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과 교류 적고 비타협적 스타일
“검사장 인사 과도한 개입” 말 돌아
자원외교 수사 받은 친이계 불만
더민주 ‘노무현 수사’ 악연에 반감
우병우 “정운호 변론 의혹 100% 허위”
청와대도 “일방적 정치공세 말라”
실제로 지난해 12월 검사장급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18기 선두주자였던 강찬우 수원지검장, 변찬우 대검 강력부장이 옷을 벗었다. 검찰 내에선 우 수석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돌았다. 반면 우 수석과 가까운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은 중요 보직에 기용됐다.
또 지난해 말 김진태 검찰총장 후임 인선 때 우 수석이 김수남 현 검찰총장과 사이가 벌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수도권의 부장급 검찰 관계자는 “ ‘우 수석이 검사장급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우 수석이) 현직에 있으면 조사하기 어렵다”면서 “즉각 우 민정수석을 해임하고 별도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왼쪽은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 조문규 기자]
새누리당에서도 비박계는 우 수석이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사정작업을 진두지휘했다는 이유로 시선이 곱지 않다.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병국 의원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수사에 대해 “누가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친박계도 우 수석이 진경준 검사장 승진 당시 재산 검증을 소홀히 한 실책이 분명하기 때문에 마냥 감싸기 힘들다. 심지어 우 수석이 친박계 핵심과 갈등을 빚는 바람에 부동산 파문이 불거졌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18일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는 사이 청와대 실세와 여당의 실세가 싸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비사교적이고 비타협적인 우 수석의 스타일도 고립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우 수석은 민정수석 발탁 이후 외부인사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했고, 청와대 내부 인사들과도 교류가 많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민정수석 업무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외부엔 우 수석이 독주하는 이미지로 비춰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부 환경은 불리하지만 우 수석은 정면 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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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검찰이 현직 민정수석 수사하는 상황 오나
우 수석은 19일 자신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정식 수임계 없이 변론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보도와 관련해 “100% 허위보도다. 찌라시 수준의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우 수석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정운호와 (법조 브로커인) 이민희라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전화통화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형사고소,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제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정치공세나 국정 흔들기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우 수석이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 수석이 퇴장하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부를 지탱할 사정라인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글=김정하·현일훈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