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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중 어느 한쪽만 만족시킬 순 없다”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에 이어 12일 필리핀· 중국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에 대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동북아 외교 지형이 꿈틀대고 있다.

12일 오후 6시(한국시간) 판결이 나온 뒤 청와대와 외교부 등은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미국은 판결 이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재재판소 판결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며 지지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를 전부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입장을 낸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 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사드 배치 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거센 상황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기존의 원칙론적 입장을 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보장에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분쟁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등이다.

하지만 격랑은 계속 밀려들고 있다. 오는 14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구체적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일본 도쿄에서 3국 차관 협의가 열렸을 때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과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 외무성 사무차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반면, 한국 대표인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본은 이날 판결 직후에도 “중재 판결은 최종적이기에 분쟁 당사국을 법적으로 구속한다”며 미국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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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일 몽골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도 고비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경우 이 문제를 꺼낼 수 있다.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ARF에는 한·미·중은 물론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인 아세안 국가들이 모두 모인다. 한국에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다.

정부 당국자는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각기 미국 편, 중국 편으로 나뉘어 첨예한 대립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며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법적으로 분쟁화하려는 의도가 있단 점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세현·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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