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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 받습니다” 일흔살 백건우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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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가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17일 멘데스 지휘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하고, 9월 29일 독주회 때는 신청곡도 연주한다. [중앙포토]

“스페인 오케스트라는 뜨거워요. 열정이 느껴지죠.”

9월 독주회 연주곡 20일까지 접수
“나이 드니 여유가 생긴 거죠
뭘 듣기 원하는지 나도 궁금해”
17일엔 스페인교향악단과 협연

11일 서울 한남동 일신홀을 찾았다. 백건우가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정원의 밤’을 연습 중이었다. 건반에서 부서지는 음들이 알함브라궁 정원 분수의 물방울에 비친, 그라나다의 푸른 밤을 연상시켰다.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안토니오 멘데스가 지휘하는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곡이다.

몇 해 전 백건우·윤정희 부부는 파야의 집에 들렀다. 알함브라 궁전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샛길에 있었다. 파란 대문에 소박한 그 집은 한눈에 그라나다를 조망할 수 있는 경치를 품고 있었다. “이 곡을 들으면 여행을 하게 돼요. 파야가 사랑했던 신비스런 장소로.”

백건우는 스페인을 “알수록 좋은 나라”라고 했다. “매일매일이 축제예요. 밤 10시 넘어도 노래하고 춤추고 와글대요. 정말 사람 사는 곳 같더군요. 예전에 파리가 그랬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백건우는 스페인 곳곳에서 공연했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세비야·코르도바·산티아고·오비에도·라스팔마스에서 협연과 독주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말라가 무대에 섰다. 피카소의 고향이며 퐁피두 센터 분관이 문을 연 미술의 고장이기도 하다.

“날씨가 기가 막히죠. 바다가 있고, 음식 값 싸고. 스페인 사람들은 와인을 6차까지 마셔요. 나중에는 길가를 점령하더라고. 흥을 알아요. 땅바닥에 주저앉아 즐기는 거죠.”

백건우는 술을 못 한다고 했다. 평소 주량은 맥주 한 잔 정도. 옆에 있던 부인 윤정희가 “공연이 끝나면 조금 더 마신다”고 귀띔했다.

17일 백건우는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도 협연한다. 가리 베르티니가 지휘한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과의 음반(1995, 오르페오)도 있다. 백건우는 “독일 악단의 라벨에 의구심도 들었지만 베테랑 지휘자가 잘 만들어냈다. 음반과 특별히 해석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60년을 연주하며 생긴 협연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젊었을 때는 내 주장을 많이 했지.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 틀에 집어넣으려 노력했어요. 그러니 힘들었지. 지휘자도 오케스트라도 각자의 색채가 있어요. 가장 먼저 이들의 한계가 어딘지 파악해야 해요. 그 안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연주라는 ‘물건’을 만들어내야 해요.”

9월 29일 예술의전당에서는 독주회도 갖는다. 바흐 ‘프랑스 모음곡 5번’, 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 리스트 ‘B.A.C.H. 환상곡’외에 4~5곡을 청중들의 신청곡으로 채우기에 ‘백건우의 선물’이란 제목이 붙었다. 기획사, 티켓 사이트, SNS 등에서 20일까지 신청곡을 받는다. 응모자 5명을 선정해 공연 당일 백건우와 저녁식사 자리에 초청한다.

“만 70세가 되고 보니 여유가 생긴 거지. 내 자신이 궁금해요. 사람들이 내 연주로 어떤 곡을 듣기를 원하는지도. 결국 바흐로 시작해 바흐로 끝나고 중간에 브람스와 신청곡이 있는 프로그램이죠. 음악적으로 잘 맞을 것 같아요.”

백건우는 “음악은 결국 여행”이라고 말했다. 연주가나 청중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예전에 한 관객이 제 연주를 듣고 ‘(음악을 들으며) 아주 먼 데 갔다 왔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 말 같아요. 근데 여행을 완벽하게 공부하고 가면 재미없잖아요? 그 변수를 즐겨요. 듣는 분들도 마찬가지죠. 예기치 못했던 흥미로운 느낌을 받는 공연이 좋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백건우에게 자신의 별명인 ‘건반 위의 구도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각자 한눈팔지 않고 자기 직업에 충실한 사람들이 다 구도자 아닐까요. 저는 필요 없는 욕심 부리지 않고, 주어진 일 열심히 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입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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