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후박사의 힐링 상담 | 가업 승계의 갈등 극복] 현실 받아들이고 서두르지 말라

기사 이미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인데, 너무 안타까워요.”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농사라지만… 고등학교 때 미국에 가 이름 있는 공대를 다니는데, 5년째 졸업을 못하고 있어요. 공부가 어렵고 적성에 안 맞는다고, 사업을 꼭 물려받아야 하냐고, 자기는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하네요.” 답답한 표정을 짓다 다시 토로했다.

“어려서부터 집안 사업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수 없이 강조했죠. 아들은 순종적이라서 잘 받아들이고, 별 탈 없이 열심히 공부했어요. 제 소원은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내가 평생 고생하며 알아낸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는 겁니다. 장인정신이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이젠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아내는 아들 의견도 안 물어보고 너무 밀어붙여서 그렇다고 하는데…어떻게 세운 회사인데 남에게 넘길 수도 없잖아요.”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남에게…
그는 30대 중반 회사를 박차고 나와, 단돈 1000만원으로 창업했다. 20년을 불철주야로 뛰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기술력과 노하우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웠다. 중국 시장이 뚫려 절정기에는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적도 있다. 사업은 탄탄하게 자리잡았고, 연구개발을 통해 사업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이제, 안정적인 회사의 발전을 위해 가업승계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픈 마음은 자연스럽다. 평생 일군 기업을 누구에게 넘기겠는가? 대기업조차 어떻게든 자식에게 경영권을 넘긴다. 주위에 가업을 이어가는 상점도 점점 늘고 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작은 구멍가게라도, 자식에게 함부로 물려줄 수는 없다. 잘못된 승계는 커다란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가업을 운영할 열정과 회사를 경영할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평생 바친 노력이 자식 대에 가서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은 모든 관계의 출발점이다. 자식은 부모로 부터 생명을 받고, 부모는 자식을 통해 생명을 연장한다. 아이는 무력한 상태로 태어난다. 여섯 달이 지나면 독립적인 존재임을 알게 되고, 삼 년이 지나야 비로소 언어를 통해 부모상이 들어선다. “세 살 습관이 여든까지 간다.” 아버지는 절대적인 보호의 상징이고, 어머니는 무조건적인 양육의 상징이다. 성공적인 인생은 자식이 잘 커서 부모를 공경하는 가정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도리를 다해야 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 효도란 무엇인가?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오로지 자식이 병이 날까 걱정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는 자식 얼굴에서 자신의 과거를 보고, 자식 행동에서 자신의 단점을 읽는다. 자식은 부모의 분신이다. 부모 맘대로 되는 자식은 없지만,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는 자식도 없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유한하게 줄 수 있는데, 자식은 부모에게 무한하게 요구한다. 자식은 부모의 자랑이 아니다.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려 하지 말고,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어야 한다. 자식을 낳았다고 부모가 아니라, 사람답게 키워야 참된 부모다.

아버지와 아들은 역동적 관계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게 있다. 아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독점하기 위해 아버지를 적대시하는 심리현상이다. ①어머니를 좋아하고, 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긴다. ②아버지를 미워하면서, 거세 공포가 생긴다. ③아버지를 동일시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이상화하고 그에게 복종한다.

그러나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배신을 맛본다. 복종과 배신의 시나리오는 사회생활에서 재연된다. 대부분의 남자는 이상화된 모델을 찾아 헌신하고, 세상이 자기를 쓰고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엉뚱한 도전도 지지해줘야
남달리 복종과 배신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 어려서부터 자기중심적이고 독단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경우다. 아버지는 어떻게든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고, 어머니는 싸움을 피하려고 남편을 따르는 가정에서 자란 경우다. 그는 남의 욕구를 나보다 우선하고, 남의 기분을 맞추려 노력한다. 절대 나서지 않으며, 누군가의 오른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는데, 갑작스런 분노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없어서, 사는 것에 흥미를 못 느낀다.

자, 이제 그에게로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드러난 사실에 주목하자. 사실이란 누가 봐도 분명한 객관적 현실이다. 공부가 어렵다. 이름 있는 대학에 들어갔지만 따라가기 힘들다. 어학·수학 등 기본기가 모자랄 수 있다. 적성에 안 맞는다. 아버지가 원하는 공대로 들어갔지만 따라잡기 어렵다. 누구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성공한다. 흥미가 없다. 흥미는 무엇이든 스스로 선택할 때 일어난다. 누구든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한다.

둘째, 숨겨진 진실에 주목하자. 진실이란 주관적 현실이다. 사람마다 다르고, 처지마다 다르다. 나에게 진실이라도, 남에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 두 가지를 물어보자. ‘아들은 진정으로 사업을 물려받고 싶어 할까?’ 아버지는 자기 입장만 말하고, 너무 밀어붙인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종속되기를 원치 않고, 자유롭고 싶어 한다. ‘아들에게 반드시 사업을 물려줘야 할까?’ 장인정신이란 한 가지에 전념하는 철저한 직업정신이다. 일본은 200년이 넘는 장인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한국은 고도성장의 후유증으로 오히려 장인들이 사라졌다. 과연 아들에게 장인정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셋째, 서두르지 말자. 소원은 마음대로 안 될 때 한(恨)이 된다. 충분한 시간이 있다. 천천히 가도 된다. 거북이가 토끼보다 못할 게 없다. 분명한 목표만 있으면 된다. 기술자가 되기 전에 사람이 돼야 한다. 쉬었다 가도 된다. 마음대로 하도록 놔두자. 자발성이 들어설 것이다. 경영자가 되기 전에 사람이 돼야 한다. 돌아서 가도 된다. 엉뚱한 도전도 지지해 주자.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사업을 물려받기 전에 사람이 돼야 한다. 새가 혼자 날 수 있도록 어미 새가 곁을 떼어내고, 개도 혼자 살 힘이 생기도록 어미 개가 밥그릇을 못 넘보게 한다.

중용에 이런 말이 있다. ‘어떤 이는 날 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어떤 이는 배워서 알고, 어떤 이는 고생해서 알게 된다. 그런데 아는 데 있어서는 매한가지다. 어떤 이는 쉽게 행하고, 어떤 이는 이익이 있어야 행하고, 어떤 이는 억지로 노력해서 행한다. 그런데 이루는 데 있어서는 마찬가지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기사 이미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