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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아가미 없고 분수공 호흡…향고래는 한번에 2시간 잠수해요

태초의 생물은 바다에서 태어났습니다. 진화를 거듭해 육지 생활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죠. 그런데 고래라는 녀석은 좀 특이합니다. 초원을 즐기는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바다로 돌아갔거든요. 걱정은 금물, 지금 녀석들은 친구들과 신나는 바다 라이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물과 작살을 든 사람들이 훼방을 놓긴 하지만 말이죠. 이번에는 고래들이 어디서부터 진화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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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어류가 아닌 포유류

지느러미는 있지만 아가미는 없습니다. 물에서 번식을 하지만 알을 낳지는 않죠. 이처럼 대형 물고기쯤으로 보이는 고래는 사실 물고기와 많은 면에서 다릅니다. 우선 물고기와 고래의 호흡 방법을 비교해 볼까요. 대기 중의 산소는 소금이 물에 녹듯 물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물고기는 아가미로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흡수하죠.

반면 고래는 머리 위의 ‘분수공’을 열어 대기 중에 있는 공기를 직접 빨아들입니다. 사람이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마시는 것과 같은 방식이죠. 숨을 한번에 얼마나 많이 들이마시는지 향고래는 이를 가지고 두 시간 넘게 잠수한다는군요.

동물들이 새끼를 낳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몸 밖으로 알을 낳아 부화시키거나(난생), 알을 낳되 몸 안에서 부화시키는 방법(난태생)이 그 예죠. 물고기들은 이 두 가지 방식 중 하날 택해요. 하지만 고래는 다릅니다. 어미의 배 속에서 수정란은 태아가 되고, 태아는 온전한 형태의 새끼 고래로 성장한 다음에 배 밖으로 나오죠. 이를 태생(胎生)이라고 하는데 포유류 동물이 이렇게 태어납니다.

또 고래는 지느러미를 좌우로 흔드는 물고기와 달리 몸을 위아래로 흔들며 앞으로 나아가죠. 왠지 포유류인 호랑이가 척추를 움직이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요? ‘고래가 포유류’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또 있죠. 화석으로 발견된 파키세투스·암블로세투스·로도세투스 등은 고래의 옛 조상인데 모두 포유류입니다. 고래와 닮았지만 네 다리가 달려있단 게 특징이죠. 과학자들은 이들이 바다와 육지를 오가다 바다에 정착하게 됐고 이후 다리가 퇴화했을 거라 추측해요.

육아·사냥을 동료와 함께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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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 앞바다서 발견된 남방긴수염고래 모자.


그때 ‘꽃분이’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2년 전 3월, 어느 봄날의 얘깁니다. 울산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큰돌고래 꽃분이는 임신한 지 9개월 만에 새끼를 낳았어요. 하지만 비극은 금방 찾아왔습니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새끼가 패혈증으로 숨을 거뒀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야생의 돌고래들은 무리의 다른 암컷들이 출산하는 것을 지켜보며 출산 방법을 터득합니다. 육아 역시 공동으로 분담하죠. 하지만 새끼를 처음 낳은 꽃분이에게는 출산을 따라 할 선배도, 육아를 도와줄 동료도 없었죠. 혼자 새끼를 낳고 기르기엔 여러모로 어설펐던 겁니다. 실제로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의 출산 성공률은 5% 수준이라네요.

이처럼 고래의 삶에서 무리에 속해 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합니다. 많은 고래들이 먹이를 구하거나 새끼를 낳기 위해 서식지를 옮기는데요. 이를 ‘회유(回遊)’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범고래 같은 위협적인 포식자들과 맞닥뜨리죠. 이때 고래들은 무리를 지어 포식자를 함께 공격하거나 방어 대형을 꾸립니다. 혹등고래는 동료와 사냥도 함께해요. 다른 고래들이 소리를 내며 먹이를 한곳으로 몰면 리더 고래가 물고기 떼 아래로 잠수해 분수공에서 공기방울을 뿜어 올립니다. 그 속에 물고기들이 갇히면 성공이죠.

이 사냥법을 ‘버블 클라우드’라고 불러요. 이외에도 고래의 사회성을 입증하는 예는 많습니다. 가끔 돌고래 사체를 머리를 이용해 물 밖으로 밀어내는 돌고래 무리가 관찰되는데요. 꼭 죽은 동료에게 숨을 불어넣으려는 듯한 이 애달픈 행동은 그들의 장례식 문화라고 합니다.
 
인간과 교감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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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탄 보트를 따라다니는 아일랜드 딩글의 큰돌고래 ‘펑기’.


포경선을 탄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고래새끼를 먼저 잡으면 어미까지 잡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잡힌 새끼 때문에 어미가 곁을 떠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범고래(길이 6~10m)는 유일하게 고래를 공격하는 고래인데요. 이들은 6~7마리씩 무리를 지어 혹등고래(길이 11~16m)를 사냥하기도 합니다.

어미가 새끼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면 저 멀리서 다른 혹등고래가 나타나 범고래를 몰아내기도 하죠. 해양생물학자 엘린 켈지는 자신의 책 『거인을 바라보다』에서 “돌고래는 인간과 구조적으로 매우 다른 뇌를 갖고도 뛰어난 인지능력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인지능력이란 생각하고 이해하며 기억하는 방식이죠.

인간과 교감하는 고래의 이야기도 종종 들려옵니다. 아일랜드의 서쪽 끝 딩글 반도에 자주 출몰해 주민들과 교감한 큰돌고래 ‘펑기’가 대표적입니다. 펑기는 30년 동안 이 지역에 머물며 딩글을 돌고래 관광지로 소문나게 했죠. 이런 돌고래를 ‘싹싹한 외톨이 돌고래(Solitary sociable dolphin)’라고 합니다. 무리를 떠나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공격을 당하면 고래는 저항하거나 탈출을 시도합니다. 이런 고래의 행동성을 연구자들은 ‘에이전시(agency)’라고 표현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환경지리학을 전공한 최명애 박사는 “우리는 인간만이 의지를 가지고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물에게도 에이전시가 있다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말합니다. 소설 『모비딕』에서처럼 화가 난 고래가 포경선을 공격해 침몰시키고, 실수로 풀장에 떨어진 워터파크의 조련사를 물속에 처박아 숨지게 한 범고래 틸리컴의 이야기 역시 고래의 행동성이라 볼 수 있다는 거죠.

최 박사는 “동물이 인간과 전혀 체계가 다른 종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생태계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서로 공존 가능한 세상을 이루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그는 “고래가 에이전시가 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리는 책이나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자주 접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어요.
 


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 인터뷰
공사 중인 제주도 남·북쪽 돌고래가 머물지 않죠 

이정준 감독은 ‘인간vs고래’ ‘마사이마라의 전사들’ 등의 작품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돌고래와 나’는 그가 매일 제주 앞바다에 나가 남방큰돌고래의 하루를 기록한 작품이죠. 소중이 이 감독을 만나 제주 돌고래와 야생 다큐멘터리 감독의 삶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고래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계기는.

“아프리카 마사이 부족에게 하이에나는 의사 같은 존재예요. 그들이 세균에 감염된 소를 대신 먹는 덕에 부족 사람들이 전염병을 피할 수 있거든요. 이처럼 야생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면서 하이에나·고래 같은 녀석들의 반전매력을 알게됐죠. 그중 남방큰돌고래는 사시사철 제주 앞바다에서 관찰이 가능해 촬영하기 시작한 것이고요.”

―제주도에서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지금 제주에는 10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들이 살고 있어요. 저는 이 돌고래 전부에 이름을 붙여줬어요. 돌고래마다 등지느러미 모양이 달라서 이걸 보고 누구인지 구별하죠. 이를 통해 돌고래들이 어떤 식으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가 계속 조사했어요. 이를 테면 ‘태산이’와 ‘복순이’는 친구인지, 부부인지 확인하고 부부라면 어떤 녀석이 그들의 새끼인지 관찰하는 거죠.”

―제주 돌고래의 서식지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하루에 182㎞씩, 매일 차를 타고 제주도 해변을 돌았어요. 그러다 돌고래 무리와 마주치면 그들이 나타난 곳을 지도에 표시했죠. 뚜렷하게 관찰되는 건 그들이 동·서쪽 앞바다에만 머문다는 사실이에요. 남·북쪽 바다는 그냥 지나칠 뿐이죠. 개발이 원인인 것 같아요. 북쪽의 한림과 남쪽의 서귀포 앞바다에는 지금 군사기지 건설 등의 공사가 한창이거든요. 요새 돌고래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 중 하나가 서쪽 대정 앞바다인데 여기도 곧 떠날지 모르겠네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지구가 들어설 예정이니까요.”

―다큐멘터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저는 다큐멘터리로 ‘자연을 경험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돌고래와 나’를 찍으며 중점을 둔 것도 돌고래의 움직임이 날 것 그대로 담기도록 촬영 기법을 다양화하는 것이었죠. 돌고래의 터전을 지키기보단 군사기지를 짓는 게 우리에게 중요한 일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때문에 돌고래들이 떠나면 우리는 제주 돌고래와의 만남을 경험하지 못하게 되죠. 제 다큐멘터리로 이것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글=이세라 기자·이연경 인턴기자 slwitch@joongang.co.kr, 자료=세계자연기금·사람의무늬

참고 도서=『고래』(사람의무늬), 『고래의 노래』(궁리), 『고래는 왜 바다로 갔을까』(창비), 『거인을 바라보다』(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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