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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95주년의 중국공산당 앞에 놓인 두개의 함정

지난 7월1일은 중국 공산당(CPC) 창립 9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수도 베이징에서 개최된 성대한 축하공연을 TV로 시청하였다. ‘공산당의 신념은 영원하고 불변이다(信念永恒)’는 것이 95주년 맞이하는 당원들의 각오였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정점으로 하는 8천9백만 명의 당원들의 합창은 ‘워 아이 니 중꾸어(我 愛 ? 中國 우리는 그대 중국을 사랑합니다.)’였다.

공연무대에 크게 부쳐 놓은 공산당의 당기(黨旗)가 눈에 들어왔다. 당기는 중국의 국기(國旗) 오성홍기(五星紅旗)와 다르다. 당기는 소비에트 연방 (구소련)의 국기와 비슷하다. 혁명을 상징하는 붉은 바탕에 낫(sickle)과 망치(hammer)가 연결된 도안이다. 낫은 농민을, 망치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상징한다. 모두 무산(無産)계급인 프롤레타리아들이다. 프롤레타리아는 라틴어의 자녀(proles)에서 유래되었다. 스스로 생산하여 가진 것이라고는 자녀 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당기에 그려진 낫의 손잡이가 매우 짧아 보인다. 사실 중국의 농민들은 러시아나 동유럽의 밀밭을 수확하는 낫을 쓰지 않는다. 소련 국기에 그려져 있는 낫의 손잡이는 길쭉한데 비해 중국 공산당 당기의 낫은 손잡이가 몽땅하여 비현실적이다. 소련의 낫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모방해서 그려진 것 같다.

당기에는 소련 국기의 오각의 별(五角星)이 보이지 않는다. 오각의 별은 공산당을 의미하지만 다섯 대륙의 노동자 단결도 의미한다. 오각성은 당기가 아니고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에 옮겨 놓았다. 오성홍기에는 공산당을 상징하는 하나의 큰 별을 네 개의 작은 별이 에워싸고 있다. 네 개의 작은 별은 노동자 농민 그리고 소자산 계급과 민족(애국)자본 계급이다.

중국의 공산당은 소련과 다르다. 소련 공산혁명 당시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노동자와 농민만 있었지만 중국 공산당이 창당 될 1920년대의 중국에는 소자산가와 민족 자본계급이 이미 존재했다. 중국 공산당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과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프롤레타리아(無産) 계급뿐이 아닌 2개의 유산(有産) 계급을 포용하여야 했다. 4개의 별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 기반한 중국식 발상이다.

소련의 지시로 만들어진 북한의 조선 노동당(WPK)의 당기에도 망치와 낫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노동당 당기를 자세히 보면 노동자의 망치는 소련과 유사하나 농민의 낫은 소련식 낫이 아니고 우리나라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낫이다.

노동당 당기에는 망치와 낫 가운데 길 다란 붓도 그려져 있다.
이는 소련의 국기와 중국 공산당 당기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오늘 날의 펜에 해당되는 붓은 근로 인텔리 즉 노동당 당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붓이 망치와 낫의 가운데 있는 것은 노동자와 농민을 노동당이 연결하여 리드해 가겠다는 것이다.

1919년 3월 레닌에 의해 세계 30여 개국의 공산주의자들이 모여 국제 공산당 창건대회(코민테른 Communist International)가 열렸고 다음 해 8월 중국 상하이에서 공산당 조직이 결성되었다. 코민테른의 지시로 중국에서 처음 조직된 공산당이다. 2개월 후인 10월에는 베이징과 후난성에서도 조직되었다. 비밀 지하조직인 공산당은 57명에 불과했다.

1921년 7월 23일 후난성 창사 대표 마오쩌둥(毛澤東) 등 각 지역의 공산당 전국 대표 13명이 한데 모였다. 관헌의 눈을 피해 치외법권 지역인 프랑스 조계지가 회의 장소였다. 이것이 제1차(창당)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다. 이후 5년마다 개최되어 2017년에는 제 19차 당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창당대회 장소는 박물관으로 보존되어 있다. 상하이의 젊은이 거리로 알려진 신티엔디(新天地)에 가면 창당대회 유적지(一大會址)인 붉은 벽돌집을 찾아 가 볼 수 있다.

7월23일부터 시작된 회의가 끝나기 하루 전 7월30일 프랑스 조계 경찰의 기습 검문을 받았다. 불안을 느낀 전국 대표들은 상하이에서 멀지 않은 자싱(嘉興)의 관광지 남호로 회의장을 옮겼다. 지금은 고속철로 홍차오 역에서 30분이면 자싱에 닿는다.

전국 대표들은 비밀리 남호의 유람선을 빌려 선상에서 마지막 회의를 마무리 하였다. 남호는 자싱 환성호(環城湖)의 일부로서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청대 건륭황제가 즐겨 찾았던 곳이다.

중국 공산당 창당의 첫 울음소리는 남호의 유람선에서 울려 나온 셈이다. 신 중국 건국에 공이 큰 둥비우(董必武)는 후에 공산당 창당 비화를 소개하면서 신성한 혁명을 알리는 첫 울음소리가 아이러니하게 유람선(畵舫)에서 울려나왔다고 하였다.

프랑스의 하급 자치체의 이름으로 공유 공동의 의미를 가진 코뮨(Commune)에서 시작된 코뮤니즘(공산주의)은 레닌에 의해 소비에트 연방으로 발전되었고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지금에도 중국에는 중국식 공산주의가 건재하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리차드 맥그리거 기자는 “공산당( The Party)"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중국 공산당을 철저히 분석해 두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레닌의 각본에 따라 인사 선전 무력이라는 3대 축을 통해 일당 독재로 중국 국민을 영도해 가고 있으며 구소련 붕괴 후 레닌 식 공산주의는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 공산당이 창당된 후 역사를 보면 현실주의적인 중국 민족성처럼 중국 공산당은 현실에 적응하여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중국 공산당을 보면서 중국의 전통 가면 마술사인 변검술사(變瞼術師)의 얼굴을 연상한 적이 많다. 중국 공산당은 시대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얼굴을 연출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당 100년을 앞두고 안팎으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데 특히 두 개의 함정 앞에 서서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적으로는 성장이 정체된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고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투기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패권국과 신흥대국간의 패권교체는 반드시 전쟁을 통함)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로 야기된 세계 경제의 혼란은 수출 중심의 중국경제를 어렵게 하고 이번 7월12일에 발표될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은 중국을 고립시켜 대외적 처신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덩샤오핑(鄧小平)같은 지도자를 만나 과거에도 많은 난관을 헤쳐 왔듯이 앞으로도 두 개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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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