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정재의 시시각각] 김정주는 왜 검은손을 잡았나

기사 이미지

이정재
논설위원

처음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 행각이 불거졌을 때, 나는 김정주 넥슨 회장을 동정(?)했다. 권력과 좋은 관계를 맺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우리 기업의 현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주가 친구 진경준에게 4억2500만원을 빌려주고 이걸 다시 120억원으로 뻥튀기해 준 것도 이 땅에서 기업 하는 비용, 뒷배를 만들기 위해 치른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지나친 액수에 화가 치밀긴 했지만 그래도 안타까움이 먼저였다.

시간이 흐르고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나는 생각의 궤도를 수정해야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냥 먹이사슬이 아니라 뒷배와 뒷돈으로 얽힌 동업자가 아닐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등장은 이런 심증을 더 굳게 했다. 김정주의 넥슨은 우 수석 처가 소유의 강남 부동산을 13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사들였다. 덕분에 우 수석의 처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땅을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됐다. 시시비비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풍기는 냄새는 고약하다. 세간의 눈이 ‘김정주-진경준-우병우 커넥션’에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김정주는 세계적 창업 신화의 주인공이다. 20대에 창업해 10여 년 만에 4조원이 넘는 회사를 일궜다. ‘게임 황제’로 불린다. 그런 그가 뭐가 아쉬워, 뭘 더 얻으려고 그런 거래를 했을까. 그의 이력을 돌아봤다. 진실은 왕왕 지나온 시간 속에 단서를 남겨놓는 법이므로. 그는 기업법 전문 변호사인 아버지 덕분에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94년 아버지에게 6000만원의 자금을 빌려 넥슨을 창업했다. 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다중접속 롤플레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로 게임 왕국의 문을 열었다. 이후 직접 게임을 개발하기보다 잘나가는 게임회사를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대박을 터뜨린 ‘메이플스토리’와 2013년 한 해에만 4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안겨준 ‘던전앤파이터’가 모두 M&A의 결과물이다.

큰 성공 뒤에 으레 따라붙는 시기와 질투를 감안해도 그에 대한 평판은 일관되게 별로다. 그는 (게임)개발자를 홀대하고 지분에 집착했으며 M&A를 즐겼다고 한다. 업계에서 그를 ‘개발자’가 아니라 ‘사업가’로, 넥슨을 ‘돈슨’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는 뛰어난 안목과 두둑한 베팅으로 남의 것을 사들여 사업을 키웠다. 그런 그가 수많은 거래를 통해 익힌 것들, 그 속에 진경준과의 검은 거래의 씨앗도 함께 심어진 것은 아닐까. 협상·거래와 인허가엔 권력과 금력이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믿음 같은 것 말이다.

김정주를 보며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떠올렸다. 둘은 많이 닮았다. 나란히 게임 벤처 1세대 최고의 스타다. 언론을 잘 타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것도 같다. 인연도 남다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다. 카이스트에선 한 방을 쓴 룸메이트다. 마이티를 함께 치며 빌 게이츠를 꿈꿨다고 한다. 김정주는 최대의 위기로, 이해진은 라인의 일본 상장 성공으로 요즘 최고의 화제 인물인 점도 같다.

그러나 둘 사이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김정주는 탄탄한 지분(48.5%)으로 넥슨을 지배한다. 이해진의 네이버 지분은 4.6%다. 라인 스톡옵션도 ‘2인자’인 신중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보다 적게 가졌다. 그는 “경영권은 돈이 아니라 실력과 열정으로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이해진이 15일 라인 상장 간담회에서 말한 ‘역차별’ 얘기를 들으며 울컥했다. 그는 포켓몬 고(GO) 열풍에 맞춰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을 다시 요구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세금 내기 싫어 한국의 법을 바꾸라고 요구한다”며 “네이버가 그랬다면 어떻게 됐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불공평·역차별”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라인은 일본으로 갔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여러 이유로 이 땅에서 기업 하기는 여전히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권력의 검은손을 잡은 김정주가 일본으로 가야 했던 이해진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정재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