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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배은혜 2년전 환희 추억에 묻고…2008년 영광 희망 캔다



'얼짱', 혜성처럼 나타난 '신데렐라'. 유도라는 종목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이지만 한때 유행처럼 사용된 적이 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무명 배은혜(22.170㎝) 용인대)가 은메달을 땄을 때다. 당시 여자 유도 70㎏급은 누구도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한 배은혜가 뜻밖에 은메달을 목에 걸며 화제가 됐다. 게다가 운동 선수 같지 않게 예쁜 외모를 갖췄으니… 배은혜는 아시안게임이 낳은 최고의 '깜짝 스타'였다.

▲ 2년 후.

지금 배은혜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림픽 때만 반짝하는 아마종목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후 배은혜가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무대를 평정하며 지난해 오사카 세계선수권에도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지만 아테네 올림픽은 한국선발전에서 3위에 그쳐 나서지 못했고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많은 유도인들이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남자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한 여자 유도지만 배은혜가 출전했다면 그 자체만으로 높은 관심을 끌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운에 웃고 운에 울고.

배은혜는 스스로도 아시안게임 은메달이 '운'이었다고 말한다. 주위도 그렇지만 자신도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 때가 유도를 시작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고 대표에 선발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은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어린 배은혜에게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억세게 운이 좋지 않았다. 아테네 올림픽 한국선발전에서 두 번이나 너무도 아쉽게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1차 선발전에서는 동료 박가연에게 이기고 있다가 경기 종료 3초전 지도를 받아 졌고 라이벌 김미정과 맞붙은 2차 선발전에서도 앞서고 있었지만 전광판의 시계가 멈추는 것을 보고 힘을 빼는 순간, 상대의 기술에 넘어가며 한 판으로 판정돼 그렇게도 바라던 올림픽 출전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 맥주와 찜질방.

아테네 올림픽 기간 정말 오랜만에 휴가를 얻었다. 하지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고향인 울산으로 내려갔지만 가족들 앞에서는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속상한 마음만은 속일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잘 못하는 맥주도 마시고 찜질방도 함께 갔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고 또 친구들의 격려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 성적을 못내니까 안 찾는 건 당연.

배은혜는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요즘, 언론이나 팬들의 관심이 뜸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당시만 해도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팬레터도 하루에 수십통씩 오곤했다. 군부대에서 단체로 팬레터를 받은 적도 있고 한 번만 만나달라는 남자들의 러브레터성 편지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잘 해야 하루 한 통 정도 온다. 그것도 군인들이 제대했다며 한 번 만나자는 것이 대부분이다. 배은혜는 "실력이 아닌 외모 때문에 갖는 관심은 더 이상 싫다"며 "내년 9월 열리는 세계선수권이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또 한 번 알려지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 미팅은 한 번도 못해봤지만 장래 꿈은 현모양처.

예쁜 얼굴 덕택에 남자 친구가 많을 법도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미팅은커녕 소개팅도 한 번 못해봤다. 늘 태릉 선수촌에 있느라 시간도 없었지만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이성은 만나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은 빨리하고 싶다. 가장 큰 소망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빨리 결혼해 현모양처가 되는 것. 최근 십자수도 배우는 등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고. 이상형은 유머 있고 마른 남자보다는 덩치가 큰 사람. 그런데 제일 만나고 싶은 연예인은 가수 비라니 앞뒤가 맞진 않는다.

배은혜는 긴 생머리가 부러운 평범한 여대생

유도를 시작한 후 가장 안타까운 점이 있다. 바로 긴 생머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이후 한번도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어 운동을 그만두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머리를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긴 머리에 예쁜 옷을 입고 다니는 또래 여대생들을 보면 마냥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도 돼 봤고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남들이 갖지 못하는 꿈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진기자가 야외에서 외출복을 입고 촬영할 수 없냐고 묻자 처음에는 트레이닝복밖에 없다더니 막상 촬영을 할 때는 청바지에 빨간색 가을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유도복을 벗었을 때는 천상 평범한 여대생이다.



상체 근력 키우면 세계무대서 통한다

유도 선수로서 배은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용인대학교에서 배은혜를 지도하고 있는 조인철 교수의 말을 통해 그의 현 상태에 대해 들어봤다.

배은혜가 세계무대에서 통하기 위해선 빈약한 상체 근력을 키워야 한다. 중학교 때까지 육상 선수를 해 심폐 지구력만큼은 최고지만 상체가 약하다 보니 유도의 필수인 잡기 등에서 자세가 불안정한 것이 약점. 이 점을 집중 보완해야 내년 9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특기인 허리후리기 외에 다양한 발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것도 배은혜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넘어야 할 관문은 또 있다.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내줬던 라이벌 김미정을 극복하는 일. 현재로선 기량이 엇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감각이나 스피드 등에서 배은혜가 다소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김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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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