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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육수에 풍성한 해산물 안주로 먹고 해장하고


나는 참 운이 좋다. 부모님께 술 잘 마시는 DNA를 제대로 물려받았다. 술을 못 마셨다면 지금처럼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술을 알리겠다고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더 운이 좋은 건 시댁 식구들도 모두 애주가이고 며느리의 특별한 술 사랑을 적극 응원해준다는 사실이다.


명절이나 가족모임 때면 시댁에선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아버님 앞엔 막걸리 2병, 어머님 앞에는 카스 큐팩 1병, 남편은 소주 2병, 맥덕(맥주 덕후)인 시동생 부부는 크래프트 맥주, 나는 멀티 플레이어니 그때그때 다르게.


아버님은 오직 막걸리만 드신다. 어머님은 아무리 다른 맥주를 사다 드려도 흔들리지 않는 카스 매니어. 남편은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소주 2병이 정량이다. 시동생은 신상 크래프트 맥주를 일부러 찾아마실 만큼 열성적이라 어지간한 맥주는 다 꿰뚫고 있다. 동서는 남편 따라 자연스레 맥덕의 길을 걷고 있다.


이렇게 각자 좋아하는 술이 다르니 상을 펼칠 때도 최소 두 개는 필요하다. 술잔도 각각, 안주도 각각. 더욱이 “우리 집은 첫 잔만 따라주고 그 다음 잔부터는 정량껏 각자 마신다”는 게 어머님의 원칙이니 술병도 여러 병 상에 오른다. 시부모님 앞에서 술을, 그것도 정량껏 자작하는 며느리라…. 나는 정말 복 받은 며느리다. 어쩌다 “오늘은 술을 쉬겠습니다”하면 “우리 며느리 뭔 일 있나?” 걱정하시니 하루라도 술을 끊을 수가 없다.


우리 가족의 고민이라면 외식메뉴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 얼마 전 우리를 완전히 사로잡은 식당을 찾았다. 중화음식점 ‘진진(津津)’을 운영하는 왕육성 사부가 서교동 사거리에 새롭게 오픈한 ‘진진가연(津津佳緣)’이다. ‘진(津)’은 다양한 뜻이 있지만 윤택하고 넘친다는 뜻도 있다. 맛있는 음식이 풍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가연이 붙었으니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인연이 만나 즐겁고 화목한 자리’다.


조리 경력 40년 ‘중화계의 대부’인 왕 사부의 음식이야 당연히 맛있는데, 진진가연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대부분의 중식당은 주류 리스트가 고량주·소주·맥주로 한정돼 있지만 진진가연은 와인에 크래프트 맥주까지 다양한 품목을 갖췄다. 우리 가족을 위한 완벽한 맞춤 식당이다(리스트에 없는 아버님의 막걸리는 왕 사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두 병을 챙겨갔다)!


왕 사부가 우리 가족을 위해 추천한 첫 번째 메뉴는 ‘전가복’. 복(福)자가 들어간 요리인 만큼 중국에선 집안 어른의 생신 때면 온 가족이 모여 먹는다는 요리다. 한 접시 안에 전복·해삼·대하·갑오징어·소라·자연송이·각종 채소 등 10여 종의 재료가 풍성하게 담겨 나온다. 왕 사부의 설명인즉슨 “중국에는 ‘십전십미(十全十美)’라는 말이 있는데 10가지가 들어가면 최고라는 말로 인생에서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다음은 ‘모자하’. 우리말로 깐쇼새우다. 큰 새우를 둥글게 두르고 접시 안쪽에 작은 새우를 따로 담았다. 뇌경색을 앓고 계신 아버님이 기도가 불편해서 식사 중 기침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왕 사부가 따로 준비한 요리다. 바쁜 식당에서 새우를 따로 요리하는 건 쉽지 않은데 왕 사부의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카이란 볶음’은 어머님을 위한 맞춤 요리였다. 고기를 잘 드시지 않아 쇠고기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어머님은 “매콤하게 볶아낸 채소 볶음이 입맛에 딱 맞는다”며 맥주와 함께 맛있게 드셨다.


진진의 시그니처 메뉴인 ‘멘보샤’는 식빵 사이에 다진 새우를 넣고 튀긴 요리다. 한 입 베어 문 동서가 바삭한 식감과 고소함에 감탄사를 연신 내뱉는다. 옆에서 이를 본 왕 사부가 “유태인의 속담 중 ‘돈을 벌려면 여자·입·부자를 노려라’는 말이 있다”며 “진진의 여성 공략 메뉴”라고 웃으셨다.


마지막으로 상을 채운 메뉴는 대망의 ‘해물짬뽕’. 원래 왕 사부의 진진 1·2호점에선 짬뽕을 팔지 않는다. 진진가연을 오픈하면서 낮에도 문을 열고 가족들을 위한 메뉴로 짬뽕을 추가했다. 작년 말 왕 사부가 테스트로 만든 짬뽕을 맛본 지 반 년 만에 정식 메뉴가 됐다. 그 만큼 고민이 많았다는 건데 왕 사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요즘 트렌드대로 불 맛을 가미하고 맵게 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진진가연의 짬뽕은 꽃게 육수에 싱싱한 소라·물오징어·대하 등을 풍성하게 넣어서 국물 맛이 시원하다. 고명으로 올린 파 채는 쌉싸름한 식감과 함께 국물에 개운함을 더해준다. 땀을 뻘뻘 흘리며 국물을 폭풍 흡입하던 남편이 “소주 안주로도 끝내주고, 거하게 술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도 정말 좋겠다”고 엄지를 척 올린다. 즐겁게 식사를 마친 어머님도 “우리 며느리 덕분에 입이 호강했다”며 나를 덥석 안아주셨다. 모두 왕 사부님 덕분이에요, 왕 사부님 만세! ●


 


 


이지민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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