인핸드’로 동물에 새 삶 주는 이환희
출시 한 달 만에 관련 분야 앱 1위
수의학 지식 살려 정보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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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유기동물의 정보를 알려 주는 앱 제작자 이환희씨가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의 한 공원에서 반려견 환타와 마주 보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이씨처럼 유기견을 돕기 위해 스스로 유기견 입양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수의사도 있다. 지난 19일 오후 수의사 이환희(31)씨의 작업실. 그가 보여준 스마트폰 액정 화면에서 ‘포인핸드(Pawinhand)’라는 앱을 터치하자 ‘오늘 128마리의 동물이 구조됐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전국 유기동물보호소에 접수된 동물이 128마리라는 뜻이다. 이씨는 “ 보통 하루에 유기동물 200~300마리 정도가 구조된다”고 설명했다.

포인핸드는 전국 유기동물보호소에 어떤 동물들이 보호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씨가 2013년에 직접 만들었다. 앱에 접속한 후 구조된 기간과 지역, 동물 종류를 선택하면 조건에 맞는 유기동물의 정보가 사진과 함께 뜬다. 입양을 원하면 해당 보호소로 바로 연락할 수 있다.

이씨가 이런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수의대 졸업 후 경기도의 한 군청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할 때였다. 그가 하는 일 중에는 유기동물보호소로 들어오는 동물을 관리하는 일도 포함됐다. “버려진 동물들은 크게 다치거나 병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구조되는 동물의 80% 이상이 목욕만 시켜놓으면 말끔하더군요. 입양시키기에 문제 없는 아이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입양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들어오면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10일간 공고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원래 주인의 소유권이 지자체로 넘어가 입양이 가능해진다. “공고도 형식적으로 성의없이 올라가고, 어딜 가야 공고를 볼 수 있는지 홍보조차 되지 않아요. 그러다가 10일이 지나면 바로 안락사를 시키지요.” 이씨는 “허무하게 죽어가는 많은 동물을 보며 이들에게 새 삶을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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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 때 컴퓨터 소프트웨어 제작에 푹 빠져 있던 경험을 살리기로 했다. 컴퓨터공학과 강의를 청강하며 앱 제작 경진대회에 나가 2등을 한 적도 있었다. 낮에는 군청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앱 시스템을 구축하며 밤을 꼬박 새우는 날이 한 달쯤 계속됐다. 마침 정부의 정보공개 정책과 시기가 맞물려 전국의 동물보호소 정보를 끌어오는 일이 수월해졌다.

3년 전 앱을 처음 출시했을 때 한 달도 되지 않아 유기견 관련 분야의 앱 중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포인핸드랑 비슷한 앱들을 들어가보면 만들어놓고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수의사로 일하는 경험을 살려서 사람들이 유기동물에 대해 갖는 잘못된 상식을 실시간으로 바로잡아주고, 질문에도 바로 응대하고 있어요. ”

포인핸드에는 실제 이 앱을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한 사람들이 후기를 올린다. 지저분했던 강아지가 다시 하얗고 보송보송한 모습으로 사진 찍힌 모습을 볼 때 이씨는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이씨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직접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보호소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글=윤석만·김나한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오종택·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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