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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원의 5% 청년으로 매년 채용, 계열사 거래엔 색안경…이런데 투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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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경제부문 기자

기업은 이윤을 남길 수만 있다면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도 판다고들 한다. 돈만 된다면 시키지 않아도 투자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반기 30대 그룹 투자 집행 실적(8조9069억원)은 당초 계획의 59.7%에 그쳤다.

<본지 7일자 종합 1면·6면 참조>

대기업에 상반기 투자 고삐를 느슨하게 쥔 이유를 물었다. 다수의 기업은 20대 국회 출범 후 ‘정책 리스크’를 우려했다. 기업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만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안들은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과잉 규제(Overregulations)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은 민간 기업에게 매년 총 정원의 3~5%를 무조건 청년으로 뽑으라고 강제한다. 기업은 업황에 따라 채용 규모를 조절하는 게 당연하다. 때론 경력직·중장년 근로자가 필요한 업종도 있다. 불합리한 산업 구조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시장 자율성마저 규제하려는 과잉 입법이다. 기업들은 꼭 필요한 투자를 신규 채용으로 돌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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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획일적 규제(Uniform regulations)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계열사 간 거래를 모두 나쁘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일부 부품은 아웃소싱(outsourcing)이 유리하지만, 일부는 직접 생산이 효율적일 수 있다. 일괄적으로 계열사 거래를 막아버리면, 수직계열화에 투자한 기업은 투자금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셋째, 설익은 대안(Prematured alternatives)이다. 예컨대 ‘최저임금법 법률개정안(일명 살찐고양이법)’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처럼 과도한 임금을 챙긴 이른바 ‘살찐 고양이(fat cat·탐욕스러운 기업인)’를 잡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근로자 최저임금의 30배 이상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자’는 대안의 효과는 미지수다. 최고임금이 내려가도 최저임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가정의 근거가 없고, 보너스·스톡옵션 등 다양한 우회로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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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다면 법안의 파급 효과까지 정교하게 고려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셜 네트워킹에 의한 살찐 고양이 확산 현상’을 연구한 양재석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여러 기업에 이사회 멤버로 중복 참여하는 경우가 많을수록, ‘살찐 고양이’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사회에서 타 기업 연봉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식의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

넷째, 허술한 규제(Slack regulations)다.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경제민주화’라는 취지를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악용의 여지가 충분하다. 모회사 지분을 1%만 보유해도 자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투기 자본이나 경쟁사가 일부 지분을 사들여 대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이 법안이 만약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들은 투자는커녕 없는 돈까지 끌어 모아 지분을 사들여야 할 판이다.

어쩌면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건 기업의 핑계일 수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투자 안전성만 고려하는 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투자수익률에 확신이 있어서 조선업 에 뛰어든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책 입안자들은 생산의 주체인 기업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투자가 늘어야 이윤도 늘고 양질의 일자리 또한 증가해 국가 경제가 살찌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팔겠다고 알래스카를 찾은 기업들에게 아이스크림 판매까지 규제하겠다고 나선다면, 기업 투자가 알래스카 날씨만큼 얼어붙는 것도 당연하다.

문희철 경제부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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