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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신흥국·원유 등 위험도 높일수록 고수익


이달 중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계좌 이동제를 앞두고 증권사 일임형 ISA의 첫 성적표가 공개돼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투자협회가 비교공시시스템 ‘ISA다모아’에 13개 증권사(103개 상품)의 3개월(3월 14일~6월 14일) 누적수익률을 공시했다. 판매·운용보수 등 총 수수료를 차감한 실질 수익률이다.


전체 수익률 선두를 차지한 것은 HMC투자증권의 ‘수익추구형 B2’로 누적수익률 5.01%를 기록했다. HMC투자증권의 ‘고수익추구형 A1’이 4.9%로 2위에, 메리츠종금증권의 ‘고수익지향형A’(4.7%)가 3위를 차지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정기 예금금리가 1% 초반대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더욱이 ISA 수익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SA는 의무 가입 기간(5년) 동안 투자 수익 200만원에 한해 세금을 물지 않는다. 200만원을 넘는 초과 이익에 9.9%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투자자가 투자상품과 비중까지 직접 선택하는 신탁형과 달리 일임형은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춰 금융회사가 모델포트폴리오(MP)를 제시하고 운용까지 맡는다. MP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에 따라 초고위험·고위험·중위험·저위험·초저위험 5가지로 나뉜다. 예를 들어 초고위험형은 주식형·리츠 펀드 등을 주로 편입해 원금손실이 있더라도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위험도 단계에 따라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줄고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현금성 자산 비중이 늘어난다.


5개 유형별로 3개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초고위험 상품(15개) 0.23~4.92%다. 고위험형(27개) 0.1~5.01%, 중위험형(25개) 0.4%~2.42%, 저위험형(24개) 0.34~1.81%, 초저위험형(12개) 0.28~1.16%의 분포를 보였다. 위험도가 클수록 수익률 격차가 컸다. 고위험군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과 가장 낮은 상품의 편차가 5%나 됐다. 시장 전망과 자산 배분 등의 증권사 운용 능력이 일임형 ISA의 수익률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일임형은 운용 능력이 수익률 좌우중앙SUNDAY는 유형별로 일임형 ISA 수익률 상위 5개 상품을 뽑아 운용전략을 엿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


초고위험 상품군 수익률 1위(4.9%)는 HMC투자증권의 ‘고수익추구형 A1’이다. 이 상품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주식시장에 80% 투자하고 나머지는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를 편입했다.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는 일반 채권보다 투자 위험이 높은 대신 금리가 높은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채권형 펀드다. HMC투자증권 권지홍 상품전략팀 이사는 “1분기 시장 상황과 절세 효과를 고려해 국내 자산보다 해외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짠 게 수익률 차별화로 나타났다”며 “특히 국내 기업보다 배당수익률이 2배 이상 높은 미국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한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2·3위에 이름을 올린 메리츠종금증권의 ‘고수익지향향A’(4.7%)와 ‘고수익지향형B’(4.3%)의 포트폴리오는 100% 해외 자산으로 구성됐다. 편입 상품 중 ‘한국투자 베트남 펀드’와 ‘메리츠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의 수익률이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는 게 이 회사의 분석이다. 베트남 증시가 지난해 말에 비해 9.19%(6월 말 기준)나 올랐고, 연초 이후 하락했던 글로벌 헬스케어 지수도 3월 이후 반등세로 돌아선 덕분이다.


NH투자증권의 ‘QV 공격A’ 상품(4.2%)도 선전했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분산투자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중국 등 지역을 분산하는 한편 주식·채권·원자재 등 투자대상을 세분화해서 골고루 담고 있다.


고위험 상품군에서도 HMC·메리츠·NH투자증권 3곳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HMC투자증권의 ‘수익추구형B2’는 103개 상품 중 수익률(5.01%)이 가장 높다. 해외 주식형 펀드로만 상품을 구성하고, 글로벌 헬스케어와 인도 등 신흥시장 투자가 성과를 낸 것이 높은 수익률의 비결이다.


이처럼 초고위험·고위험 유형에선 보다 공격적으로 자산을 굴린 증권사가 4%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국내외 시장 상황에 발맞춰 빠르게 자산을 재분배(리밸런싱)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곳이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한정희 수석연구원은 “적극적인 리밸런싱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QV공격A’와 ‘QV적극A’ 상품에 편입했던 유가ETF는 25% 수익을 올린 뒤 지난달 매도했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엔 유럽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과감히 유럽 주식형 상품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증권사는 맥을 못추는 모습을 보였다. 고위험 유형 상품인 SK증권 ‘적극투자A’는 103개 상품 중에서 가장 낮은 수익률(0.1%)을 기록했다.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탓이다. ELS는 조기상환 되기 전까지는 수익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시장이 불안해 위험자산 투자를 미뤘던 미래에셋대우의 고위험 상품군도 0.4%의 저조한 수익을 냈다.


HMC·유안타증권 저위험군 수수료 1% 이상중위험 유형에선 NH투자증권의 ‘QV중립A’가 수익률 2.4%로 선두다. 25개 중위험 상품의 평균 수익률(1.07%)보다 1.3%포인트 높다. 지난 5월부터 국내 주식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을 늘린 게 주효했다. 1.5% 수익을 올린 동부증권의 ‘영스타중위험’펀드는 처음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여전히 성장성이 큰 헬스케어와 아시아 신흥국의 회복을 기대했던 것이 적중했고, 금리 하락으로 채권 펀드 수익률도 올랐다”고 말했다.


위험도를 확 낮춘 초저위험군에선 미래에셋대우의 ‘안정형 모델포트폴리오’가 유일하게 1% 이상의 수익률(1.16%)을 기록했다. 구체적인 포트포리오를 살펴보면 국내 채권형 펀드(60%), RP(30%), MMF(9.9%) 등 원금 손실이 낮은 안전 자산에만 투자했다. 특히 채권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듀레이션(투자자금 평균 회수기간)을 늘려 장기채권형 상품에 투자한 게 금리인하와 맞물리며 수익을 올렸다.


일임형 ISA를 선택할 때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단기 수익률보다 상품의 운용전략을 꼼꼼하게 살펴보라고 강조한다. ISA는 의무 가입 기간 안에 중도 해지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올림픽PB센터 임은순 PB는 “트랙레코드(투자 실적)가 최소 1년은 쌓여야 금융사의 운용 역량을 판가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 수익률보다 회사의 운용 전략이나 자산 배분 방식이 가입자의 투자성향과 잘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센터 PB부장은 “투자자가 직접 운용하는 신탁형 가입자는 일임형 운용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적금으로 굴려선 세제 혜택만 챙길 수 있는 만큼 수익률이 좋은 증권사의 운용전략을 참고하거나 직접 운용할 자신이 없다면 일임형 ISA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위험·초저위험군 가입자는 ‘ISA다모아’에 공시한 수수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두 상품 유형은 투자 위험도가 낮아 ‘예금금리+알파(α)’수준의 수익률을 좇는데 수수료가 높으면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저위험군 24개 상품의 평균 수수료는 0.6%임에도 HMC투자증권(1.17%)과 유안타증권(1.01%)은 1% 이상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금융회사 간 일임형 ISA 수익률 경쟁은 이달 말 본격화할 전망이다. 증권사보다 한 달 늦게 일임형 ISA를 출시한 KB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 4곳의 수익률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때 증권사의 최근 3개월 누적 수익률(이달 11일 기준)도 함께 발표한다. 금투협 성인모 WM서비스본부장은 “지난달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브렉시트 투표가 있었기 때문에 금융사의 운용 역량을 면밀하게 검토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일임형 ISA 성적표는 매달 최근 3개월 수익률로 발표할 계획이다. 성 본부장은 “이 자료를 참고하면 꾸준하게 수익을 올리는 운용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ISA 가입자는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춰 중장기 수익을 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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