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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골리앗 크레인 팔려도 다윗의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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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욱
사회부문 기자

경남 창원시에 자리한 성동산업 마산조선소는 지금 사실상 폐허로 변했다. 12만726㎡의 조선소 부지에는 초대형 크레인과 기중기가 휑하니 남아 있다. 선박 블록을 생산했던 야드에는 부서진 철골 구조물과 시멘트 더미 등이 쌓여 적막감이 감돈다.

이곳은 1972~91년 특수선 제조업체인 코리아타코마가 군함·잠수정·여객선 등을 만들던 활기찬 산업 현장이었다. 한진중공업이 코리아타코마를 합병해 조선소 명맥을 이어갔다. 성동산업이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부지를 사들여 선박 블록을 생산한 시점은 조선 경기가 호황이었던 2007년이다. 대형 크레인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성동산업이 자금난에 빠졌고 채권단이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2013년 조선소를 경매에 넘기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부지는 20개 중소기업에 분할 매각됐다. 마지막 남은 것은 성동산업이 270억원을 들여 만든 700t급 골리앗 크레인이다. 조선 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한 지금 30억원에 매물을 내놔도 국내엔 매수자가 없다. 루마니아 등 외국에 팔아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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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이 성동산업 조선소 골리앗 크레인(높이 105m) 옆 담벼락을 허물고 있다. [창원=위성욱 기자]

골리앗 크레인의 해외 매각 추진은 ‘말뫼의 눈물’과 겹쳐진다. 스웨덴 말뫼는 한때 세계적인 조선소인 코쿰스가 있던 도시다. 그러나 조선산업 침체로 2003년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15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팔았다. 당시 이 크레인이 스웨덴을 떠날 때 말뫼 시민 수천 명이 부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현지 국영방송은 장송곡과 함께 “말뫼가 울었다”고 보도했다. 13년 전 말뫼와 비슷한 상황이 창원에서 재연되고 있다. 고도성장기에 마산 수출자유지역과 더불어 한국 경제의 기둥처럼 우뚝 솟아 있던 대형 크레인이 해외에 팔린다는 소식은 우울하다. 창원뿐 아니라 한국 조선산업의 심장부인 경남 거제와 울산은 지금 극심한 불황으로 생사가 걸린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다고 비관하고 좌절할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태어난 말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말뫼는 신재생에너지·정보기술·바이오 등 신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대규모 국책 사업과 공공투자로 실업자를 적극 흡수했다. 지금 말뫼는 유럽의 대표적 친환경 에코도시로 변신했다. 도시의 수식어도 ‘눈물’ 대신 ‘내일의 도시’로 바뀌었다. 대형 크레인이 있던 코쿰스에는 2005년 90도로 비틀어진 꽈배기 모양의 54층 빌딩 ‘터닝 토르소’가 들어섰다. 말뫼는 골리앗을 잃었지만 다윗의 지혜로 부활했다. 이제 대한민국이 혁신으로 거듭날 차례다.

위성욱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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