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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자유주의 본산지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의 새 대표가 된 테리사 메이가 어제 총리에 취임했다. 마거릿 대처 이후 영국에서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 메이는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국민의 뜻을 받들면서도 EU와의 이혼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국민투표에서 드러난 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그가 감당해야 할 중대한 도전이다.

총리로 확정된 직후 그는 특혜받는 소수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영국’을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내가 이끄는 보수당은 완전히, 전적으로 노동자들 편에 설 것”이라며 보수당의 대변신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소비자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원 보수 지급안에 대한 주주의 표결에 구속력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30여 년 전 대처가 깃발을 든 신(新)자유주의에 제동을 걸면서 보수당의 좌클릭을 선언한 셈이다.

1970년대 말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총리가 된 대처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손잡고, 신자유주의의 막을 올렸다. 이후 세계는 작은 정부, 탈(脫)규제, 민영화, 긴축, 부자 감세 등 경쟁을 극대화하는 개방적 자유주의가 ‘노멀’이 됐다. 그 덕분에 세계 경제가 활성화하고, 많은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승자독식에 따른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으로 심화됐다. 그에 대한 반발이 영국에선 브렉시트 찬성, 미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 현상으로 나타났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혜택에서 소외되거나 국경 없는 무한경쟁에서 낙오한 저학력,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의 분노와 좌절이 표를 통해 분출하고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유력한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신자유주의는 퇴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클린턴은 ‘포용적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경쟁자였던 샌더스의 공약을 대거 흡수했다. 연방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15달러로 인상하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공립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샌더스는 만족을 표시하고, 클린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양대 본산이었던 미국과 영국이 빈부 격차를 완화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쪽으로 자본주의의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양극화도 미국·영국 못지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17.9%)과 영국(12.7%)에 이어 한국(12.2%)이 세 번째로 높았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45%(2013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양극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 일보 직전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미국과 영국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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