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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실감 나게 들여다본 소설 '누운 배'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지만 막상 성공해도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3개월, 3년, 15년 등 여러 버전의 '고비설'을 양산하는 직장생활 말이다.

그런 직장생활의 생리를 실감 나게 들여다본 소설이 나왔다. 흔치 않은 기업소설,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이혁진(36)씨의 장편 『누운 배』(한겨레출판)다. 직장생활 고비설을 언급했지만 소설은 그날그날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사무실 기상도에 따라 울고 웃는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시트콤류가 아니다. 보다 사회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의식으로 무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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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배(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배경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한 조선소. 길이 200m, 높이 34m, 자동차와 트럭 6700대를 싣는 거대한 화물선이 갑자기 쓰러진다. 사고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는가에 따라 누군가 심각하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 거액의 보험료 산정과 지불을 둘러싼 치열하고 지루한 협상이 이어진다.

작가 이씨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제로 중국의 한국 조선소에서 3년간 일하며 보고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기획 관련 부서에 배치돼 선박 생산 일정을 짜고 선박 수주 예상 비용을 계산하는 일을 했는데 소설 주인공 문 대리의 업무도 거의 비슷하게 설정했다고 했다.

결국 소설에는 직장생활하며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이씨의 본심이 담겼을 터. 그에 대해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 생활을 하며 수시로 규칙이 일그러지는 상황,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안에서 계속 지내다 보면 굉장히 중요한 것들, 개인적 믿음으로 삼아야 할 것들이 자칫 묻힐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참말 혹은 진실은 뭘까. 그런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이씨는 "소설에서 회사라는 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사고를 정리해 나가는지 보험 처리 과정에서 회사의 구조가 차츰 드러난다"고 소개했다. 조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양가 감정, 동경과 저항을 동시에 느낀다. 회사의 방침이 옳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결국 조직의 일원으로서 밀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그렸다는 거다.

그런 소설의 입장은 사용자나 노동자 어느 쪽의 입장도 아니다. 이씨는 "회사라는 집단의 근본적인 구조에 어떤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힘'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흔히 사용자를 갑, 노동자를 을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황에 따라 갑을 관계는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 내 역학관계를 둘러싼 갑질 논쟁은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인 것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주인공 문 대리는 역시 작가 이씨처럼 소설 마지막 부분 회사를 떠난다. 자신의 평생을 바칠 만한 일을 찾아서. 그 일은 역시 이씨처럼 글을 쓰는 일이다. 예상과 달랐던 조직의 내부를 목격하고 실망도 했을 테지만 그에 대한 환멸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조직을 떠난다는 점에서 소설은 실존적이다.

이씨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정식으로 작가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가 새벽까지 남의 주방일을 하며 생활비를 보태줬고, 잠 잘 공간을 내준 선배의 도움으로 소설을 쓸 수 있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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