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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고종 아관파천 했던 ‘왕의 길’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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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러시아 공사관 원래 모습. [중앙포토]

1896년 2월 11일은 조선에 부끄러운 날이었다. 고종(1852~1919) 임금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했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이다. 아관은 러시아 공사관을 가리킨다. 고종이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 경복궁을 떠난 것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1895) 이후 일본군의 무자비한 공격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저 안쪽 113m
25억원 들여 내년 말까지 완료
구 러시아공사관도 복원키로

그런데 역사는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서 주권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친일 내각을 물러나게 하고 친러 내각을 구성했다. 지방제도·관제(官制)를 개정하고, 영국·독일·러시아 등 각국에 외교사절을 보냈다. 특히 주변 열강과 대등한 관계를 맺기 위해 대한제국 설립을 도모했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머문 시기는 1년 정도. 이듬해 2월 20일 경운궁(현재의 덕수궁)으로 환궁한 고종은 그 해 10월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황제로 즉위했다. 대내외에 독립국가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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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관파천 120주년을 맞아 고종이 ‘구(舊) 러시아 공사관’(사적 제253호)으로 이동했던, 일명 ‘고종의 길’이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오는 9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말 완료할 계획이라고 20일 발표했다. 현재 ‘고종의 길’은 주한 미국대사관저 안에 있다. 서울 정동 구세군중앙회관 맞은편 미대사관저 철문과 연결돼 있으며 일반인 출입은 금지돼 있다. 대한제국 시기 미 공사관이 만든 정동지도에는 ‘왕의 길(King’s Road)’로 표기돼 있다.

약 25억원을 들여 복원할 길은 총 113m 규모다. 현재 석축(石築)과 담장이 남아있다. 담장 넘어 북쪽에는 고종이 황제 즉위 직전에 지은 선원전(璿源殿·역대 왕의 초상화를 모신 건물)이 있었다. 선원전 또한 향후 복원될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2003년 지표조사 결과 확인된 선원전 터와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교환하기로 한 한·미간 합의에 따라 진행됐다.

단국대 사학과 김문식 교수는 “아관파천은 대한제국 탄생으로 이어졌다. 나중에 일제 치하로 들어갔지만 당시 열강 사이에서 자주독립국을 선언한 대한제국의 외교적 노력은 적극 평가해야 한다”며 “120여 년과 비슷하게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오늘날 한반도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고 말했다.

‘고종의 길’ 서쪽 끝에 있는 구 러시아 공사관도 2021년까지 옛 모습대로 되살린다. 1890년 건립된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한국전쟁 당시 폭격을 받아 현재 3층 탑 부분만 남은 상태다. 문화재청 김성도 서기관은 “자생적인 근대국가를 추구했던 고종의 삶을 폭넓게 살펴보는 역사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명예교수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근대국가 대한제국을 승계하고 있다”며 “서울 정동 일대의 근대 유적을 복원하는 것은 늦었지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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