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론] 브렉시트 이후의 세계와 G20의 역할

기사 이미지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

6월 23일로 전 세계는 브렉시트라는 신조어에 익숙해졌다. 이날 영국은 유럽연합(EU)과의 43년 관계를 재정립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영국 국민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별을 선택했고, 그 충격에 세계 주요 주식시장과 환율이 요동쳤다. 브렉시트로부터 2주가 경과하는 지금, 세계는 초기 충격으로부터 진정되는 듯이 보이는 반면 영국은 더 큰 정치적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브렉시트는 세계사 역행의 시작?
관리되지 않은 세계화와 양극화
21세기 ‘관리 시장주의’로 귀환
자유주의 국제질서 재확인 필요


브렉시트는 표면적으로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것이지만 다른 국가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브렉시트는 영국과 유럽에 정치·외교·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세계의 국가들은 직간접적으로 그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주식시장의 하락과 환율의 급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브렉시트는 경제를 넘어 포괄적이며 현재까지 세계가 걸어온 방향을 바꾸는 신호탄일 수 있다. 그러므로 브렉시트가 일어난 원인과 그것이 세계에 갖는 의미를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약 52%의 영국 유권자가 브렉시트에 찬성한 이유는 ‘관리되지 않은 세계화’에 대한 불안과 불만으로 요약된다. 영국 국민이 세계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되지 않아서 다수의 국민을 패배자로 만드는, 소위 양극화를 발생시키는 세계화에는 반대한 것이다.
기사 이미지
1945년 이후 세계 경제는 자유시장주의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45년에 수립된 자유시장주의는 ‘완전 자유시장주의’가 아니라 ‘관리 자유시장주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원칙적으로 자유시장주의를 견지하되 공동체(국가)의 합의된 가치 내에서 시장이 작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45년 이후에 ‘완전 자유시장주의’가 ‘관리 자유시장주의’로 변모된 배경은 30년대의 대공황과 그에 원인을 둔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그리고 종전 후 냉전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미국의 주도로 자유무역을 통해 번영을 달성하되 대내적으로는 완전고용을 목표로 하면서 자유무역으로 발생하는 폐해를 정부가 복지를 제공해 완화시키는 것에 합의했다. 이러한 ‘관리 자유시장주의’는 80년대 초부터 관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90년대에 세계화의 만개(滿開)를 거쳐, 급기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6년 브렉시트에 도달했다.

브렉시트가 우려스러운 점은 그것이 영국에서 끝나지 않고 유럽과 여타 지역으로 확산돼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잠식할 위험이다. 이러한 위험의 징후는 자유시장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대중 영합적인 정치와 반세계화(deglobalization) 정서가 결합해 세계적으로 정치적 고립주의와 경제적 보호주의를 등장시키고, 장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일으키는 것이 단기 주식시장 하락과 환율 변동 이상으로 우려스럽다.

관리에서 벗어난 자유시장주의와 세계화가 노정시킨 양극화 문제에 대한 답이 결코 반세계화와 보호주의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다수의 국가와 국민들에게 번영을 가져왔다. 한국도 그 수혜자다. 따라서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불안정에 적합한 해결책은 자유시장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관리 자유시장주의’로의 귀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세계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20세기 중반에 적용된 ‘관리 자유시장주의’로 귀환할 수 없는 만큼 21세기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관리 자유시장주의’는 20세기처럼 미국이 단독으로 주창하고 다른 국가들이 그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수립될 수도 없다. 경제에 있어 미국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21세기형 ‘관리 자유시장주의’를 재구성하는 데에는 국제적 합의와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것만이 21세기형 ‘관리 자유시장주의’가 단기 실험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게 하는 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는 20대 경제국들이 모이는 G20 정상회의를 통해 공조했고, 30년대의 대공황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방지하는 만족스러운 결과도 얻었다. 그러므로 21세기에 맞는 ‘관리 자유시장주의’를 재구성하는 데 G20 정상회의보다 더 적합한 장(場)은 없을 것이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오는 9월 초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세계가 브렉시트의 초반 혼란을 경험한 이상, 그리고 브렉시트가 예고하는 장기적인 위험을 감지한 이상 G20 정상회의가 이를 도외시하는 것은 세계 20대 경제국들의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중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는 자유시장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세계의 약속을 재확인하면서도 다수의 국민이 자유시장주의의 혜택을 공유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브렉시트로 기로에 서 있는 세계사의 흐름은 G20 정상회의의 결과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

강선주 국립외교원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