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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아랍인에게 “돼지”는 가장 심한 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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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같은 언어를 쓰는 한국인끼리도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이나 오해가 종종 발생한다. 하물며 외국어를 배워서 쓰는 사람이라면 오해를 부르는 일이 더욱 잦을 수밖에 없다. 특히 그 나라 고유의 문화·풍습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부문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야에선 다른 언어로 옮기기 쉽지 않은 낱말이나 표현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라도 나라에 따라 개념이 다를 수 있다. 한국어와 아랍어 사이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이집트에서 비슷한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유학 온 한국 친구가 열심히 운동하는 다른 친구를 보고 아랍어로 “후아 하야완”이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이 말을 들은 이집트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말은 “그는 동물(짐승)이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심히 운동하는 친구에게 왜 욕하느냐고 따졌더니 그 친구는 “그 말은 한국에서 멋진 사람에게 칭찬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야성미 넘치는 남자를 가리키는 ‘짐승남’을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그래서 “언어는 참 신기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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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아랍어를 공부하는 한국 사람들과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누는데 몇 가지 재미있는 사례가 나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돼지다. 한국 사람들은 돼지라는 말을 음식인 돼지고기와 돼지같이 통통한 체형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동시에 사용한다. 한국어로 “돼지야”라고 부르면 당연히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할 뿐 기분이 상할 일은 없다. 하지만 아랍어로 사람을 “돼지”라고 부르면 큰 문제가 생긴다. 아랍·이슬람 문화권에선 돼지고기 식용을 금지해 왠지 불결하고 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 성격이 “돼지 같다”고 하면 매우 심각한 모욕이 된다. 아랍 문화에서 돼지는 책임감이 없어 자기 여자를 지키려 하지 않는 남자를 가리킨다. 따라서 “돼지 같다”는 말은 아랍 남성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인 셈이다.

또 다른 예로 술이 있다. 한국에서 술이라고 하면 19세만 넘으면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선 ‘마시지 말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니는 금기 음료라 느낌이 좋지 않다. ‘친구’라는 말도 한국에선 남녀를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아랍어에선 동성 친구만 친구라고 부를 뿐 이성은 친구 범주에 넣지 않는다. 아직 우정은 동성끼리만 가능하다는 보수적인 인식이 남아 있어서다. 같은 단어라도 문화권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으므로 사용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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