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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심장병·뇌졸중 부르는 잇몸병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주부 오선애(56·경기도 용인시) 씨는 최근 잇몸 뼈가 내려앉고 잇몸에 피가 나 치과를 찾았다.그는 치료를 받다가 치과의사로부터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의사는 오씨에게 “당뇨병이 있느냐”고 물었다. 평소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있었지만 당뇨에 대해서는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의사는 “당뇨병이 있을 수도 있으니 병원에서 검사를 한 번 받아 보라”고 권했다. 오씨는 의사의 말이 의아했지만 일단 종합병원 내분비내과를 찾았다. 검사를 받은 오씨는 실제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감기 다음으로 많이 걸리는 질환이 잇몸병(치주질환)이다. 한해 1200만명이 치주질환으로 병원을 찾는다. 발생률은 고혈압의 2.5배 수준이다. 그만큼 흔한 질환이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치주질환이 10여가지 전신질환의 발병률을 덩달아 높이기 때문이다.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단순히 구강질환 정도로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치주질환 자체가 하나의 전신질환이라고 강조한다. 치주질환 여부가 건강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료: 대한치주과학회


치주질환과의 연관성이 가장 먼저 밝혀진 것은 당뇨병이다. 대한치주과학회에 따르면 치주질환이 있을 경우 당뇨병 발병률이 일반인의 6배에 달한다. 연구마다 발병률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치주질환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정설이다.


치주질환이 당뇨병과 어떻게 서로 연관돼 있을까. 연결고리는 치주질환의 성질에 있다. 치주염은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염증을 일으킨 세균이 치아 조직을 파고들어가 혈관까지 이른다. 이후 세균이 혈관을 타고 퍼지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 조절을 악화시킨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치과대학 연구진은 치주질환을 오래 방치하면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당뇨병이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과정은 오히려 먼저 밝혀졌다. 치주질환은 이 사이사이에 생기는 치태 때문인데, 치태도 일종의 세균 덩어리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구강 내 타액이 줄어들면서 입안의 산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아진다. 세균과 치태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다. 결국 치주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염증으로 인한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것도 이유다. 서울대치과병원 이정원 치주과 교수는 “치주질환과 당뇨병은 서로의 발병률을 높이는 인자”라며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이 전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혈관 때문이다. 혈관이 질병을 서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치주질환이 심해지면 기본적으로 잇몸에서 피가 나고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중등도의 치주질환인 경우 입 안에 있는 상처부위의 총 면적이 손바닥 크기에 달한다. 입안의 큰 상처는 치주질환을 유발한 세균의 주 타깃이 된다. 그만큼 세균에 취약하다. 자연히 면역체계에 의해 염증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의 염증지수 검사를 하면 실제로 일반인보다 높은 수치가 나온다. 염증을 일으킨 세균은 구강에 무수히 뻗어있는 미세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연세대치과병원 치주과 김창성 교수는 “몸속 어딘가 만성적인 상처가 있다는 것은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는 것을 말한다”며 “입속 혈관은 세균과 염증반응물질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통로가 된다”고 말했다.


혈관질환이 생기는 것도 비슷하다. 치주질환으로 일어난 면역반응에 의해 염증물질이 생기고, 이 물질이 혈관을 타고 다니다 혈전에 붙어 혈전을 더욱 키운다. 뇌졸중·심혈관질환·심장병이 악화하는 기전이다. 치주질환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 질환 발생 위험을 각각 2.8배, 2배, 2.7배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치주염과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관계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일산병원 치주과 김영택 교수의 연구다. 김 교수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진료받은 102만5340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치주염 환자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치주염이 있는 경우 류머티스관절염 발생률이 없을 때의 1.17배였다. 김 교수는 “실제로 임상에서 치주 원인균이 관절염이 있는 관절에서 검출되기도 한다”며 “빅데이터 활용해 그 연관성이 더욱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을 치료·예방하는 것이 전신질환 치료나 예방에도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위험요소를 하나 제거한다는 점에서 전신질환 예방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치주질환만 치료해도 다른 동반질환이 낫는다고 할 수는 없다”며 “다만 관련 전신질환을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몸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본격적인 노년시대다. 평소 구강관리에 신경써야 나이가 들어도 웰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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