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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시대, 자동차보험의 미래는] 개인 운전자 대상 상품 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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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국내 첫 자율주행차량 허가증을 교부 받은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자동차를 운전 중이던 서대영(진구) 상사가 핸들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르더니 핸들에서 손을 떼고 조수석에 앉은 윤명주(김지원) 중위와 키스를 나눈다. 그동안 자동차는 차선을 넘지 않고 스스로 주행을 한다. 이 장면은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말 출시한 EQ900에 탑재한 HAD(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 기능을 드라마에서 구현한 것이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는 이미 현실로 들어왔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도로 상황에 맞춰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지원하는 ‘모델S’를 홍콩 등에서 시판 중이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고도 자율주행차, 2030년엔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영국의 경우 2030년이면 전체 자동차의 4분의 1이 완전 자율주행차, 나머지 4분의 3은 부분 자율주행차로 채워질 걸로 내다본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판이 달라지는 건 자동차 업계만이 아니다. 자동차보험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행 중 사고는 운전자 책임’이라는 기본 전제가 깨지기 때문이다.

영국의 보험사 아드리안 플럭스(Adrian Flux)는 5월에 업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전용 자동차보험을 선보였다. 기존 자동차보험에 추가해서 자율주행 시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도 보장하는 구조다. 내비게이션 통신 장애, 자동차 내부 소프트웨어의 오작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보상해준다.

영국은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나라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억 파운드(약 1700억원)의 예산을 자율주행차 지원에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볼보는 ‘드라이브 미(Drive Me)’ 프로젝트를 2017~2018년 런던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 채로 런던시내의 차도를 주행하는 준자율주행차 기술을 장착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자 영국 보험자협회는 자동차기술연구소, 11개 자동차보험회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자율주행차 운영을 위한 제도와 보험 가입 방식 등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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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 사고는 운전자 책임’ 기존 전제 깨져
국내에선 자율주행차 보험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게 아직까진 없다. 보험협회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제야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다. 손해보험협회 김원신 정책연구팀장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됨과 동시에 보험이 따라붙어야 하기 때문에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도 논의를 시작할 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의 확산은 자동차보험 업계의 존폐가 달린 문제다. 완전한 무인자동차가 보편화된다면 더 이상 운전대를 잡지 않는 운전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가 없게 된다. 아직까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정리된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차 제조 업체가 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경우엔 모든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이 아니라 차량 제조 업체가 가입한 제조물배상책임보험을 통해 교통사고 관련 배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인 운전자 대신 차량 제조사가 보험에 가입하는 주체가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개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보험 시장은 존립 기반이 사라지게 된다.

실제 차량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회사 근처를 운행하던 중 모래주머니를 피하려다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우회전 하려고 정차해 있던 자율주행차가 주행을 방해하는 모래주머니를 발견하고 차선 변경을 시도하다가 좌측 차선에서 주행 중이던 버스와 접촉사고를 냈다. 버스가 속도를 줄일 거라고 오판한 게 사고의 원인이었다. 당시 구글 측은 사고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고는 자율주행차의 책임으로 발생한 첫 교통사고로 기록됐다. 5월 7일엔 자동중행 중인 테슬라 모델S가 옆면이 흰색인 대형트레일러를 하늘과 구분하지 못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났다.

다만 완전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된 후에도 자동차보험은 일부 명맥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기형 보험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더라도 한국처럼 도로가 협소하고 보행자가 많은 상황에선 수동운전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사고가 나면 운행기록장치를 통해 자율주행인지 수동운전인지를 파악한 후 수동운행으로 인한 사고라면 현재와 같은 자동차보험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도 자동차보험의 기능은 지금과 비교하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 사고 과실 규명을 위해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자율주행차로 인해 보험사가 직면하게 될 또 다른 위험 요소는 교통사고의 감소다.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 늘어나면 사고 발생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89%는 운전자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도로교통공단). 따라서 자율주행차가 확산될수록 자동차보험의 손해율(들어온 보험료 대비 나가는 보험금 비율)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구글은 무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사고 건수가 90% 줄어들 거란 공격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차량 제조사가 보험 가입 주체로
손해율 하락은 언뜻 보면 보험사에 이익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너무 높아서 적자가 심하다면서 손해율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해율 하락은 결국 보험료 인하 압력으로 돌아올 게 뻔하다. 지금도 ABS(잠금방지브레이크시스템) 장착 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것처럼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차량에 대한 보험료 할인이 단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자동차보험료가 향후 5년 간 전 세계적으로 200억 달러(약 23조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무디스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도 비슷한 전망이다. 무디스는 자율주행기술 확산으로 사고가 줄면 초기엔 보험사 수익이 늘겠지만 결국 보험료도 급감해 보험 업계 수익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자율주행차가 2045년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2055년이면 일반화될 거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차 보험을 설계하기 위해 보험 업계가 고려해야 할 가치판단 관련 이슈도 있다. 예컨대 사고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차가 그대로 달리면 행인 두 명을 치게 되고, 핸들을 꺾어 피하면 탑승자 한 명이 사망하게 된다면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제조사뿐 아니라 보험사와 정부,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나가야 할 문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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