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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스타벅스 없는 유일한 곳 동서양 문화의 또다른 교차점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거대한 빙하ㆍ빙산, 그사이를 누비는 고래ㆍ북극곰, 개썰매를 타고 바다표범을 쫓는 원주민 사냥꾼…. 처음 북극서클포럼 취재 계획을 접했을 때 취재진이 머리에 떠올린 그림들이다. 절반 정도는 직접 체험하고 나머지 절반은 아쉽게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꼬박 이틀 걸리는 비행 시간과 11시간의 시차, 변화무쌍한 날씨 등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난관이었다. 2주에 걸친 취재기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기자들이 털어놨다.


최경호=인천에서 핀란드 헬싱키까지 아홉 시간 반, 거기서 두 시간 대기 후 세 시간 반 날아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로, 호텔에서 잠깐 눈 붙이고 그린란드 누크 들어가는 데 세 시간 반. 누크 호텔 들어가니 한국에서 꼬박 이틀 길이더군요. 출장 기간 그린란드 국내선까지 비행기만 12번을 탔습니다. 당분간은 타기 싫을 것 같아요.


김창우=누크에서 일루리사트를 가는 비행기를 탈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초속 40m 눈보라가 치는데 37인승 프로펠러기에 타고 이륙 대기하려니 ‘무사히 갈 수는 있으려나’, ‘여기까지 왔는데 가 보긴 해야 할 텐데’같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두 시간 만에 이륙에 성공해서 북쪽으로 45분 날아가니 거긴 또 햇살이 가끔 비추고, 날씨도 참….


최준호=먼 곳까지 오며 가며 고생은 했지만 원주민들은 의외로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카시아수크 원주민 마을 방문했을 때 아주머니 한 분이 집으로 초대해 점심을 주셨잖아요. 한국처럼 신발 벗고 방에 들어갔는데 마른 미역을 보여주셨어요 명절 때 수프를 만들어 먹는 소울(soul) 푸드라고 하더군요. 한국인처럼 아이들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는 것도 우리와 같아 놀랐어요.


최정동=누크에서 일요일 아침에 교회 갔을 때 현지 복장을 한 중년 여성이 먼저 다가와서 악수를 청하더군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동양에서 온 우리를 보고 다가온 것은 ‘조상이 같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준호=원주민들은 에스키모란 말이 북미 인디언말로 ‘날고기 먹는 사람’이라는 경멸 섞인 의미가 있으니, 자신들 말로 인간이라는 뜻의 이누이트라고 불러달라고 신신당부하더군요. 아시아에서 계속 동진해서 끝까지 간 데가 이곳이니 그린란드는 어떻게 보면 서양 같지만 사실 동양의 끝입니다. 바이킹 후예들은 유럽에서 아이슬란드를 거쳐 그린란드까지 왔고. 그렇게 따지면 중동처럼 그린란드도 동양과 서양이 만난 곳이지요.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그린란드 음식들. 위에서부터 빙산 얼음을 잘라 넣은 위스키, 고래고기 수프, 얼린 광어회. 최준호 기자


김창우=같은 아시아 핏줄이라도 고래고기 수프, 순록고기 구이, 바다표범 육포 같은 전통 음식은 진짜 입맛에 맞지 않더라고요. 원주민 마을에 갔을 때 덕장에 광어 말려놓은 것도 봤어요. ‘야, 저거 살짝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 싶어서 어디다 쓰는 거냐고 물어보니 개 먹이라네요(웃음).


최정동=험한 환경을 봤을 때 음식이 맛있기를 바라면 안 되지요(웃음). 요즘은 외부에서 물자가 들어오니까 그나마 고래 수프에 당근도 넣고 양념도 있고…. 예전엔 소금만 넣어도 최고였다고 하더군요. 태국 식당이 인기인 것도 특이한 점이었고. 중국 음식보다 태국 음식이 더 흔한 데는 처음 봤어요.


최경호=전 세계에서 중국집하고 스타벅스 없는 유일한 동네가 여기 아닌가 싶어요.


최준호=대자본이 들어와서 투자하기에는 인구가 너무 적은 것 아닐까요.


김창우=이곳에 와 보니 투자하고 개발하기 참 어려운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인프라 담당 장관을 만나니 “길을 닦아봤자 여름 석 달밖에 못 쓰고 겨울에는 유지 보수도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하더군요. 마을만 벗어나려 해도 배나 비행기밖에 없는데, 배도 겨울에는 바다가 얼어붙으면 못 쓰죠.


최정동=결국 관광산업인데 이것도 관광객이 몰려오면 감당 안 될 듯하네요. 상하수도 시설조차 제대로 안 돼 있어 샤워할 때 본능적으로 물과 샴푸 등을 적게 쓰게 됩니다. 원주민 방식으로 살면 오염이 안 되는데, 현대식으로 살면 바다가 금방 오염될 것 같아요. 지구 온난화로 항로가 열리면 오염 가능성도 커지는데 그 청정한 자연이 인류가 힐링할 수 있는 마지막 휴식의 땅으로 남았으면 싶네요.


김창우=그렇다고 원주민이 얘기하는 것처럼 언제까지 바다표범을 잡아 날고기 먹으며 살 수도 없겠지요. 어떻게 하면 발전과 보존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원주민도 입장이 다 다르던데, 딜레마지요. 한국 입장에서 보면 개발하는 데 숟가락 얹어서 잘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싶기도 하고, 또 우리 후손이 이런 자연을 못 보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최정동=지금까지 그린란드 없어도 잘 먹고 잘 살았지 않습니까. 너무 경제적으로 접근해 난개발을 하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어요.

매년 5월이면 암마사트(열빙어)가 알을 낳기 위해 떼를 지어 일루리사트 해안으로 몰려든다. 마을 소년이 뜰채로 암마사트를 퍼올리고 있다.


최준호=누크에 처음 왔을 때 앞바다에 뜬 얼음 조각을 보고 ‘빙산’이라며 호텔방으로 가져와 커피도 끓이고 라면도 먹었지요. 위스키에 타서 마시기도 하고. 깨끗한 물로 한 번 씻어내면 수천 년간 북극에 있던 완전 청정 얼음인 셈이니까 조금은 감격했는데, 북쪽으로 올라가니 발에 차이는 게 빙산이더군요. 갈수록 태산이 아니라 갈수록 빙산입니다(웃음). 나중엔 수백m 넘는 빙산을 보니 호텔 앞 수십m 빙산은 눈길도 안 가더라고요.


최경호=마을마다 태권도장이 있는 것도 신기했어요. 태권도가 그린란드의 3대 스포츠 중 하나랍니다. 전에는 북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태권도장도 있었다는데. 외교부 장관을 인터뷰하는데 “형이 누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데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도장 아니겠느냐”고 하더군요.


김창우=풍경도 풍경이지만 제일 인상 깊은 건 고요함이었어요. 휴대전화가 안 터지니 조용하고, 빙하 트레킹할 때는 우리 일행의 숨소리와 가끔 부는 바람 소리 빼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평소에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 그런지 신기했어요.


최준호=우리가 당연하게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백야를 경험하니 해가 동쪽에서만 뜨는 게 아니구나, 북극에서는 나침반도 안 통하는구나 하는….


최정동=술 파는 게 진짜 엄격했어요. 오후 여섯 시 넘어가면 문을 닫고, 주말은 거의 하루 종일 팔지 않고. 수퍼마켓에서 보드카 한 병에 10만원씩 하는데도 술 취한 원주민들이 드물지 않게 보이는 것이 이상했어요. 누크 시장이 “여름에는 잠을 청하려고 마시고, 겨울에는 긴 밤에 할 일이 없어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하더군요.


김창우=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특별취재팀=최정동·김창우·최준호·최경호·정원엽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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